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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소 Jan 18. 2016

우정이라는 상호관계

<언터처블: 1%의 우정, 2011>

저의 집에서는 매 주 작은 영화관이 오픈합니다.

저와 제 가족의 은밀한 곳이죠.

상영시간은 '마음이 내킬 때'이고 팝콘과 콜라 대신 커다란 B사의 아이스크림이 대신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상영 영화도 항상 달라지는군요.

저번 주 주말에는 이 오래되고 은밀한 영화관에서 2012년에 개봉한 프랑스 영화, 언터처블:1%의 우정이 상영되었습니다.




keyword #1 <보고 또 보고 싶게 될 것입니다>


필립의 생일파티에서 드니스가 춤 추는 장면


다 보고 나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는 것만 같은 영화들이 있습니다. 언터처블: 1%의 우정도 그런 영화 중에 속해있네요.


영화의 주제는 어떻게 보면 무겁고 아이러니한데 신기하게도 영화를 보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더군요. 무엇보다 영화 속 인물들의 더함 없는 순수함이 보는 내내 계속 웃음 짓게 만드는데요. 예를 들어, 상위 1% 갑부인 필립이 친지와 지인들을 초청해 소위 '틀에 박힌' 사회지도층 식 생일파티를 한 후 그의 저소득층 친구 내지 피고용인인 드니스가 지루했던 필립의 파티를 신랄하게 비판하며 다 같이 팝 음악에 맞추어 댄스를 추는 장면은 정말 유쾌하고 통쾌하기 그지없는 장면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한 영화에 감동과 재미, 이 두 마리 토끼를 잡기란 쉽지 않습니다. 언터처블: 1%의 우정은 이 두 마리 토끼를 너무 쉽게(?) 선사하는 종합 선물세트 같은 영화인데요. 이 영화로 인해 남주인공 드리스 역의 오마 사이는 프랑스 영화제에서 아프리칸계 흑인 최초로 상을 타게 됩니다.



keyword #2 <가까워질 수없는, 그래서 더욱 반가운>


드니스: 아니, 이 속도로 밖에 못가요?


이 따뜻한 프랑스 영화에서 꼭 이야기해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두 남주인공들의 참 신기한 우정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친해지고 소통을 하며 친구가 되는 게 뭐 대수이냐고요? 이게, 이런 케이스는 좀 특별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주인공 필립과 드니스 일단 많은 면에서 굉장히 다른 사람들입니다.

드니스는 가진 것이란 멀쩡한 몸밖에 없는 땡전 한 푼 없는 가난한 백수, 말하자면 소위 사회에서 소득이 하위 1%인 기초생활수급자입니다. 반대로 필립은 천생 갑부 백만장자이지만 불의의 사고로 인해 목 밑으로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지요. 아, 또 이 둘의 인종도 다르다는 것도 있네요.


평소라면 만날 일도 없는 이 두 사람은 우연히 처음 만나고는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기로 하는데요. 거기에 덤으로 필립은 자신에게 고용된 드니스가 2주 이상 못 버틸 것에 내기를 겁니다. 그러자 드니스는 더욱더 오기로 정성스럽게 필리의 손과 발이 되어 갑니다.


원래 이 영화의 원제는 'The Intouchables, ' 건드릴 수없는 또는 가까워질 수 없는 이라는 뜻이죠.

프랑스에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 것은 상위 1%와 하위 1%의 만남이 아닌, 99%의 다름을 극복한 이 두 멋쟁이들의 진짜 순수하고 진실된 1%의 진귀한 우정이 아닐까요.



keyword #3 <그와 있으면, 내가 장애인이라는 것을 잠시나마 잊게 돼>


그가 말했다. "도화지 위에 코피 쏟아놓고 3만 유로를 받아요?"


같이 있으면, 행복해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영화에서 필립에게 드니스란 그런 사람이지요. 드니스가 사회 저소득층에 하위 1%인 사람이라서 우쭐함에 그런 게 아닌, 정말 필립을 그의 화려한 배경이 아닌 그대로 받아들이고 행동하기 때문입니다.


드니스는 필립에게 고용된 후 필립의 저택에 같이 거주하며 필립을 24시간 동안 보살피는데요. 어느 날, 서재에서 필립과 드니스는 각자 취미 생활을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필립의 핸드폰에 전화가 옵니다. 그러자 드니스는 핸드폰을 들어 필립에게 전하는데요 (말 그대로 전달만 한다, 직접 받으라는 듯이). 필립이 뭐 하는 거냐는 표정을 지으니, 드니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 참 손이 없으시지, 깜빡했어요."  






소소한 영화관에 올려지는 영화들은 모두 작가가 추천하고 싶은 영화들이며 모든 글은 작가의 극히 주관적인 소견임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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