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이 망했다'는 소리를 듣는 이유
어떤 사람은 미국 공교육의 좋은 점을 또 어떤 사람은 미국 공교육이 얼마나 망가졌는지를 자신의 경험으로 설파한다. 사실은 누구도 틀리다고 말할 수 없다는 점이다.
미국 공립학교의 운영이 학군 자체에서 독립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어떤 학군(타운)에 거주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 좋은 학교와 직결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이때 중상류층 타운에 초중고 합쳐서 10개 미만의 학교를 운영하는 학군과, 가난한 지역에 하나의 학군에 100개 또는 1000개의 학교를 운영해야 한다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 같은 수준의 교육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것에 누가 의의를 제기할 수 있겠는가.
학군의 학년편성을 살펴본 지난 글에서 소개한 것은 한 학군에 가장 적은 수의 학교가 있는 곳은 2개의 학교, 가장 많은 학교가 있는 곳은 23개의 학교가 있었다. 한 학군에 23개의 학교가 있는 곳은 펜실베이니아에서 3번째로 큰 학군이다. 그러면 가장 큰 학군은 몇 개의 학교가 있을까?
펜실베이니아에서 가장 큰 학군은 필라델피아 시티다. 공립학교만 약 327개(년도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음)의 학교가 있다. 필라델피아의 공교육이 망했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 일반적이다 못해 텔레비전 시트콤(코미디)으로 제작된 "애봇 초등학교(Abbott Elementary)"를 마치 이 지역의 대표적인 교육의 예시로 제시하는 일이 생길 정도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라면 누가 이런 도시에 계속 살 수 있겠는가.
이쯤에서 큰 도시에는 많고, 작은 학군에서는 드문 다른 형태의 공립학교를 아는 것이 필요하다.
공립 의무교육(K-12)은 무료로 제공되는 것을 말하며 운영 방식에 다소 차이가 있는 "챠터스쿨"과 "매거넷 스쿨" 도 공립학교의 다른 형태이며 무료다.
공립학교의 종류는 크게 아래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 일반공립: 각 학군에서 관리, 감독, 운영한다. 거주지에 따라 학교 배정이 되는 가장 일반적인 형태로 도시 외곽(교외)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공립학교라면 이런 형태의 학교만 알고 있을 수도 있다.
2. 차터스쿨(Charter School): 학군 내에서 스스로 운영할 능력이 부족하여 민간에게 교육과 운영을 맡기고 교육비를 지원해 주는 형태다. 가끔 훌륭하게 운영되는 성공적인 차터 스쿨이 소개되기도 하지만 전혀 교육에 사명이 없는 사람도 운영진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부작용도 많다.
거주지에 따라 또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혜택이 있을 수도 있으며, 추첨방식으로 배정받기도 하는 등 학교마다 다소 등록방식이 다르다. 그리고 특별한 시험으로 선별하는 것은 아니다.
3. 매거넷 스쿨(Magnet School): 우수한 학생을 모집하기 위한 선별과정을 거친다는 점이 다른 학교와 다르다. 학교마다 선별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시험/평가 지표를 적용하는가의 차이는 있지만 전통과 명성이 있는 학교들은 경쟁률이 매우 높으며 이런 고등학교는 당연히 명문대학으로 가는 지금길이 될 수 있다.
한국의 특목고(특수목적고등학교: 과학고, 예술고 등)라고 이해하면 쉬울 듯하다. 다른 점이라면 미국에서는 도시/지역에 따라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유치원(또는 3세)부터 시작하는 곳과 중학교부터 시작하는 곳 등 학교마다 다양하다.
그럼 미 전역에서 가장 큰 학군(한 학군에 학교가 많은)을 가진 도시는 어디일까?
1위. 뉴욕시 (공립:1,870개 학교가 있다.)
2위. 로스앤젤레스 (약 1,300개 학교)
3위. 시카고(약 600개 학교)
이렇게 대도시와 비교할 때 펜실베이니아에서 제일 큰 학군인 필라델피아의 약 327개 학교는 도시의 규모를 말해주듯 그다지 큰 것도 아닌 셈이다.
미국에서 가장 큰 학군인 뉴욕시 공립학교(New York City Public Schools: www.schools.nyc.gov)에 공지한 자료를 몇 가지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학교수: 총 1,870개
-학생수: 912,064명(+차터스쿨 학생:145,997명)
-저소득층: 73.5%
-인종: 히스패닉(42.2%), 흑인(19.5%), 아시안(18.7%), 백인(16.2%) 등등이다.
위에 소개한 공립학교 종류와 뉴욕 공립학교의 몇 가지 자료를 토대로 대도시 학교의 장단점을 간단히 적어보면 아래와 같다.
장점으로
가장 큰 특징은 매그넷 스쿨이 많다는 것이다. 그것도 역사와 전통이 있는 명문학교가 많아서 명문대학 진학률이 매우 높다. 명문대학에서 공립고등학교 출신이라는 소리는 대부분 이런 매그넷스쿨 출신일 확률이 높다. 예를 들면 뉴욕의 "Stuyvesant High School" 같은 학교가 실제로는 매그넷 스쿨로 분류된다. 이런 학교들이 대도시 교육의 중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단점이라면
1. 우선 이민 1세대들이 대도시에 많다. 이들은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환경이 나쁜 학교에 자녀가 방치되는지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2. 자녀에게 맞는 환경을 찾는다는 자체가 쉽지 않으며 매그넷 스쿨에 보내려면 시험을 거쳐야 하니 학원에 우선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으로 연결된다. 학원도 이런 기회를 홍보에 이용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3. 스쿨버스가 없는 곳이 더 많고 통학거리가 아주 긴 시간 소요될 수 있다. 아이가 체력이 약하다면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 있다. 지인의 말을 빌리면 뉴욕 퀸즈에서 학교까지 6년(7-12학년) 동안 등하교에 하루 왕복 3시간 정도를 보냈다고 했다.
미국의 큰 도시에서 학교를 보내는 것은 직접 경험하고 싶지 않을 만큼 험난한 여정이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 도시 안에서 살다 보면 적응해 가고 살아지는 게 사람 사는 일이겠지만 그래도 쉽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다. 뉴욕에 사는 학부모가 "미국이라고 학원 안 가는 줄 알아?"라고 한다면 맞는 말이다. 다만 그런 대도시가 아니라면 굳이 왜 학원을 보내야 하는지 모르는 것 또한 맞는 말이다.
명문 고등학교가 가까운 곳에 없어서 아쉬운 것보다 부모와 아이 모두 도시에서 시달리지 않고도 무사히 좋은 교육을 마칠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가슴을 쓸어내리게 할 만큼 안도하게 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