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교육에서 찾아보는 맞춤형 교육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 나는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가? 사람들은 가급적이면 내 아이에게 잘 맞는 맞춤형 교육은 없을까 하는 기대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과연 맞춤형 교육이란 어떤 것일까. 실제로 맞춤형 교육은 존재할까. 존재한다면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까.
대부분의 보통학생, 영재 학생, 장애를 가진 학생, 직업학교 학생, 예체능에 재주가 있는 학생.
이 모든 학생들을 두루 무리 없이 한 학교에서 이들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능력이라면 어느 정도는 맞춤형 교육의 본보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내 아이가 다닌 학교는 학생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최선을 다한 곳이었다고 해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들어 소개해 보려고 한다.
아들은 2019년에 미국에서 공립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지금부터 얘기하는 학교는 아들이 13년(K-12)을 다닌 미 동부 펜실베이니아주 한 지역 초중고등학교 얘기다.
이 지역 학군에는 하나의 고등학교, 하나의 중학교, 7개의 초등학교가 있다. 다시 말해 이 학군 내에는 7개의 초등학교 중 집에서 가까운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하나의 중학교로 모이고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같은 학교를 다닌다. 초등 동창은 중, 고등학교까지 동창이 되는 것이다. 한 학년에 약 600명의 중간 사이즈의 학교라 칭한다. 일반적으로 한 학년에 300명 미만인 학교는 소형, 한 학년에 1000명 이상이면 대형 학교라 하겠다.
초등학교는 7개가 각각 학생수(한 학년 약 60명-120명)도 다르고, 각 학교마다 학교의 수준 또한 차이가 있다. 미국 교육부에서 수여하는 블루리본을 받은 수준의 학교도 있고 빈곤층의 학생이 많이 다니는 약간 수준이 낮다고 평가받은 학교도 있다. 아무리 좋은 초등학교를 다녀도 같은 중학교로 모이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중, 고등학교의 수준이 자신의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좋은 지역으로 이사를 가거나 사립으로 전학시킬 수는 있다. 초등학교 등록은 주거지에 따라 정해진다. 킨더가든(유치원)에 입학하기 전 (만 5세)까지 어린이집을 보내는 것은 각자 부모의 자유선택이다.
우리가 사는 지역은 유대인이 많은 지역으로 7개 중 최상위에 속하는 초등학교였다. 미국 초등학교의 시작은 킨더가든부터 시작된다. 이 학교의 좋은 점은 킨더가든, 1학년을 다른 건물에 유치했는데 이 건물은 특별히 어린아이들에게 맞춰져 있었다. 교실에 아이들 화장실이 별도로 설치되어 있고 놀이터를 비롯한 모든 것이 어린아이들에게 편리하도록 준비되어 있었다. 2학년부터 본관 건물로 옮겨가기 전까지는 상급 학생들과 분리된 생활을 하면서 학교라는 곳에 적응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게 배려한 건물배치라고 생각했다.
자녀 중에 장애 아동이 있어도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중증 장애자가 아니라면 일반 교실에서 같이 수업을 받을 수 있게 하고 보조 교사를 배치해 준다. 이민자의 자녀로 영어가 많이 부족하면 당연히 ESL 과정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언어를 배우는데 장애가 있는 학생들을 위한 리딩스페셜리스트도 있다. 각 초등학교에는 심리학자(Psychologist)도 상주하고 있다.
학교라면 무엇보다 공부를 어떻게 가르치는가 하는 것이 궁금할 것이다. 일단 킨터가든(유치원)과 2학년 때 영재반 학생을 뽑는 기준이 되는 테스트를 본다. 이 테스트를 기반으로 1학년때부터 영재반을 운영한다. 이때 영재반에 선발되지 못해도 5학년 까지는 기회가 있다. 다만 절차가 좀 더 복잡하고 어렵기는 하다.
초등 1학년 까지는 아이들이 학교에 잘 적응하는데 중점을 두어 학부모가 참가할 수 있는 행사를 더 많이 자주 하기 때문에 특별히 교실 도움 이로 신청하지 않더라도 교실에 방문할 기회가 자주 있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는 점차적으로 공부에 적극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영어와 산수는 별도의 우열반이 편성된다. 이것은 영재반과는 별도이다. 매 학년마다 각 학급에서 하는 수업 외에 일주일에 한두 번의 우열반 수업에서 각자 자기 수준에 맞는 수업을 받게 된다. 우열반의 수준보다 월등한 특별한 수학적 머리가 있는 학생은 1교시 수업을 중학교에 가서 중학생과 듣고 2교시에 초등학교로 돌아와 수업을 하기도 한다.
악기를 배우기 시작하는 시기도 초등 3학년이다. 악기를 배우고 싶지 않으면 안 해도 되고 특별히 과외를 받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음악시간이라고 해서 악기만 배우는 것은 아니다. 일반음악(General Music) 시간은 따로 있다. 봉사활동의 기록을 시작하는 시기도 이때부터이다. 강요는 없다. 하고 싶은 사람은 하고 1년에 15시간 이상을 하면 학기말에 상을 준다. 봉사활동은 고등학교 11학년 까지는 하고 싶은 학생만 해도 되지만 고등학교 졸업반이라면 필수로 일정시간(15시간-30시간) 해야 하는 의무가 주어진다.
중학교부터는 주요 과목 (영어, 수학, 과학, 소셜스터디(지리, 미국역사, 세계사))에 우열반이 시작된다. 아너스 클래스는 자기가 소화할 수 있는 과목에 한해서 들으면 된다. 물론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당연히 주요 과목 모두 우수반(아너스 클래스)을 택한다. 주요 과목이 아닌 선택 과목이 시작되는 시기도 중학교로 자신의 취향을 찾을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외국어를 시작하는 시기도 중학교부터다. 외국어로는 스페니쉬, 독어, 불란서어, 중국어 중에서 선택했다.
모든 스포츠, 클럽활동이 시작되는 시기도 중학교부터다. 어떤 운동부에 가입할 것인지, 어떤 동아리 활동을 할 것인가에 따라 매일 바쁜 오후를 보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 밴드, 합창부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함으로써 일 년에 두 번의 발표회는 큰 행사 중의 하나가 된다.
9학년이 되면 대학에 진학하고 싶지 않고 직업을 가질 학생들을 위한 코스가 시작된다. 오전에 학교에서 일반 수업을 받고, 오후에는 스쿨버스로 직업학교(학원의 형태)로 간다. 직업학교 교육을 받는 학생도 학기말에는 각자의 분야에 대한 상을 수여받는다.
영재반에 있었던 학생이라면 9학년부터는 세미나라는 형식의 극소수(주로 1-3명)로 담당교사와의 수업을 받을 수 있다. 과학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교사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연구를 할 수 있는 시간을 할애받을 수 있다. 이런 수업은 고등학교 내내 받을 수 있고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대학진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고등학교부터는 우수반(Honors 클래스) 외에 AP(Advanced Placement) 과정이 있어서 좋은 대학을 갈 학생이라면 당연히 중점적으로 이 클래스를 이수할 필요가 있다. 모든 고등학교에서 이 과정을 개설하고 있지는 않다. 이 과정이 다양할수록 좀 더 좋은 고등학교로 구분될 수도 있다. 또한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이지만 학교에서 제공하는 단계의 모든 과정을 마쳤다면 근처 대학에서 대학과정을 미리 이수하기도 한다.
아주 어린 학생 때부터 우열반을 만들어서 운영하는 것이 마치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을 우대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명문대를 갈 학생이라고 특별한 대우를 해 주는 것은 거의 없다. 비슷한 학력을 가진 학생들을 구분해서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을 구제하기 위한 것에 더 집중하고 있는 것이 미국 공교육의 목표로 여겨질 때가 많다. 또한 좋은 선생님을 확보하는 것에 집중하고 예산의 축소에도 굴하지 않고 예체능 분야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으로 건강한 지역 시민을 길러내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 학교였음을 아이가 졸업한 후 깨달았다.
공부를 잘해야 학교의 자랑이 될 수 있고 그런 몇 명의 학생만 특별대우를 받는 곳이 아니라 운동을 잘해도, 악기에 재능이 있어도, 아트에 취미가 있어도, 공부보다는 하루빨리 직업전선으로 나가고 싶어도 모두 같이 함께 학창 시절을 보낼 수 있는 학교를 맞춤형 교육을 하는 학교라 하는 것이 너무 과한 평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지루해지는 것을 염려하여 전체적인 윤곽을 적어 본 것입니다. 각 분야별로 구체적으로 소개하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미국의 학교들이 지역에 따라 매우 다른 점을 감안하여 읽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