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미국 공립 중학교는 어떤 교과과목을 배울까?

수강신청으로 살펴보는 교과과정

by 이순

미국은 중학교의 시작이 6학년부터 시작되는 학군도 있고 7학년부터 시작되는 학군도 있다.

6학년-8학년으로 구성된 학교는 미들스쿨(Middle School)이라고 부르고,

9학년-12학년이 다니는 학교는 하이스쿨(High School)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7학년-9학년으로 구성된 학교는 주니어 하이스쿨(Junior High School)이라 부르고,

10-12학년이 다니는 학교는 시니어 하이스쿨(Senior High School)이라고 부른다.

주 또는 학군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알고 있다. 내가 거주하는 지역에서는 이 두 가지로 칭하는데 우리 아이는 후자에 속하는 7학년에 중학교를 시작하는 주니어 하이스쿨 시스템에서 학교를 다녔다.


6학년 학기가 끝나기 한 달 전 담임 선생님과 면담 시간에 중학교에 가서 공부할 주요 과목에 대한 우열반 선택(우수반 또는 보통반)을 결정짓는다. 여기서 주요 과목이라 함은 영어, 수학, 과학, 소셜스터디(7학년:지리) 4과목이다. 일단 선택은 자유다. 하지만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보통반을 선택하면 우수반을 선택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라고 권하고, 성적이 보통 수준인 학생이 무리하게 우수반을 선택하면 성적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보통반으로 가게 되는 과정을 설명해 준다. 결국 주요 과목 선택은 그만큼 중요하게 취급하여 담임선생님과 상담하고 신청서에 써서 사인까지 받아서 접수한다.


다음으로 그 외의 모든 선택과목에 대한 수강신청을 각자 선택하여 6학년이 끝나기 전에 접수시키면 7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기 2-3주 전에 반편성이 된 시간표를 받게 된다. 자기가 선택한 과목이지만 꼭 바꾸고 싶은 사유가 생기면 새 학기 1-2주 안에 마지막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있으므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일단 학점은 일주일에 들어있는 수업을 기준으로 한다. 5일 수업이 있으면 5학점, 3일 수업이 있으면 3학점 짜리 수업이다. 수업시간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무조건 8교시로 짜여 있다. 학교 전체가 특별한 일정이 있는 경우 오전 수업을 하게 되면 그에 따른 시간표가 적용되는데 같은 8교시이지만 수업이 짧은(약 20-24분) 수업으로 바뀐다.

그럼 구체적으로 수강할 수 있는 과목으로 대략 어떤 과목의 수업을 듣게 되는지 살펴보자.


첫째, 주요 과목 4과목(영어, 수학, 과학, 소셜스터디)과 외국어 한 과목이 필수다. 주요 과목과 외국어는 주 5일 무조건 5시간을 수강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모두 5학점짜리 수업이다. 그러므로 이미 1교시부터 5교시 까지는 주요 과목이면서 필수로 수강해야 하는 과목으로 이미 채워진 상태가 되는 것이다.


5교시까지 수업이 채워졌다면 6교시는 점심시간으로 사용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제 7교시와 8교시가 남아있다.


둘째, 필수 교양과목이 있다. 주요 과목은 아니지만 반드시 수강해야 하는 과목을 말한다. 여기에 속하는 것이 음악(General Music), Health(성교육), 미술(General Art), 각 1시간씩(각 1학점) 그리고 체육시간이 주 2시간(2학점)이다. 이 필수교양 과목은 주요 과목에 속하지는 않지만 반드시 등록해야 하는 과목이다.

이 4과목(5시간)으로 7교시를 모두 할애해야 한다.


이제 8교시만 남아있다.

한 주(월요일-금요일) 수업을 기준으로 8교시에 들어갈 5시간을 내가 원하는 과목으로 선택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이 5시간이 모든 학생에게 주어지는 자유선택 과목 시간이며 5시간이라 함은 2시간짜리 1과목과 3시간짜리 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음을 말한다. 많은 다양한 과목 수업을 제공하지만 그중에서 학생들이 한 학년에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은 고작 2과목뿐이며 과목도 그다지 흥미롭지도 않았다. 그중 기억나는 과목이라면 기술, 생활미술, 가정, 회계기초, 비즈니스 입문 등이다.

만약 오케스트라, 밴드, 합창부 중의 한 분야를 선택한다면 이것은 3시간짜리 수업이다.

실제로 각학년의 약 3분의 1 이상은 오케스트라, 밴드, 합창부에서 활동한다. 스포츠만큼 학생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활동 중의 하나다.


이제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은 단 한 과목이 남았을 뿐이다. 언뜻 보기에 복잡한 수강신청에 무슨 과목을 들어야 할지 고민이 되고 신중하게 선택해야 할 듯하여 걱정이 되지만 사실은 한 과목 정도만 어떤 과목을 들을까 하고 고민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더구나 이때 대부분의 학생들은 좀 재미있어 보이거나(실제로 재미있는 과목이 없음), 쉽게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 같거나, 수업도 쉽고 과제도 적은 과목으로 고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이렇게 쉬운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중학교 때까지만 누리는 여유일 수 있다. 고등학교에서는 선택과목도 대학진학을 염두에 두고 골라야 하니까.


아이가 처음으로 중학교에 진학할 때는 미국교육의 경험이 전혀 없었으므로 긴장이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하게 되어있고 그렇게 갈 수 있게끔 학교에서 가이드를 하므로 부모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부분은 별로 없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10년 전 경험을 적은 글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지금 중학생들은 어떤 교양필수와 선택과목을 듣고 있는지 팬데믹 이후 업데이트된 내용을 적어보겠습니다. 모든 학교들이 다소 차이가 있음을 염두에 두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담임이 없으면 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