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고등학교 카운슬러와 부교장의 역할은?
<미국 동부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공립 중고등학교를 보낸 학부모의 학교 관찰기입니다.>
이 중고등학교에는 담임이 없었다. 초등학교에서는 담임이 있었다. 대부분의 미국학교들이 그런 것으로 알고 있지만 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 누가 담임의 역할을 할까?
누군가는 그 비슷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나의 관찰로 보면 '카운슬러와 부교장'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직책과 방식과 역할이 다소 생소할 수도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나름대로 효율적인 면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이가 다닌 중학교는 7학년부터 중학교를 시작하는 "주니어 하이스쿨" 시스템의 학교였다. 주니어 하이스쿨(7-9학년), 시니어 하이스쿨(10-12학년)의 학제를 사용하는 이 학교는 K-6까지 초등학교 7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여기서 주의할 점: 대학입학 시 필요한 고등학교 성적은 무조건 9학년-12학년을 제출하게 되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함. 공부는 중학교 건물에서 해도 이미 고등학교 Freshman임)
이 글을 쓰는 현재는 지난 몇 년 사이에 고등학교가 증축되고 학생이 늘었으며 학제도 바뀌어 초등학교(K-5) 6년, 중학교(6-8학년) 3년, 고등학교(9-12학년) 4년으로 바뀐 상태다. 학제에 따라 약간의 장단점이 있지만 학교 운영의 방식은 크게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로 학교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예전과 비교해 크게 바뀐 것은 없다.
초등학교의 학생수가 한 학년에 약 100명 전후인 것에 비하면 중학교부터는 한 학년에 600명, 한 학교에 1,800명 이상의 학생을 관리해야 한다. 이 학군에 7개의 초등학교 학생이 모두 하나의 중학교로 모이기 때문에 이 많은 학생들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할 것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여기에 담임도 없이 이 많은 학생들을 관리할 수 있는 핵심에는 카운슬러와 부교장이 있다. (카운슬러 모두를 통솔하고 전체학생을 관리하는 '학생처장'쯤 되는 '학생코디네이더'도 있지만 이글에서는 이 부분은 생략합니다.)
중학생이 되면 자신의 카운슬러가 정해진다. 중학교 전체에 약 4-6명의 카운슬러가 있는데 이들은 알파벳순으로 학생을 배정받는다. 카운슬러 Ms.Kim님은 학생의'Last Name:성'이 A-E의 7학년 학생, F-J까지의 8학년 학생, K-M까지의 9학년 학생이 배정된다. 다시 말해 한 카운슬러가 담당하는 학생은 7학년(약 80-100명), 8학년(약 80-100명), 9학년(약 80-100명)으로 모든 학년에 일정 명수의 학생을 담당한다.
이때 중학교 시작인 7학년때 정해진 담당 카운슬러는 중학교 기간 내내 그 학생을 담당한다. 많은 학생을 담당하고 있어서 관리가 힘든 부분도 있겠지만 또한 3년 내내 한 사람이 전담을 하고 있으니 일관성이 있고, 한번 관계가 형성되면 개인적인 문제도 좀 더 적극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음으로 각 학년마다 부교장 선생님이 있다. 여기서 교장 하고는 다른 부교장의 중요한 역할을 찾아볼 수 있다. 교장은 대내외적인, 그리고 학교의 전반적인 운영에 대한 중대한 결정등이 담당이라면 부교장은 학생들을 관리하는 역할에 더 비중이 높다.
부교장 또한 7학년 중학교 시작 때 한번 정해지면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같은 부교장이 한 학년 전체를 담당한다. 각 학년의 부교장은 그 학년의 학생 모두의 대변인이자 그들의 안내자이며 아주 작고 사소한 문제에서부터 큰 문제까지 학생들과 같이 길을 모색하는 해결사의 역할을 한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카운슬러의 역할은 좀 더 중요하다. 대학입시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카운슬러들이 입시가이드를 담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학원서를 작성할 때 카운슬러의 추천서는 필수이다. 고등학교의 카운슬러들도 중학교와 같은 형태로 배정되고 고등학교 내내 졸업할 때까지 한 카운슬러의 지도를 받게 된다.
담임선생님은 없지만 담임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존재한다고 하겠다. 한 카운슬러가 담당해야 하는 학생이 너무 많아서 학생들에게 집중된 지도가 힘들거나 내 자녀가 세심한 케어를 못 받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를 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왜냐하면 모든 카운슬러는 당연히 비서가 있고, 각 학년 부교장 선생님들도 각자의 비서가 있어서 함께 일을 하기에 충분히 역할을 감당하기에 무리가 없어 보였으며 도움이 필요해 요청했을 때 바빠서 미뤄지거나 등한시시키는 일은 없었다. 학교는 최대한 학생을 돕게 존재한 조직이니까.
(참고로 중고등학교의 카운슬러는 초등학교의 심리학자와 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