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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소 Jan 21. 2016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몇 가지

<킹스 스피치, 2010>

저의 집에서는 매 주 작은 영화관이 오픈합니다.

저와 제 가족의 은밀한 곳이죠.

상영시간은 '마음이 내킬 때'이고 팝콘과 콜라 대신 커다란 B사의 아이스크림이 대신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상영 영화도 항상 달라지는군요.

어제는 이 오래되고 은밀한 영화관에서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라고 한 콜린 퍼스 주연의 영화, 킹스 스피치가 상영되었습니다.





keyword #1 <한 남자 이야기>



한 나라의 군주가 있습니다.


그 군주에게는 두 아들이 있습니다. 첫째 아들은 팔방미인에 못 하는 것 없는 인기 남입니다. 그에 반해 둘째 아들은 심성이 착하고 남을 잘 돌보나, 어렸을 적부터 한 가지 걸림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말을 더듬는 것 이였습니다.


왕이 승하하시고 왕태자였던 첫째 아들이 자연스럽게 다음 군주로서 군림했습니다. 근데 하필이면 왕이 사랑하는 여자가 미국에서 온 이혼녀였고 영국 왕실법도 상 왕은 이혼녀와  결혼할 수 없어서, 그는 자신의 자리에서 물러나 사랑하는 사람의 곁으로 갑니다.


첫째 아들이 왕의 자리에서 물러난 뒤  그다음 군주의 자리로 오른 사람은 바로 말 더듬는 왕, 선왕의 둘째 아들이었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는 영국에서 일어났던 실화로, 이영화는 세계적으로 유일무이 한 말 더듬는 왕, 조지 6세의 이야기를 아주 개인적이고 또 재미있게  풀어놓았는데요. 여태까지 장애를 다룬 영화는 많았지만 심리적인 장애를 가진 왕에 대한 영화는 많지 않았죠? 킹스 스피치는 아버지의 아들로서, 사랑스러운 두 딸의 아버지로서, 또 나라를 통치하는 군주로서의 한 남자의 삶과 그에 따른 고민에 대해 굉장히 사실적으로 표현해 내며 관객으로서 많은 공감과 호흥을 얻어냈습니다.


또 조지 6세 역을 맡은 콜린 퍼스는, 이 영화로 골든 글로브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는 쾌거를 이루어 냈다고 합니다.



keyword #2 <또 다른 남자의 이야기>



여기 또 다른 남자가 있습니다.


그는 사랑하는 아내의 남편이자 총명한 아들들의 자상한 아버지이며, 또 연극배우가 되고 싶어 계속 오디션을 보는 열정 있는 언어 치료사입니다.


그런 그에게 갑자기 한 남자가 찾아옵니다.  

찾아온 남자는, 말을 더듬는 나라의 왕자였습니다. 자신의 병을 극복하기 위하여  여기저기 저명한 의사란 의사는 다 만나면서 지칠 때로 지친 상태로 라이오넬을 찾아온  것입니다.


언어치료사인 라이오넬에게  찾아온 알버트 왕자는 자신이 한 나라의 왕자이고 하니 그만큼의 대우를 해주기를 당연히 생각했지만 라이오넬은 "내 집안에 있으니 내 방식에 따르세요"라고 당차게 말하며 자신의 방법으로 조금씩 왕자가 자신의 마음을 열 수 있도록 인도합니다.


역시나 라이오넬도 다른 의사들과 마찬가지로 기상천외한 방식 (욕하기, 노래하기 등등)을 고수하며 왕자의 말 더듬 고치기 트레이닝에 들어갔는데.  라이오넬은 그 무엇보다 왕자의 마음을 여는데 집중합니다. 후에 왕자의 형이 왕권을 내려놓으며 왕자는 왕위에 오르고, 자신이 가진 장애 때문에 정말 제대로 된 왕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불안해하는 알버트가 라이오넬을 개인적으로 찾아오면서 그는 그렇게 조금씩 마음을 열어 갑니다.


사실 알버트가 말을 더듬게 된 이유는 어렸을 적, 그의 유모가 사람들의 눈을 피해 학대한 기억 때문이었는데요.


말을 더듬는다는 큰 장애물을 가지고 남들의 핍박과 눈초리를 견디고 살아야 했던 그가 제 2차 세계 대전이라는 큰 난관 속에 왕위를 물려받으며 불안 속에 살아가는 국민들을 안심시켜줄 수 있을지, 영화 마지막 장면이었던 군중 앞에서의 연설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명장면이었죠.


실제로 조지 6세가 서거할 때까지 그의 친구이자 언어 치료사로 곁을 지켰던 라이오넬은 이 영화에서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 중 가장 큰 하나는 자신을 믿고 과거를 극복하는 것이라고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당신이 스스로를 믿지 않으면 그 누구가 당신의 말에  귀담아들을까요?



keyword #3 <목소리>



알버트 왕자는 왕위를 물려받기 전, 라이오넬을 눈엣가시로 보던 측근들로서 라이오넬이 사실 의사가 아니고 공식 면허증도 없다는 소식을 듣고 그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봅니다. 라이오넬은 그건 사실이나 제 1차 세계 대전에서 심리적인 충격을 받고 언어에 문제가 생긴 군인들을 치료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었고 비록 배우지는 않았으나 자신의 방법으로 그들을 치료했었다 설명하지요. 그리고 왕위 계승 바로 직전에도 자신을 군주의 그릇으로서 의심하는 알버트를 보며 라이오넬은 왕들만 앉는 자리에 떡 하니 앉습니다. 그러자 알버트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하며 노발대발하고, 라이오넬은 계속 "왜 내가 당신 말을 들어야 하지?" 하며  알버트를 더욱 화나게 하는데요. 그때 알버트가 이런 말을 합니다.


"그야 나도 말할 권리가 있으니까!"


 그리고 스스로 깨닫게 되지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왕권에 대한 자격에 대해서.




소소한 영화관에 올려지는 영화들은 모두 작가가 추천하고 싶은 영화들이며 모든 글은 작가의 극히 주관적인 소견임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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