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에도 있는 서열화,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학교, 학군, 주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관찰을 기록합니다.
한국인 학부모들은 자녀에 대한 교육열이 높고 정보력이 뛰어난 때문인지 좋은 학군을 찾아 이사를 하는 것이 쉬워 보일 때가 많다. 물론 이런 현상은 정착을 하지 않은 이민자라면 이사가 어렵지 않고, 내가 모르는 미국인들도 별반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대학뿐만 아니라 고등학교도 순위를 매긴다.
부동산 리스트를 올리는 사이트에 소개하는 등급(1-10)이 아니라 등수로 매기는 학교 순위를 발표한다.
학교 랭킹이 학부모들에게 얼마나 영향이 있는가 하는 것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우선 상위 10위 안에 드는 학교라면 당연히 자랑이 된다. 그 외 20-30% 안에만 들어도 "좋은 학교"라는 한마디에 모든 것을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
펜실베이니아 주는 공립학교(K-12) 2,941개(2021-22년 기준), 사립학교는 약 2,100개가 있다.
(참고로 - 대한민국 전국 고등학교는 총 2,380개; 2024 기준)
( -미국 공립고등학교는 총 23,810개; 2019 기준)
펜실베이니아의 공립고등학교는 632 학군에 741개(2023-24 US News기준)가 있다.
학교의 순위를 매기는 기준으로는 ;
1. 교사와 학생의 비율(한 반에 학생 몇 명으로 수업을 하는가?)
2. 학생들의 학습능력평가 시험점수는?
3. 대학 진학률은?
4. 예체능 외 Extracurricular가 얼마나 잘 운영되는가?
5. 중퇴하는 학생의 비율은?
등을 지표로 삼으며 조사 기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나의 거주지 인근에 주로 5%(20-50위;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전후에 해당하는 좋은 학교들이 있지만, 내 아이가 다닌 학군은 약 10%(70위 내외) 수준의 학교였다. 이 학교의 대학 진학률은 약 60% 정도로 그야말로 전국 평균정도 된다. 그중 유펜을 비롯한 명문 대학에 2%(약 10명 내외), 그리고 학년에서 10% 정도의 성적을 유지하면 아너스 대학은 무난하게 입학할 수 있었다.
이 정도의 학교는 동양인들에게는 별로 환영받지 못하는 곳이다. 특히 한국인들은 떠날 수 있으면 대부분 떠난다. 실제로 정확한 정보를 알고 옮겨간 것인지 아니면 주변에서 다른 곳이 더 좋다고 해서 더 좋은 학군으로 옮겨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또한 그들의 자녀들이 얼마나 만족할 만한 학창 시절을 보냈는지도 알 수는 없다. 다만 개인마다 성향이 있으니 좋았던 아이들도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으리라 짐작해 본다.
그러면 미국인들은 어떨까?
상위 10%에 정도에 속하면 당연히 좋은 학교다. 이 지역이 삶의 터전이기에 특별히 부모가 직장을 옮겨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이사 가는 일이 드물고, 좋은 학교로 옮긴 예는 초등 졸업 후 비싼 사립으로 옮긴 친구가 몇 명 있을 뿐, 대부분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동창이다.
그럼 왜 미국인들은 좀 더 적극적으로 경쟁을 하지 않을까?
좋은 학벌을 만들어 계층이동이 가능하게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라고 생각한다면
'미국인들은 계층이동이 어렵다'라는 말도 전혀 터무니없어 보이진 않지만 그 외에도
어느 정도의, 어떤 계층이동을 원하는가?
계층이동을 하면 무조건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근거는? 등의 질문을 해보게 되는 부분이다.
사립고등학교들과 마그넷 스쿨(magnet school: 공립 특목고)들이 학교의 명성을 걸고 최고의 대학으로 진학을 목표로 학업을 하는 것과 달리 일반고등학교는 대학입시에 대한 중압감이 훨씬 적다. 하지만 미국 고등학교 최상위권 학생들은 명문대 진학을 두고 유학생들과도 경쟁을 하게 된다.
매년 전 세계에서 미국대학으로 오는 유학생은 약 백만 명(1.1 million; 210개 이상의 국가)이다.
그중에서도 인도(약 33만 명), 중국(약 28만 명), 한국(약 4만 명)으로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한다. 유학생이라고 모두 명문대학으로 오는 것을 아니지만 실제로 명문대학들의 캠퍼스에 가보면 얼마나 많은 동양인이 있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 고등학교의 명문대학 진학률은 정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논리적인 사고로 계산하지 않더라도 자리는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무조건 좋은 대학을 위한 무한 경쟁으로 뛰어들지 않는 것뿐이다. 할 사람만 하는 분위기가 일반공립이라고 하겠다.
결국 학교 서열화가 없는 게 아니라 내게 중요하지 않으면 가볍게 여길 수 있는 문화이기에 옆집 아이가 내 아이보다 좋은 대학을 가도 즐거운 마음으로 초대해 같이 졸업파티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내 아이가 다녔던 학교는 어떤 점이 좋았고, 아쉬운 점은 무엇이었는지 소개하면서 마치고자 한다.
좋았던 점:
1. 학군이 경제적인 면에서 여유가 없고, 학교 건물이 낡아서 냉난방이 힘들었음에도 13년 동안 학교에 기부금(또는 모금활동) 내라는 소리 한번 없이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했다.
2. 실력 있는 선생님과 보통선생님이 골고루 있어 '좋은 어른'들과의 다양한 만남의 기회가 있었다.
3. 예체능 과목에 충분한 교사를 배치하여 전인교육에 힘썼다.
4. 주류 학생들이 착한 분위기를 선도하자 학교 전체가 모범이 되는 현상이 지속되었다.
5. 아시안 학생이 적어 사교육에 휩싸일 염려가 없었다.
아쉬웠던 점:
1. 로봇 클럽(Robotics Club), 디베이트 클럽(Debate Club) 같은 특별활동이 없었다.
2. 대회 참가하는 활동을 지도할 경험 있는 교사가 없어 항상 참가만 할 뿐 제대로 된 수상을 기대하기 어려웠다.(참가하는 것에만 의의를 두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기도 했다.)
3. 경쟁하는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약해서 뛰어나게 잘하는 게 없는 학교였다.
4. 대학을 간 후에야 일반 고등학교의 ‘다양성’과 사립의 ‘다양성’은 큰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학교 랭킹이 얼마나 영향력이 있고, 더 좋은 학군의 학교는 얼마나 훌륭한 교육환경을 제공하는지를 수치로 보여주는 것이 얼마나 정확한지는 알 수 없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내 아이에게 잘 맞는 학교인가를 아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옆 학교들보다 순위는 안 좋았지만 아이에게 만족스러운 학창 시절과 성장을 일궈낸 학교에 많은 애정이 남아있어 지금 이런 글을 공유하는 계기가 되었음을 고백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