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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소 Jan 13. 2016

삶을 향한 의지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2015>

저의 집에서는 매 주 작은 영화관이 오픈합니다.

저와 제 가족의 은밀한 곳이죠.

상영시간은 '마음이 내킬 때'이고 팝콘과 콜라 대신 커다란 B사의 아이스크림이 대신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상영 영화도 항상 달라지는군요.

이번 주에는 이 오래되고 은밀한 영화관에서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가 상영되었습니다.





keyword #1 <디카프리오, 정말이지 이 남자 이 갈았다>


그 동안 쌓아왔던 연기 내공을 이 영화에 모두 쏟아 부은 것 같다.


역시 될 성 푸른 사람은 떡잎부터 다르다는 게 정말 맞는 건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5살 때부터 여러 광고와 교육용 영화에 출연하면서 방송에 자신의 얼굴을 알렸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차근차근 쌓아온 이 남자의 필모그래피는 정말 대단했는데요.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로미오와 줄리엣 (1996), 타이타닉 (1997), 캣치 미 이프 유 캔 (2002) 등 다양한 작품과 배역에 임하며 그의 연기도 한층 성숙해졌습니다.


2013년, 뉴욕 월 스트리트에 레전드로 남아있는 조단 벨포트의 실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에서 벨포트역으로 갖은 욕설을 내뱉으며 자신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조금씩 분출하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그가 일을 냈습니다.


레버넌트는 미친 영화입니다.


2015년 미국 아카데미 4관왕에 빛나는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의 빈틈없는 연출력, 조명기구 없이 오로지 자연광만을 이용해 촬영했다고는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는 촬영기술, 그리고 그 모든 것의 가운데 우두커니 서있는 디카프리오까지. 연출, 기술(또는 CG), 연기 이 3 박자가 모두 맞는 영화를 얼마나 많이 보셨는지요?


말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톰 하디의 콤비라지 사실 이 긴 장편영화(156분)의 60퍼센트 이상이 디카프리오가 혼자 고군분투하는 단독신 들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나오는 신도 많지만 그 사람들이 곧 무지개다리를 건넌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사람들 정말 고생 많이 했겠구나 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는데, 실제로 디카 프리오와 톰 하디를 비롯한 많은 배우들이 촬영 전 '모피 사냥꾼 되는 훈련'을 받았다고 해요.  활쏘기, 덫 놓기, 가죽 벗기기 등 모든 것을 철저히 실제 상황처럼 준비하고, 또 채식주의자인 디카프리오는 하루에 4kg이 넘는 고기를 먹으며 몇 달 동안 씻지도 않는 (이쯤 되면 배우 때려치웁시다) 고생을 하며 촬영에 임했다고 하네요 (참조:Magazine M).


10일 그가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탔다는 소식이 들려왔는데, 그의 타고난 외모에 가려 빛 못 보던 그의 미친 연기력이 이번에는 정말 그토록 염원하던 아카데미를 타게 해 줄지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keyword #2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휴 글래스의 실화>


1922년 밀워키신문에 난 휴 글래스의 이야기 (글래스는 1833년에 죽었기에 이미 오래 전 이야기를 기사화 한 것)


19세기, 미국 개척시대에 한창 가죽 무역이 활발 해 질 무렵, 미국 전역을 누비며 사냥하던 사냥꾼들 중 하나였던 휴 글래스 (Hugh Glass, 1780-1833).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사냥을 하던 그는 회색곰에게 습격을 당하고 치명적인 부상을 입습니다. 등살이 찢기고 뼈가 으스러진 채 의식을 잃은 글래스를 동료였던 피츠제럴드와 브리저는 그가 죽기 전까지 돌봐주고 장례를 치러주기로 했지만, 인디언들의 습격을 받을까 두려워 아직 목숨이 붙어있던 글래스를 내버려두고 그의 무기까지 다 챙겨 달아납니다.


남겨진 글래스는 기적적으로 의식을 되찾고 자신이 버려진 것을 깨닫고는 홀로 응급치료를 하고 200마일 (320km)이라는 어마어마 한 대장정을 시작합니다.


6주 동안 걸린 이 여정 가운데 글래스는 썩어가고 있는 자신의 살을 도려내기 위해 구더기 치료 (Maggot therapy: 구더기를 썩어가는 살 위에 올려놓아 썩은 살을 먹게 해 생살이 나게 도와준다)를 하기도 하고, 야생동물이 먹다 남긴 죽은 동물 뼈에 붙어있는 살을 먹기도 하고 (그러나 여정 대부분을 야생 열매와 뿌리로 버티어 냈다고 한다), 또 인디언의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다량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의 결말은 꽤 통쾌한 것에 비해, 실화의 결말은 약간 아쉽습니다.

6주간의 여정 후 그를 배신한 동료 중 한 명인 브리지를 만난 글래스는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그를 살려주고 (당시 브리저는 열아홉이었다), 또 다른 한 명인 피츠제럴드는 글래스가 자신을 못 죽이도록 군대에 입대 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사실 영화에서 휴 글래스가 이 말도  안 되는 여정을 하게끔 만드는 실질적인 원동력인 아들과 인디언 아내는 모두 허구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를 이렇게까지 이끈 것은, 글래스 자신의 살고자 하는 의지와 자신을 배반한 동료들을 향한 분노가 아녔을까요?



keyword #3 <호랑이랑 곰이 싸우면 어느 쪽이 이길까?>


이 장면을 보면서 내 몸이 다 쑤셨다.


사실 이 영화를 보며 제일 생각났던 것은 '아, 역시 할리우드의 기술력은 따라가지 못 하겠구나'였습니다. 실제로 몇 달 전 대호 시사회를 갔다 온 적이 있는데 그때 생각했던 게 다시금 생각이 나네요, '여기까지가 최선인 것 같다.'


사실 대호는 영화 자체가 호랑이를 위주로 만들었기 때문에 CG의 양이 어마어마했고 미숙한 개연성 때문에 그런 시대극 자연 대참사(?)에 익숙하지 못한 배우들의 어눌한 연기력 커버가 잘 안된 것은 사실이지만, 레버넌트에서 곰이 나오는 장면이 5분 정도밖에 안되는데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 장면이 생각나는 것을 보고 이것이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구나 깨닫게 됩니다.


실제로 호랑이랑 곰이랑 싸우면 어느 쪽이 이길까?


놀라운 건 사실 이 대결은 야생에서 벌어질 수 없는 일이라고 하는데. 결론은 종에 따라서 서로가 이길수도 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스크린 속에서 벌어진 이 두 영화로만 보았을 때, 이번에는 곰이 이기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네요. 마지막으로 레버넌트 영화 속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곰을 보고 제 어머니가 하신 말씀을 살며시 적어 봅니다 (이 분도 대호를 보셨음).


"저건 진짜야."






소소한 영화관에 올려지는 영화들은 모두 작가가 추천하고 싶은 영화들이며 모든 글은 작가의 극히 주관적인 소견임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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