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플라워, 2012>
저의 집에서는 매 주 작은 영화관이 오픈합니다.
저와 제 가족의 은밀한 곳이죠.
상영시간은 '마음이 내킬 때'이고 팝콘과 콜라 대신 커다란 B사의 아이스크림이 대신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상영 영화도 항상 달라지는군요.
어제는 이 오래되고 은밀한 영화관에서 저의 인생영화, 월플라워가 상영되었습니다.
첫 번째, 이 영화는 동명소설을 토대로 만들어졌는데, 그 원작 소설의 작가와 이 영화의 감독이 같은 사람입니다. 일단 영화를 원작과는 다르게 각색할 위험이 없다는 것이죠! 원작 소설은 작가이자 감독인 스티븐 크보스키가 대학시절, 2달 만에 쓴 소설로,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인 찰리가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 것 같이 쓰여 있는데요. 원어로 읽어도 책이 워낙 짧고 정말 쉬운 영어라 누구나 다 쉽게 읽으실 수 있으니 한번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두 번째, 원작 소설과 마찬가지로 영화는 배경이 1990년대 중순인데요. 그때 아직 IT산업이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아서인지 스마트폰도 없고, 인터넷도 없고. 지금보다 더 순수하고 깨끗한 아날로그식 감성이 영화에 그대로 남겨져있다고나 할까요? 지금은 뭐 많은 전자기기 덕에 삶이 편안해 졌지만, 그만큼 사람들간에 소통도 줄어들었지요.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 캐스팅된 모든 인물들이 다 캐릭터랑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냅니다. 주인공 찰리 역에 로건 래먼부터 찰리가 짝사랑하는 샘 역에 엠마 왓슨, 그리고 영화 케빈에 대하여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패트릭 역에 에즈라 밀러까지. 모두가 다 맡은 역에 혼연 일치한 것 같은 완벽한 케미와 연기를 보여주는데요. 이건 뭐 영화를 안 보시는 이상 더 이상의 설명은 불가능할 것 같네요.
소리 소문 없이 아주 조용히 그렇게 있는 듯 없는 듯한 존재감을 내뿜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영화 월플라워의 주인공인 찰리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인데요.
찰리는 어렸을 때 겪었던 말 못 할 트라우마를 가지고 고등학교로 진학합니다.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롭기만 한 환경에서 찰리는 조금씩 적응해 나가고, 또 조금 우스꽝스럽지만 마음은 너무나도 따뜻한 친구들을 만나게 됩니다.
마음의 상처가 있는 찰리, 항상 온전한 사랑에 실패하는 샘, 또 성소수자인 패트릭까지. 그들은 함께 모여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며 그렇게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갑니다.
우선 이 영화의 원제부터 짚고 넘어갈까요?
영화의 원제는 'The perks of being a wallflower"로 한글로 번역한다면 존재감이 없는 좋은 점, 즉 조연으로 사는 좋은 점 즈음이 되겠네요. 물론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 멋대로 이름을 줄여 '월플라워'라는 제목으로 영화관에 떡하니 올려놓았으니 이 걸작이 흥행은커녕 2만명도 못 채운 1만 7천명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누구에게나 영원할 것만 같은 인생의 순간들이 있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비록 고등학교이지만 어쩌면 이 영화는 (인사이드 아웃처럼) 어른들에게 더 적합한 영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은 현실에 차여 하루하루 사는데 급급해 그 시절이 얼마나 소중하고 그립게 될지 아마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을 테니까요.
왜 꼭 다 지나가야 만 그리워하게 되는 건지, 그 시절이 그리운 당신의 마음을 채워줄 영화, 월플라워입니다.
주인공 찰리가 고등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들, 샘과 패트릭을 만난 다음에 그들이 적적할 때마다 그를 데려간 곳은 다름이 아닌 터널이었는데요. 픽업트럭 뒤에 서서 저렇게 두 팔을 벌리고 다가오는 바람을 맞는 장면은 꼭 영화 비트에서 정우성의 오토바이신이 떠오르죠.
영화 맨 마지막 장면에서 찰리는 자신도 처음으로 트럭 위에 올라가 바람을 맞습니다. 그리곤 이렇게 말하죠.
"장담하건대, 그 순간 우린 영원했다."
소소한 영화관에 올려지는 영화들은 모두 작가가 추천하고 싶은 영화들이며 모든 글은 작가의 극히 주관적인 소견임을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