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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튼리 Sep 22. 2022

도망가고 싶을 때 도망가지 않는 법



#1 프리워커의 자유, 프리워커의 책임


누군가 요즘 어때? 라고 물어보면 '별로야' 라고 대답한다.

하고 싶은 일들보다 해야 하는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서, 그것들을 해치우듯 하루를 보내다 보면 해가 짧아진 하루의 저녁 노을이 보인다. 그럼 또 그때부터 마음 급해져서 허둥지둥 저녁 먹고, 산책하고 하다 보면 어느덧 잠 잘 시간. 


사실 9월이 되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올해 여름은 너무 무더웠다.

그 와중에 동생이랑은 크게 싸우고 한 달도 지나지 않아 15여년을 함께 한 강아지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마음의 에너지가 바닥나 뭔가를 하고 싶은 마음도 기운도 나지 않았다.

그저 완전히 모든 것들을 내려놓지 말고 지금처럼만 가자, 가 8월의 목표였달까.


회사에 다니고 있을 때는 스스로의 마음이 얼마나 힘겹게 버티고 있는지 생각보다 알아차리지 못할 때가 많았다. 정해진 규칙 안에서 생활하면서, 회사에 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몰아치는 업무를 쳐내다 보면 아무렇지 않게 하루가 가곤 하니까. 


하지만 정해진 틀 밖에서의 자유가 달콤하게 느껴지는 시기가 지나고 나면, 오히려 그 자유에서 오는 압박과 부담감이 어렵고 힘들 때도 많다. 누군가와 계약으로 얽혀 정해진 장소로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야 하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 나 자신과 약속해서 아침 일찍 눈뜨는 것보다 쉽다. 나 자신과의 약속을 매일매일 지켜야 회사 안에서보다 천프로 만프로 원하는 것들을 할 수 있는게 프리워커의 삶이다. 


나처럼 노력으로 미라클모닝을 실천하던 애초부터 게으른 사람은 회사 밖에서의 슬럼프가 몇 배는 더 어렵다. 특히나 마음의 에너지가 바닥일 때는 나와의 사소한 약속 하나 지키기도 버겁다. 마음의 에너지가 바닥나는 신호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아침에 눈뜨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운동하러 가기 귀찮아진다는 것. 아침에 눈뜨는 그 사소한 선택 하나만 실패해도 마음이 무너진다.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하루가 단 하루도 없다. 내 마음 상태가 어떤지에 따라, 내가 어떤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따른 자괴감과 성취감 사이에서 어떤 것을 느끼게 될지가 결정된다. 마음의 에너지가 가득 차있을때는 매일이 즐겁다. 하지만 사람이 어떻게 한결같이 그래. 그 반대일때는 생각보다 더 힘들다. 그래서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말을, 이 상황에 쓰는게 맞는 것도 같아. 



#2 다시 시작하는 법 

 

어제 나처럼 퇴사를 하고 자기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분과 점심을 먹었다. 

서로 토로하듯 슬럼프는 회사 다닐때보다 더 자주 온다고 이야기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정하고 내가 책임지는 삶을 선택했으니, 그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어려움들이 매일 온다. 마냥 좋아보일것 같았던 자유에 따르는 어려움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그때는 몰랐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전으로 돌아갈 것 같지는 않다. 

운좋게 퇴사하자마자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나나 그분이나 진짜 원하는 일을 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참이다. 

결국 그때까지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병행하며 마음의 에너지가 차오르고 바닥나는 주기를 아슬아슬 줄다리기 타듯 지나가야 겠지만. 


완전히 멈추지만 않으면 괜찮지 않을까. 

올해 초 마음 공부를 시작했을때의 목표는 언제나 마음을 100으로 유지하는 거였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삶에 찾아온다. 

그걸 새삼스럽게 깨닫고부터는 마음 상태를 100도 아니고 0도 아닌, 딱 50 정도로 언제나 유지하고 싶어졌다. 어떤 일이 있어도 단단하게 50을 유지할 수 있는 마음을. 


다시 시작하는 것도 어쩌면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뭐부터 시작해야 할 지 몰라 허둥대고 있는 날들이다. 하지만 한동안 도망쳐있던 브런치에 아무렇지 않게 스윽 들어와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본격적으로 가을이 시작되고 부터 마음이 다시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결국 완전히 그만두지 않는 방법은 완전히 그만두지 않는 것 자체가 아닐까. 뭔가 써야한다는 압박감이 오히려 나답지 않은 글을 쓰게 만들더라. 몇 번이고 쓰다가 지우기를 반복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래서 그냥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다시 시작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 이 글을 시작으로 더 많은 시작에 용기를 내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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