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학교에서 만나는 교사들
개인적으로 관찰한 것을 기록합니다. 학교, 학군, 주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미국의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한마디로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것은
첫째: 각 주마다 교사자격증 취득에 필요한 것이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둘째: 사립학교와 공립학교가 교사 채용에 필요한 조건과 기준이 차이가 있으며
셋째: 공립학교도 주마다, 각 학군마다 채용 기준과 보수에 차이가 있고, 공립학교 중에서도 일반공립, 챠터스쿨, 마그넷스쿨에 따라 각각 다를 수 있으며
넷째: 같은 주 내의 일반 공립학교라도 대도시, 중소도시가 다르고 학군의 크기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으며
다섯째: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의 선생님의 역할 또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모든 여건을 감안하고 그중 이 글에서는 펜실베이니아 주 중에서도 교외(suburb: 큰 도시 근교)의 일반공립학교의 경험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교사자격증 취득과 채용>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교사 자격증은 주정부가 관리함)
1. 대학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하고(주에서 승인한 교직과정을 이수)
2. 교생실습(student teaching)의 경험을 쌓고
2. 교사 자격증 시험(Praxis 또는 PECT)에 합격한 후
3. 펜실베이니아 교사 정보 관리 시스템(Pennsylvania Teacher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TIMS)을 통해 펜실베이니아 교육부에 신청하면
4. 신원조회:(background checks: 범죄사실이 없는지)를 거친 후
정식 교사자격증(Instructional I Certificate): 6년간 유효)을 받고, 자신이 원하는 지역 학군에 교사채용 이력서를 제출하게 됩니다.(교직생활 3년의 경력 후에는 영구적인 Instructional II Certificate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고 그에 필요한 시험과 해당 전공분야의 추가 교육을 마친 후 신청하게 됩니다.)
교사 채용의 권한은 교장에게 있으며, 큰 학군의 경우 지역교육위원회 인사팀(Human Resources)에서 관리를 해 주기도 하지만 면접 등 중요한 결정권은 여전히 교장에게 있습니다.
좋은 학군일수록 오래 근무하는 교사가 많아 공석이 잘 나지 않으며,
지역에 따라 교사를 못 구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곳은 교사가 되기 위한 진입 장벽이 낮을 수도 있습니다. 중부 지역 중에 필리핀에서 온 단기 비자(3년)로 교사를 채용하는 사례가 인터넷에 다수 올라와 있을 정도입니다.
<미국 학교에서 느끼는 교사의 역할>
교사의 역할은 어느 나라나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역할의 해석이나 실행은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1. 학습 안내자로서의 역할: 교사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학생의 학습 활동을 돕는 일이겠지요. 미국에서는 초등학교부터 시작되는 우열반이 있어서 비슷한 학습역량을 가진 학생들이 주로 한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 것에 익숙합니다. 물론 장단점은 있습니다.
2. 인성 지도의 역할: 교사들에게 때에 따라 친구나 부모 같은 친근한 역할까지 기대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미국 선생님들은 가끔 친구같이 편안하게 학생들을 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되는 것이 '선을 넘으면 절대 안 된다'는 것입니다. 존경보다는 존중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선생님은 친구나 부모가 아닙니다. 근무시간 이후에 선생님과 연락할 수 없습니다. 사적인 연락처를 공유하지 않으며 교사와의 연락은 학교의 공식 통로(전화와 이메일)로만 할 수 있습니다.
3. 관리자로서의 역할: 학생들을 관찰하고 성적을 평가하고 학부모 면담을 하는 것이 관리자로서의 역할이라면 미국 중고등학교에서는 문제아가 아니라면 학부모 면담은 거의 없습니다. 적성지도, 진로지도는 없습니다.(사립은 다를 것으로 예상됨) 진로지도는 카운슬러와 상담은 하지만 지도해 주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생활기록부를 기록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학생을 관찰한다는 의미가 다를 수 있습니다.
4. 롤모델로서의 역할: 미국 교사에게 있어서 롤모델의 역할은 아주 중요합니다. 교사는 자신의 '삶'을 보여주는 직업이라는 점입니다. 일단 높은 비율의 선생님이 학군지 지역에 거주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동네 환경을 잘 아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교사는 자신의 담당교과목 수업 외에 방과 후 클럽/스포츠 활동을 지도합니다. 운동 코치들은 모두 교사입니다. 모든 방과 후 활동에 교사들이 봉사하게 됩니다.(약간의 활동비는 지급됩니다.)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팀활동을 돕는 것 외에 가정에서의 역할(배우자, 부모)과 개인의 삶(취미활동)을 학생들과 공유하는 것은 아주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수학선생님은, 테니스팀 코치를 하고, 취미로는 드럼을 쳐. 학교 행사 때 실력을 과시하기도 하는데 너무 멋있어. 가족으로는 아내와 초등학생 자녀가 둘 있는데 선생님은 딸을 더 좋아하셔..."
5. 신뢰받는 어른의 역할: 학생들이 학교에서 보내는 기간을 생각해 보면 모두가 인생에서 중요하고 긴 시간을 교사들과 함께한다는 사실입니다. 선생님은 부모들보다 많은 대화의 상대일 수 있고, 친척이나 친구들보다 가깝울 수도 있으며, 주변의 어떤 어른보다 신뢰할 수 있는 대상임에 분명합니다. 때문에 학교에서 선생님(어떤 과목의 선생님이든, 클럽지도교사든 상관없이)과 정서적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학생들의 얘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고민을 말할 수 있는,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적극 도와주는 선생님을 한 분이라도 사귀어야 합니다. 그런 경험을 할 수 있게 준비된 곳이 학교이고, 선생님들은 그럴 준비가 되어있는 분들이며 가장 믿을 수 있는 어른이며 또한 당연히 그래야만 합니다. 선생님들의 생활을 보면서 삶을 배우고 성장해 가는 것. 이것 또한 학교 교사들의 중요한 역할과 덕목이며, 자녀가 학교 생활을 원만하게 하는 원천이자 학교폭력을 미연에 방지하는 지름길이 됩니다.
<어떤 사람이 교사의 길을 선택할까?>
미국에서는 교사가 선호하는 직업은 아니라고 하는 것이 더 맞는 말일 수 있습니다. 안정적인 직업이라고 하기엔 처우가 나쁜 학군과, 학생들이 난폭한 곳도 있습니다. 연봉이 다른 직종에 비해 많은 것도 아니며 가르치는 일이 쉬운 것도 아닙니다. 좋은 학군은 아무리 모든 조건이 만족스러워도 쉽게 공석이 생기지 않아 기회를 잡기가 어렵고 그림의 떡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의 길을 선택하는 사람들을 보면,
학교 커뮤니티와 지역 커뮤니티에 스며들어 사는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교과과목을 가르치는 것 외에 내가 좋아하거나 잘하는 것으로 학교에 봉사하는 것이 즐거워야 합니다. 미국학교의 클럽/스포츠 활동은 모두 선생님들의 봉사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교사는 학교가 마치는 시간에 퇴근할 수 있지만 중고등학교 교사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롤모델이라고 해서 '훌륭한 선생님'이라는 추상적인 기대보다는 학생들과 함께하는 활동이 많아 친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립니다. 건강한 시민, 이웃, 직업인으로서 삶을 학생들과 커뮤니티와 함께 하는 것이 즐거운 사람들이 교사입니다.
교사라는 직업은 학생들이 학교를 다니는 기간 동안 가장 정확히 관찰하고, 느끼고, 어떤 선생님이 될 수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는 직업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학생들은 자신이 교사가 되고 싶은지 아닌지 정도는 명확히 결정하고 졸업합니다. 그 외 다른 분야의 진로에 대해서 막연한 것은 미국학교라고 해서 별반 나은 것이 없는 게 현실입니다.
학교의 역할을 논할 때, '학교, 가정, 지역사회가 함께 한다.'는 표어는 쉽게 볼 수 있지만 실제로 그 역할의 실천을 누가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잘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표본이 될 수 있는 사람이 지역으로 돌아와 커뮤니티에 스며드는 선순환의 매개체가 되고자 선택하는 직업이 교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