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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소 Jan 15. 2016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아직 앨리스랍니다

스틸 앨리스 (2014)

저의 집에서는 매 주 작은 영화관이 오픈합니다.

저와 제 가족의 은밀한 곳이죠.

상영시간은 '마음이 내킬 때'이고 팝콘과 콜라 대신 커다란 B사의 아이스크림이 대신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상영 영화도 항상 달라지는군요.

어제는 이 오래되고 은밀한 영화관에서 줄리안 무어에게 2014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선사한, 스틸 앨리스가 상영되었습니다.




keyword #1 <그녀>


병이 더 악화 되기전, 그녀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놓는다.


보통 아주 사소한 것, 가령 오늘 점심에 무엇을 먹었는지 생각이 안나도 답답하고 짜증이 나는데,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의 조각들이 하나씩 사라져 간다면 그건 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고통일 것입니다.


신경 과학자 리사 제노바의 베스트셀러를 영상에 담은 이 영화는 한 여자가 자신의 병과 어떻게  공존하는지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여 주인공인 앨리스는 자신의 병을 받아들이고, 대학교수인 자신 답게 엘리트적으로  병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최대한 보호합니다. 일단 자신의 핸드폰에 꼭 해야 할 일들을 적고, 자신밖에 모르는 개인적인 질문들을 적고는 매일같이 그 질문에 대답합니다. 또 아무리 노력해도 언젠가는 올 마지막을 위하여 그녀는 다량의 수면제도 준비해 놓습니다.


알츠하이머라고 진단을 받은 후, 조금씩 자기가 사랑하는 일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들 조차 조금씩 까먹고 있는 그녀가 더욱더 혼란에 빠진 것은 그 누구 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을 잃고 있다는 생각 때문일 것입니다.


촉망받는 언어학 교수, 아름답게 자란 세 자녀의 엄마, 또 사랑받는 아내로 안정된 삶을 유지했던 그녀에게 닥친 이 상황을 앨리스는 어떻게 헤쳐나갈까요?



keyword #2 <가족>


앨리스의 두딸 (왼쪽부터) 안나와 리디아.


앨리스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첫 번째 고난이 찾아오는데, 바로 이병이 가족 내력이라는 것인데요. 이 때문에 혹시라도 자신의 두 딸과 아들이 이 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까, 검사를 해보라는 차원에서 그녀는 자녀들에게 자신의 병에 대해 말합니다.


다행히도 테스트에서 아들은 음성이 나왔고 큰 딸은 양성이 나왔지만,  뱃속에 있는 쌍둥이들은 음성이 나온 것으로 만족하는데요. 막내딸 리디아는 혹시나 양성이 나올까 검사 자체를 받지 않기로 합니다.


영화 속에서 앨리스의 두 딸은 엄마가 환자가 된 후 엄마의 병을 대하는 방식이 달랐는데요.

우선, 첫째 딸인 안나는 철저히 엄마를 환자로 생각하고 대하며 하나서부터 열까지 챙겨주려 합니다. 하지만 둘째 딸인 리디아는 엄마가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을 챙길 수 있도록 격려하는데요. 아직 나이가 어려 시간이 제일 많은 리디아는 이번을 계기로 앨리스와 엄마와 딸로서 조금 더 가까워집니다.


두 딸 모두 그 누구보다 엄마인 앨리스를 존경하고 사랑하지만, 자존심 강하고 독립심 강했던 앨리스에게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도와 준 리디아는 참 고마운 사람이 아니었을까요.


알츠하이머는 발병되고 난 후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환자의 주변 사람들까지 힘들게 하는 병인데요.

병이 발견된 후에도 자신이 강의하던 대학을 계속 나가며 자신의 삶을 최대한 그 전처럼 이어가려던 앨리스는 저하된 기억력 탓에 자신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 안 좋은 평가를 받기 시작하고.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는 학교 측에 자신의 병에 대해 사실대로 털어놓고 할 수 있는 데까지는 자신의 일을 하고 싶다고 하지만 사직을 당하고 맙니다.


학교에서 사직되고 스트레스를 풀 겸 조깅을 다녀온 앨리스. 집으로 돌아온 앨리스에게 남편인 존은 여태까지 어디 있었냐고, 왜 연락을 안 받았냐고 묻습니다. 앨리스는 조깅을 다녀왔다고 말하고, 너무나 태연한 앨리스에게 그녀의 남편은 자신의 상사 부부와 약속했던 만찬 계획이 그녀의 부재로 날아갔다고 말하며 우리들에게 정말 중요한 일들은 지켜나가길 계속 시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앨리스는 미안하다고 하며 이렇게 말하는데요.


"차라리 내 병이 암이었으면 좋았을걸. 그러면 이렇게까지 창피하지는 않았을 텐데. 암에 걸린 사람들은 핑크리본을 달며 다른 사람들이 격려해주고 기금을 모아주면서 이렇게까지 무슨 사회...... 단어를 까먹었어."



keyword #3 <저는 투쟁하고 있습니다>


담당의사의 추천으로 사람들앞에서 자신의 병에서 강연하게 된 앨리스.


상황이  더욱더 악화된 후에도 잘 견뎌내고 있는 앨리스에게 담당의사는 그녀에게 알츠하이머 병에 대해 강연할 것을 추천합니다. 그렇게 해서 사람들 앞에 서게 된 앨리스. 강연을 하며 혹시 또 까먹지 않을까 자신이 강연 한 부분은 형광펜으로 지워나가며 병에 관련된 자신의 생각과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는데요. 그녀가 남긴 인상적인 구절 중 한 부분을 이곳에 적어봅니다.


"저는 (이 병으로부터) 고통받고 있지 않습니다. 저는 투쟁하고 있습니다. 어떤 것에 일환이 되기 위해 또한 예전 제 자신과 연결돼있기 위하여."






소소한 영화관에 올려지는 영화들은 모두 작가가 추천하고 싶은 영화들이며 모든 글은 작가의 극히 주관적인 소견임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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