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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솔 Sep 04. 2018

기후 현, 감성의 마을
구조하치만

기후 현

게로에서 구조하치만까지 강을 끼고 구불구불 이어지는 산길은 강원도 영월과 닮았다. 차로 이동하는 산길이 어찌나 굴곡이 심한지 산을 넘어 구조하치만에 도착했을 땐 등줄기에 땀이 흥건했다.

그러나 어렵게 도착한 마을은 피로도 말끔히 잊을만큼 아름다웠다.


구조하치만, 이름도 낯선 이곳은 기후 현 중심에 있는 산과 강으로 둘러싸인 성하마을이다. 깨끗하고 맑기로 유명한 나가라가와와 요시다가와가 만나면서 마을 여기저기에 수로가 들어서 있다. 구조하치만은 물소리가 은은하게 들리는 물의 마을이다. 수로와 강을 품은 마을은 소박하고 단정하다.


낭만적인 감성이 묻어있는 구조하치만 역

여행은 역에서 시작된다. 구조하치만 역에 들어서면 마을에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머릿속에 그려진다. 구조하치만 역의 풍경은 고즈넉한 감성이 묻어난다. 목조로 된 역사 건물과 선로를 건너는 구름다리, 플랫폼의 벤치까지도 빛바랜 옛 모습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

구조하치만 역은 1929년 개업한 국철 에쓰미난센을 거쳐 1986년 나가라가와 철도로 바뀌어 현재에 이른다. 처음 국철이 다닐 때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역은 2015년 역사 전체가 일본 등록유형문화재로 등재되었다.

구조하치만 역에주민들이 일상적으로 타고 다니는 정기열차와 관광열차가 운행된다. 나가라 관광열차는 빨간색 2량의 작은 열차다. 애니메이션에나 나올 법한 작은 열차가 구조하치만 역에 정차하면, 풍경에서 그림엽서 같은 낭만적인 감성이 묻어난다.

역사에 있는 작은 매점에는 빨간 나가라 열차가 그려져 있는 음료도 있고, 열차 모양의 기념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나가라 관광 열차 안에서는 마이코의 춤을 보면서 독특한 기차 여행을 할 수 있다. 마이코는 게이샤가 되기 전 수습과정에 있는 15세에서 18세의 예비 게이샤를 말한다. 마이코의 서비스를 받으며 차 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관광열차는 기차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 번 타 봐야한다. 그리고 구조하치만 역에 들러보아야 한다.

하얀 눈으로 뒤덮인 기차역이 아름다웠던 영화, <철도원>의 한 장면을 만날 것 같은 구조하치만 역에는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처럼 아련한 감성이 선로를 따라 흐른다.

     

우아한 기품이 흐르는 구조하치만 성

높은 곳에서 마을을 굽어보는 구조하치만 성은 우아하다. 천수각 처마 밑으로 이어진 선은 차분하다. 일본 전국시대 말기 무장, 엔도 모리가즈가 구축한 성1871년 전국의 번을 폐지하고 부현을 두게 된 행정개혁에 따라 돌담을 제외하고 모든 구조물이 헐렸다.

아름답게 재건된 구조하치만 성은 다시 세운 성 중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성이다. 쇼와 8년, 1933년 기후 현에 있는 오가키 성을 모델로 하여 옛 방식 그대로 재건했다. 천수각은 하치만초 중요문화재로, 성터는 기후 현의 사적으로 지정되었다.

구조하치만 성은 파란하늘 아래에서 은은하게 빛난다. 계절마다 다른 빛을 내는 성은 단풍과 설경이 일품이라지만 시리도록 푸른 계절의 한가운데에서도 기품있는 자태를 드러낸다.  일본 역사 소설의 황금기를 연 국민작가이자 나오키 상을 수상한 시바 료타로가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성’이라고 극찬한 이유를 알 것 같다.

가파른 산을 올라 성에 이르면 성 주변에서 성과 마을을 전망할 수 있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성의 천수각에 오른다. 더 높은 곳에서 멀리 내다본 구조하치만은 첩첩산중 아래 촘촘하게 들어선 옛집들과 그 사이사이에 흐르는 물길이 한 폭의 그림 같다.


아름다운 물의 마을, 구조하치만 성하마을

성을 내려와 마을을 걷는다. 맑은 요시다가와가 마을을 가로지른다. 강을 따라 늘어선 가옥과 마을을 둘러싼 풍경은 구조하치만의 절경이다. 미야가세바시 위에서 바라보면 더 아름답다. 다리 주변에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있다. 청량한 물소리를 들으며 다리를 건너면 구조하치만의 명소들을 만날 수 있다.


구조하치만 구 청사 기념관은 1936년 지어진 서양풍 건축물로 구조하치만의 구청으로 사용되다가 최근에 기념관으로 리뉴얼되었다. 일본의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목조 건물은 마을의 풍경과 어우러진다. 기념관 안에는 관광안내소가 있는데, 작은 마을이라도 좁은 골목을 찾기 어렵다면 이곳에서 물어보면 된다.

구조하치만 구 청사 기념관을 나오면 건물 옆으로 두 사람이 겨우 어깨를 맞대고 걸어야 할 정도로 좁은 골목이 나온다. 구조하치만에서 가장 예쁜 골목, 이가와 코미치다. 이곳에도 물이 흐르는데, 좁은 수로에는 커다란 잉어들이 헤엄친다. 골목에는 물소리만 가득하다. 끝까지 걸어도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짧고 좁은 골목은 운치 있다.

구조하치만 입구부터 구 청사 기념관까지 쭉 뻗어 있는 거리는 신마치도리다. 구조하치만의 정서가 담긴 상점의 간판도 풍경에 녹아든다. 이 거리에서 구조하치만 마쓰리인 구조오도리가 열린다.

구조오도리는 400년이 넘은 구조하치만의 춤 축제다. 여름밤에는 날마다 춤을 추구조오도리가 흥겹다.

최고 절정인 4일 째 밤에는 ‘철야 춤’이라고 하여,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관광객과 함께 춤을 추기도 한다. 7월 초부터 9월 중순까지 매일 밤 열린다니 구조하치만의 여름밤은 춤바람 난 사람들로 들썩들썩한다.


신마치도리 중간 쯤 골목이 나온다. 야나카 미즈노 코미치라 불리는 골목의 길 한편에서는 샘이 솟아난다. 버드나무가 가지가 늘어진 골목에서 사진 한 장 찰칵 찍으면 근사한 장면이 나온다.  


 구조하치만 상점거리에는 오래된 식당과 찻집들이 늘어서 있다. 에도시대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곳은 장어 덮밥이 유명한데, 나고야의 히쓰마부시와 약간 다르다.
소바도 맛있다. 생와사비를 강판에 직접갈아 쯔유에 는다. 생와사비 맛은 가공된 와사비 맛과 비교가 안된다. 기분좋게 톡 쏘는 매운 맛과 달큰한 뒷맛이 소바에 감칠맛을 더한다.


시라카와고부터 구조하치만까지 깊은 산세에 둘러싸여 있는 기후 현의 작은 마을은 각 마을마다 자신만이 색깔이 드러난다. 독특한 느낌을 가진 전통 가옥도 있고, 낭만적인 감성이 가득한 마을도 있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겨울이면 더 아름다운 기후 현은 소도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성과 잔잔한 여운이 남는 마을이었다. 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이 오면 다시 기후 현으로 향하는 비행기 티켓을 끊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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