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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튼리 May 13. 2022

그러고 보면 나는 작년에 왜 번아웃이 왔을까

나를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든 세 가지 이유


출근하는 삶에서 벗어난 지 꼭 4개월 하고도 반을 채웠다.


여전히 괜찮냐고? 완전히 괜찮다.

갭이어를 작정한 적은 없었지만 이대로라면 1년도 채울  있을  같다.

어떤 날은 성실하게, 어떤 날은 빈둥대며 보낸다.

확실히 예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빈둥대는 나조차도 괜찮다는 .

예전의 나라면 아침에 조금 늦게 일어나기만 해도 스스로를 자책하며 결국은 ‘안될 거야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파고 가라앉기 시작했을 거다.


나를 미워하고 재촉하고 압박하는 것을 그만두고 나니, 그야말로 마음의 ‘회복탄력성 단단하게 자리 잡아간다.

얼마 전에도  1주일 정도 아무것도 하기 싫고 도망가고 싶었던 기간이 있었는데, 금방  괜찮아져서 다시  페이스를 찾았다.

 무기력한 마음을 들여다봤더니, 결국 거기 깔려있는 마음은 잘하고 싶은 마음이더라.

사람 마음이  복잡하고   없는 , 잘하고 싶고 집중하고 욕심이 생기면 달아나고 싶어질 때가 있다.

진짜 집중해야겠다고 맘먹으면서도 그전에 핸드폰부터 확인하고 싶어지는 것과 비슷하달까(나만 그런  알았는데 <인스타 브레인> 읽어보니 만국 공통이었음..).

잘하고 싶은 마음에 내가 과연 이걸   있을까? 하는 약간의 불안과 자괴감이 더해지면, 갑자기 도망가고 싶어 진다.

그런데  , 이럴  그냥 잠시 도망갔다가 돌아오는 것도 방법인  같기도 하고.

도망갔다가 왔더니 이렇게  고요하고 차분한 자신감이 단단하게 차오른다.

답이 나오지 않아 답답했던 마음에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던 머릿속에도, 막상 마음이 차분해지니 많은 것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결국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렸다는 것을 이렇게  절실히 알아가는 중이다.


생각해보니 작년 이맘때부터였다.


퇴사를 하고 정말 열심히 기획하고 만들어 세상에 내보였던 브랜드가 어느 정도 만족스럽게 성장하고 있던 차에 모든 것을 멈추고 다시 0으로 돌아가야 했던 그때.

  해봤으니  잘할  있다며 스스로를 다독였음에도 자신감보다 두려움이  커지는 바람에  달간 마음고생만 하다가 결국 다시 회사에 들어가는 선택을 했던,

유난히 지독하게 덥고 습했던 2021년의 여름.

누군가는 그다지 덥지도 않았다던 작년 여름이지만, 집에서 에어컨도 거의 켜지 않고 살았던 나는, 마음이 힘들  무조건 밖에서  분이고  시간이고 걸어야 했던 나에게는 정말  어느 때보다 혹독했던 여름이었다.


사진만 봐도 더운 2021년 7월 한낮




분명 같은 상황인데, 작년에는 왜 번아웃이 왔을까



되짚어 보면 그야말로 꼼짝도   없었다.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의 수많은 최악의 가능성들만이 머리를 맴돌았다.

당장 내일부터 통장에 돈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을  같고, 조만간에라도 신용불량자가   같은, 그야말로 ‘벼락 거지라도   같은 마음.


두려움이었다.


사람을 가장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옥죄는 감정은 두려움이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를 미리 땡겨서 걱정하면서 마음이 움츠러들었고, 그런 마음으로는 도무지 아무것도  수가 없었다.

<인스타 브레인> 따르면, 우리는 여전히 수렵채집인의 뇌를 갖고 있기에, 두려움에 사로잡히면  어떤 것에도 집중할  없어진다.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해야 하니까.

두려움을 느낄 만큼 위험 요소가  상태에서 뭔가에 집중하고 있는  너무 위험하니까.

뭐라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무엇에도 집중할  없다는  그야말로 미칠 노릇이었다.

아무리 새벽에 일찍부터 하루를 시작해도 고요한 마음에 책을 읽는 시간 집중은 잠깐이었다.

해가 뜨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하나 제대로 집중해서 해내는  없이 시간만 갔다.

그렇게 불안하게 보낸 하루 끝에는 자괴감이 밀려왔고, 이런 하루가 매일매일 반복됐다.

다음 날을 맞이하기 싫어 기상시간은 점점 늦어지고, 그러면  반복되는 자괴감.

정말 출구가 없어 보였던 날들이었다.

그렇게 두려움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를 번아웃이라는 단어로 정의할  있는 상황까지 치닫게 만들었다.

당장의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생각에 결국 회사 밖에서  것을 하겠다는 도전을 멈추고 여기저기 이력서를 내밀었다.


웃기게도, 그렇게 살겠다고 뭔가를 하면서도 남들이 알까  걱정됐다.

 실패를, 실은 내가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임을 누군가 알게 될까  걱정했다.

야심차게 회사 뛰쳐나가 창업도 했는데 실패했다고 비웃는 사람들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녔다.

 번아웃의  번째 이유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마음이었다.

내가 나를 존중하고 사랑하지 않으니 타인의 시선에  민감해져 갔고, 누가 보지도 않는데 보고 있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누군가와의 비교가 끝도 없이 시작됐다.


SNS에서 마주하는  누구도 지금의  자신보다 나아 보였다.

창업을 해서 브랜드를 키워가고 있는 사람이든, 회사에서 자기 일을  해내고 있는 사람이든  누구든 그냥  좋아 보였다.

아니 심지어, 회사  다니고 있는 남자친구 한테마저 불안을 느꼈다.

7 동안 착실하게 회사를 다니고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문제는 내가 마음이 건강한 상태라면 그저 부럽고 대단하다는 생각으로 끝났겠지만, 단단하지 않았던  마음은 결국 ‘너는  그러고 있어?’라는 생각을 뱉어내고 만다.


‘왜 퇴사를 했어? 그대로 있었으면 지금쯤 연봉도 오르고 인센티브도 주식도 받았을 거잖아.’

‘사실은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 착각 때문에 이렇게 된 거 아니야? 그냥 살던 대로 살지 왜 그런 선택을 했지?’

‘몇 개월 동안 만든 그 브랜드보다 뭔가를 더 잘할 수 있겠어? 도대체 뭘 할 수 있는데?’


끝도 없는 비교는 자책으로 이어지고, 결국 내가 과거에  선택에 대한 후회로까지 이어졌다.

이게 정말 최악이었다고 생각한다.

후회만은 하고 싶지 않았는데.

내가 나를 점점  좋아하게 만들었던 퇴사라는 선택을, 내가 정말 가치 있다고 느꼈던 분야에서 브랜드를 만들었다는  자체를 후회하고 있었다.

이렇게 어려울  몰랐지. 몰랐어서   있었던 선택이었어.’

내가  자신에게 해야 했던 변명들.

그때는 전혀 몰랐다.

실패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실패  이후가 천차만별일  있다는 것을.

그리고 실패를 다루는  결국 마음에 달려있다는 것을.

그때는 마음을 먼저 돌봐야 한다는 것을 몰랐다.

정신없이 정신과 정보를 검색하고 있던  순간조차도.

지금부터의 나는 삶의 선택지가 그다지 다양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냥, 돈이 떨어져서 나락으로 떨어지기 전에 취업했다.

그게 작년  도전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던 거지.



<분명 조만간 다음 이야기를 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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