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이 많은 사람 vs 생각만 많은 사람
30대도 중반에 접어들고 나니, 이전에는 마냥 비슷했던 친구들이 직업도 환경도 사는 모습도 참 많은 것들이 달라져있다.
이쯤되니 다른 친구들보다 커리어적으로도 자산적으로도 좀 더 성공한 친구가 있다.
그녀와 대학교 절친으로 만난 덕에 어려웠던 시절부터 승승장구하며 이름을 날리기 시작하던 시기까지, 옆에서 다 지켜볼 수 있었다.
지난 주에 이 친구와 등산을 하면서 지금 내가 준비하고 있는 것과 고민을 얘기했다.
그랬더니 그가 말하길,
‘그럼 언니는 지금 이거이거이거를 하면 되지 않을까? 오늘 당장은 이거부터 하면 되겠네!’
여느때처럼 이야기하는거다.
하지만 그날따라 그 말이 유난히 다르게 다가왔다.
이야기의 거의 전부가 지금 당장 실행에 옮길 행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니까.
이건 이래서 안될 것 같고, 저건 저래서 어려울 것 같던 생각이 사라졌다.
그냥 하면 될 것 같았다.
십여년 전 언젠가, 그 친구와 둘이서 평일 대낮에 산을 타고 내려와 막걸리를 마시면서 눈물 콧물 다 쏟으며 엉엉 운 적이 있다.
그 친구나 나나 졸업을 앞두고 뽑아주는 회사가 없어 반강제로 백수생활을 하던 때였다.
그간의 막막하고 서러웠던게 한꺼번에 다 터져나온 날이었다.
메이저 방송사 최종에서 떨어진 그녀는 내가 그날 제안한 회사에 바로 지원을 했다.
그러더니 바로 합격을 했고, 그 회사에서 커리어를 쌓다가 결국 독립해서 회사를 차린 후 뉴욕광고제 상까지 받는 프로페셔널이 됐다.
지금은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며 그 다음을 준비중이다.
사업을 하면서도 사업과는 별개로 재밌는 아이디어를 바로 상품화시켜 스마트스토어에서 팔았는데, 그게 너무 잘되는 바람에 그 제품 하나에서만 순익이 월 1000만원 가까이 나온다.
부동산 투자도 내 주변 사람 중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그가 그야말로 영끌해서 썩은 빌라 하나를 샀을때는 재테크 열풍이 불기도 전이었으니까.
그 빌라는 지금 서울의 대단지 아파트가 됐다.
그렇게 누구보다 행동에 집중해온 그녀는 현재 내 주위에서 가장 자산이 많은 사람 중 하나다.
그전까지 그 친구가 또래에 비해 탁월하게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사실은,
그녀가 일찍이 투자한 부동산이 올라서였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내가 틀렸던 것 같다.
돌이켜보니 내 친구가 만들어온 성공의 이유는, 그 친구가 가진 태도였던게 확실하다.
금요일에는 1인 지식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모임이 있었다.
꽤 순위가 높은 동화책을 출판한 경험이 있는 분이 준비하고 있는 서비스 이야기와 지금의 고민을 들으면서, 이 분은 이렇게나 가진게 많고 스토리도 탄탄한데, 그냥 지금 당장 시작만 하면 될 것 같은데 왜 고민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내 얘기를 했다.
1인 기업가를 위한 마음관리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는데, 내가 과연 마음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자격이 있나 고민이 되는거다.
이제 막 마음/멘탈관리를 공부하고 있는 내가 누군가를 코칭할 자격이 되나?
그렇게 생각이 미치길래, 모임을 하기 전에 한창 상담심리학 석사 모집 정보를 찾아보다가 갔던 참이었다.
이 얘기를 한참 하다보니, 내가 지금 가진 문제가 뭔지 갑자기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누군가의 장점만을 바라보고 있던 나다.
나에게 그녀가 가진 결핍은 보이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녀에게 당신의 첫 페이지와 누군가의 100페이지를 비교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한 참이었다.
정작 그 이야기가 나를 향하는 것인 줄도 모르고.
첫번째 사업이 실패로 돌아가고 온갖 두려움과 걱정에 휩싸이는 바람에 온갖 무기력과 우울감을 겪었던 나다.
그걸 극복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결국 모든 건 마음에서 비롯된다는걸 알았다.
그래서 마음을 공부했고, 여기에 더해 성공한 사람들이 어떻게 마음을 돌보았는지 어떻게 그렇게 강한 멘탈을 유지할 수 있는지 공부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면서 모르던 세상이다.
아침마다 감사일기에는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알게 되어 감사하다는 내용이 적히는 중이다.
내가 할 일은 심리상담 전문 대학원을 가는게 아니라,
내가 어떻게 마음의 병을 극복하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는지 이 이야기를 가지고 누군가에게 힘을 주면 되는 거였다.
지금 당장 하면 되는 것,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된다.
생각에 잠기는 순간부터는 결국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안 될 이유들만 떠오르게 되니까.
10년 전 함께 엉엉 울던 그 친구와 또 다시 산에 오르던 그 날, 고민의 종류도 깊이도 10년 전과는 사뭇 다른 우리를 보며 그래도 그 동안 많이 컸네, 싶었다.
우리 꽤 잘 살아왔구나.
이제 너에게 배운 것들을 내 삶에도 적용해봐야겠다.
나도 너무 생각만 많이 하지 말고 일단 뭐가 되든 행동해야겠다.
또 다른 10년 후는 이제부터 내가 얼마나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질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