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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등교하는 미국 고등학교

미국학교는 왜 이렇게 일찍 등교할까?

by 이순

스쿨버스가 우리 집 앞에 오는 시간은 아침 6시 45분이다. 눈곱만 떼고 나가려 해도 6시 30분 이전에는 일어나야 한다. 고등학교는 등교시간이 7시 30분, 수업시작은 7시 35분이기 때문이다. 일단 미국학교의 수업시간은 48분, 50분, 54분 등으로 아주 복잡하다.


아들이 다녔던 공립고등학교는 7시 30분까지 등교하고 수업이 끝나는 시간은 2시 35분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정하게 1교시부터 8교시까지의 수업이 있으며 가끔 특별한 일정이 있는 경우 오전 수업만 하기도 한다.

5교시와 6교시 중에 각자의 수강신청 스케줄에 따라 25분의 점심시간과 25분의 자습시간이 주어진다. 쉬는 시간은 없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수업과 수업사이에 교실을 이동하는 시간 4분이 주어진다. 전교생이 동시에 점심을 먹지도 않는다. 각자의 스케줄에 따라 5교시 또는 6교시 중 전반부 25분이 점심시간이 될 수도 있고, 후반부 25분이 점심시간이 될 수도 있다.


중학교는 오전 8시까지 등교, 마치는 시간은 오후 3시다. 중학교에서도 점심시간은 25분, 자습시간 25분이 주어지는 것 외에 교실 이동하는 시간 4분이 주어진다. 솔직히 5분도 아니고 4분인 이유는 잘 모르겠다. 아무도 이유를 묻지도 말해주는 이도 없었다.


초등학교는 오전 8시 30분에 시작해서 오후 3시 30분에 마친다. 초등학교에서는 점심시간 전에 25분 놀이터에 나가서 노는 시간을 보내고 점심을 먹는다. 초등학교는 담임선생님이 정해져 있고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기에 수업 스케줄은 있어도 교실이동 시간이 몇 분이라고 정해져 있지도 않다. 학생들이 음악실, 미술실, 도서실 등으로 이동을 해야 할 때는 담임선생님의 안내를 받는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미국 동부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공립학교를 다닌 아이의 등하교 시간은 아래와 같다.


고등학교: 등교시간 오전 7:30 하교시간 오후 2:35

중학교: 등교시간 오전 8:00 하교시간 오후 3:00

초등학교: 등교시간 오전 8:30 하교시간 오후 3:30


이런 등하교 시간이 된 것에는 두 가지 정도의 주된 이유를 말하곤 하는데 매우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미국학교들의 방과 후 프로그램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대부분의 학교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운동팀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학교가 마치는 시간을 더 늦출 수도 없고, 그렇다고 운동하는 학생들이라고 수업에서 빼는 일은 허락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둘째는 미국에는 다 자녀 가정이 많고 부모가 맞벌이하는 비율이 최소 60% 이상인데 일찍 학교에서 돌아온 어린아이들을 돌보아 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내 아이가 어렸을 때는 13세 이하의 아이들은 혼자 집에 둘 수 없다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펜실베이니아주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주에서 법적으로 몇 살 이하 어린이를 혼자 집에 둘 수 없다고 하는 룰은 더 이상 없다. 적어도 12세 정도 이상일 때 혼자 있는 것이 좋다고 권장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많은 부모가 두 분 모두 일을 하는데 어린아이 때문에 일찍 퇴근하는 게 여의치 않다면 일찍 학교에서 돌아온 고등학생, 중학생 형이나 누나, 언니가 보호자 역할을 하던 것이 바뀌지 않고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나만의 엉뚱한 상상력을 동원한 왜?라는 질문을 가지고 학군의 학교 운영적인 부분으로 살펴보면 재정의 지출면에서 매우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할 만한 구조다. 한 학군에 초중고 학생을 동시에 등하교시키기 위해서는 스쿨버스의 수가 3배로 필요할 것이다. 한데 고등학생을 먼저 데려다주고, 다음으로 중학생을 데려다주고, 마지막으로 초등학생을 데려다 줌으로써 스쿨버스를 동시에 가동하기 위한 불필요한 지출을 막을 수 있고 운전기사도 하루 2시간 파트타임으로 3배의 인원을 채용하는 것보다는 6-7시간이라는 보다 안정된 수입을 보장해 주는 방법으로 보인다.


학생들이 너무 일찍 등교하는 것이 학생들의 수업능률을 저하시킨다는 이슈가 가끔씩 제기되기도 하고 실제로 아침형 인간이 아닌 이상 많은 학생들이 힘들어하는 것이 사실이다.

어떤 주에서는 실제로 아침 9시에 수업을 시작함으로써 학생들의 학업성적이 향상되었다는 뉴스가 나온 적도 있다. 하지만 한번 시작한 것은 잘 바꾸지 않는 미국의 문화적인 특성상 학교 등하교 시간이 바뀌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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