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섭식장애입니다. (5)

by 리솜

"생리는 제 때 하세요?"


체중을 보고 의사 선생님이 물으신다.


"다행히 아직까진....."


이후로 처방해 주신 식욕 촉진제가 다행히 효과가 있긴 한지, 최근 1-2주 사이에 약 1-2kg 정도가 늘었다. 그런데 웬만하면 틀어지지 않던 생리 주기가 갑자기 열흘 넘게 미뤄지고 있다. 혹시 약 부작용인가.....? 월경 직전의 몸상태는 며칠째 지속되면서 정작 시작을 않는다. 아무래도 오늘 병원에 가 봐야겠다.

이렇게 시기가 늦춰지면 결혼식과 신혼여행 일정에도 지장을 줄 수도 있는데.... 불안하다. 여자란 생물은 참 고려할 게 성별 그 자체로 번거롭고 많은 듯하다. 똑같이 남녀가 결혼을 해도 신경 써야 할 게 남성보다 왜인지 두세 배는 되는 기분.


이유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위장약과 식욕 촉진제를 먹어도 소화가 잘 되진 않는 기분이다. 조금만 더 기다려 보았다가 계속 내려가지 않으면 소화제를 하나 챙겨 먹어야 하나... 고민 중.


최근 상담 회차를 늘리는 것에 대해 지속적으로 상의 중이다. 결국 스케줄을 맞추기가 쉽지 않아 우선은 잠정적 보류 상태가 됐는데. 선생님은 "더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혹시나 체할 수도 있을 까봐 시도를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하셨다.


맞는 말이라 그런가. 그 문장이 속을 후비듯 들어왔다. 의지만 있다면 사실 시간이야 어떻게든 만들었을 텐데. 아직도 갈팡질팡, 고민이 많다. 늘리고 싶은 이유는 글쎄. 일주일에 1회만으로는 굵직하게 변화되고 있는 무의식의 변화를 채 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서이고. 끌리지 않는 이유는, 사실은. 괜스레 어딘가 한스러워서다. 표면적 이유로는 앞으로 결혼 준비로 정신이 없어질 거고, 청첩장 등의 모임도 많아지고 이곳저곳 돈 나갈 곳도 생길 텐데. 집도 구해야 하고 가전, 가구 등 준비해야 할 것도 산더미에. 체력 증진을 위해선 필라테스는 못해도 주 1-2회는 꼭 해야 할 거고. 뭐든 체력이 있어야 감당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여기에 상담 일정까지 추가로 하나 더 얹게 되면, 돈도 돈이고 시간도 시간. 굳이 이 타이밍에 추가로 늘려서 무리하다 아플까 겁이 난다곤 했지만. 실은 횟수를 늘린다는 가정 자체만으로 내면에서 반감과 저항이 심하게 있는 것 같다.


뭐랄까. 그래. 억울하다.


몇 해 전 집을 매매하면서 깨닫게 된 사실이 하나 있었는데, 살아오면서 어언 상담에 쏟은 비용만 대략 5천만 원 정도는 될 것 같더라. 1,2년도 아니고 10년을 했으니. 차라리 그 돈을 순수히 저축했다면 더 좋은 아파트를 구매했을 수도 있었을 테고, 혹은 지금보다 결혼준비금도 훨씬 넉넉했을 거다. 신혼집을 구할 여력도 그렇고. 애초에 소비가 큰 스타일도 아니라 모으려면 충분히 한껏 모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런데, 그렇게 몇 백만 원도 아닌 몇 천만 원을 상담에 쏟고서 "나는 지금 괜찮은가?"에 대해 답을 이제와 하자니, 울컥 거리는 감정이 올라온다. 어째서일까. 다른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이렇게 많은 시간과 돈 따위 들이지 않고도 잘 살던데. 왜 나는 십여 년이나 하면서도 여전히 아픈 사람인 건지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외려 상담은 받아올수록 '꽤 괜찮다고 생각했던 나'가 지속적으로 붕괴되며 내면에 버려져있던 불우한 자아들이 끝없이 눈앞에 들이닥치며 등장하는 걸 마주해야만 했다.


물론, 한편으론 만일 내가 상담소를 찾지 않았다면 어느 날 불시에 팍 세상에서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른단 생각도 가끔 진지하게 들긴 한다. 그만큼 정서적으로 위태로웠고 도움은 필요했다. 그렇다면 그 금액이 생명 값이라 생각하면 5천만 원은 싼 걸까. 비싼 걸까. 어쩌면 앞으론 1억까지 갈지도 모르는데. 결혼하게 되는 순간 갚아야 할 빚이 생기고 더군다나 아이를 갖게 된다면 돈은 줄줄 새어나갈 텐데. 도대체가 이 상황에서 횟수를 늘리는 게 맞나. 한 회기에 1,2만 원 하는 것도 아닌 상담을 1주 2회로 늘리고 나면 한동안 급여의 절반 이상이 상담과 필라테스에 쓰이게 될 거다. 하필 평생에서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갈 해 중 하나인 올해에.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아무리 생각해도 현상 유지가 그나마 답이다.


그런데 왜 마음 깊은 곳에선 계속 늘리고 싶어 하는 목소리가 울리는지 모르겠다. 무시할 수 없어 거슬리고 화가 난다. 어쩌라는 건지.


스케줄 조정. 하려면 할 수 있다. 그런데 하기 싫다. 돈도 쓰려면 쓰겠지만, 더 쓰자니 억울하다. 나는 왜 여전히 괜찮지 않은 걸까. 상담을 받지 않아도 괜찮게 살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