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식당, 2015>
저의 집에서는 매 주 작은 영화관이 오픈합니다.
저와 제 가족의 은밀한 곳이죠.
상영시간은 '마음이 내킬 때'이고 팝콘과 콜라 대신 커다란 B사의 아이스크림이 대신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상영 영화도 항상 달라지는군요.
오늘은 이 오래되고 은밀한 영화관에서 드라마 심야식당의 극장판이 상영되었습니다.
이 식당, 참 사람 냄새 폴폴 난다.
도쿄의 번화가 뒷골목, 매일같이 밤 12시부터 낮 7시까지 문을 여는 식당이 있습니다. 메뉴는 별로 없지만 주인장이 가능한 요리는 다 만들어주는 이곳은 바로 심야식당입니다.
원작은 아베 야로의 만화 '심야식당,' 원작에서 드라마로, 드라마에서 영화로 만들어 지기까지. 심야식당 오랜 팬이었던 사람들은 뿌듯하기만 한 심야식당의 승승장구. 한국에서도 작년 여름에 20부작 드라마로 리메이크됬었는데, 너무 "만들어 낸" 것만 같은 세트에 어느 남 아이돌의 발 연기와 함께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습니다. 사실 원작 만화나 드라마를 안 보신 분들도 SNS나 인터넷을 통해 짤방을 보셨을 수 도 있겠네요. 아, 못 보셨다고요? 그럼 굳이 추천은 해 드리지 않겠습니다. 보고 난 후 손이 냉장고에 저절로 가 있을 테니까요.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그리 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나오는 사람들, 그들이 겪는 이야기, 또 그들이 먹는 음식은 세상 그 무엇보다 소탈하고 평범합니다. 그리고 그 평범함에서 나오는 편안함이 우리들의 마음속 허기를 달래 줍니다.
일본 영화들은 대체로 느리고 조용한 편이죠.
할리우드 영화들처럼 소재가 기상천외하고 스크린에 한시라도 눈을 떼지 못하겠는 스피디한 전개 속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막 대청소를 끝낸 나른한 일요일 오후 같은 분위기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영화는 참 오랫동안 두고두고 보시게 될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심야식당의 주인이자 요리사인 마스터, (굳이) 우리나라 말로 치면 주인장쯤 되겠네요.
웹툰에서나 드라마에서나 항상 에피소드가 바뀌면서 요리도 바뀌고 사람들도 바뀌었지만 유일하게 이 작품 원탑의 호사를 누리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외모는 그럭저럭, 눈에 이 따시만 한 흉터가 있고 말수가 별로 없는, 자칫하면 동네 건달같이 보이는 인상의 소유자이지만 그 누구보다 친절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입 무거운 사장님인데요. 드라마와 영화를 보는 내내 어찌나 이 심야식당이라는 곳에 가고 싶던지.
식당을 찾는 사람들의 고민을 묵묵히 잘 들어주고 그들의 고민을 다른 사람들에게 발설하지 않으며 또 그 무엇보다 맛있는 그 사람만의 소울푸드를 만들어 주는 마스터를 그 누가 거부할 수 있을까요?
영화는 네 가지 에피소드로 엮어졌습니다.
한 나이 든 부호의 세컨드였던 타마코의 소울푸드 나폴리탄, 지방에서 도쿄로 온 미치루에겐 특별한 마밥, 켄조 상의 큰 슬픔을 위로해 준 카레라이스, 또 마지막으로 이 모든 에피소드 사이사이를 잇는 연결고리까지. 120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이 영화는 우리 마음속에 텅 비어있는 그 어딘가를 맛있는 위로로 채워줍니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찾는 당신만의 소울푸드가 있나요?
한 입 먹으면 슬픔도 잠시 잊게 된다는 마스터의 음식, 이곳은 심야식당입니다.
소소한 영화관에 올려지는 영화들은 모두 작가가 추천하고 싶은 영화들이며 모든 글은 작가의 극히 주관적인 소견임을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