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팅힐, 1999>
저의 집에서는 매 주 작은 영화관이 오픈합니다.
저와 제 가족의 은밀한 곳이죠.
상영시간은 '마음이 내킬 때'이고 팝콘과 콜라 대신 커다란 B사의 아이스크림이 대신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상영 영화도 항상 달라지는군요.
저번 주에는 이 오래되고 은밀한 영화관에서 20세기 마지막 로맨스 영화, 노팅힐이 상영되었습니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와 '어바웃 타임'으로 유명한 리처드 커티스 감독이 각본을 맡고 로저 미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개봉 직후 많은 호평을 얻으며 영국에서만 1억 달러가 넘는 수익과 영국 아카데미 최고 관객상을 받으며 후에는 영국에서 제작된 영화 중 가장 큰 수익을 얻은 영화가 되었습니다.
두 명의 주연배우 모두 노팅힐을 찍기 전 세계적으로 이미 유명한 스타였는데요. 휴 그랜트는 1996년도에 로스앤젤레스에서 창녀인 디바인 브라운과 카섹스를 하다가 적발돼 벌금형을 받은 사진이 일파만파 퍼저 그야말로 헐리웃 최고의 망신을 당했는데요. 이 일이 있고 난 직후 토크쇼에 나와 잘못을 인정하고 또 영화 노팅힐에서 아주 매력적인 남성을 연기함으로써 사그라진 인기를 다시 얻는, 꼭 한국의 이병헌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영화 초반과 후반에 나오는 이 노래, 'She.'
영화를 보았던 보지 않았던 언젠가 한 번은 들어 봤을만한 노래이죠. 영화 속에서 최고의 여배우로 나오는 줄리아 로버츠의 화려한 모습과 또 그녀의 사적인 모습을 동시에 감싸 안아주는 이 노래는 마치, "그녀는 무엇을 해도 아름답다"라고 우리에게 말해주는 듯하는데요. 트레버 존스가 작곡한 영화 '노팅힐'의 영화음악은 스타워즈를 제치고 영국의 그래미, 브리트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가 당신이 일하는 곳에 찾아온다면?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아마 그녀가(혹은 그가) 나갈 때까지 눈을 떼지 못 하겠지요.
노팅 힐이라는 도로에 자리 잡고 있는 여행 관련 책방 주인 윌리엄은 매일같이 여행서적 책방에서 소설책을 찾는 손님, 떡하니 CCTV가 있는데 몰래 책을 훔치려는 손님 등과 마주하며 그렇게 하루하루 적자 책방을 운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느 날 그의 책방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여배우 안나가 방문하고, 한번 본 것만으로도 신기한데 몇 시간 후 그들은 우연히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하나하나 특색 있는 배우들이 만들어낸 영화 속 배역들, 리처드 커티스 특유의 영국식 유머 그리고 로저 미첼 감독의 부드럽고 섬세한 연출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과히 영국 영화협회의 '사상 최고의 영화들' 중 95위를 차지할 만큼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찾게 만드는 명작 영화인데요. 보통 로맨티 코미디라고 하면 갑싼대사와 키스만 난무하는 영화로 착각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런 관념을 과감히 깨뜨려줄 로코계 레전드라고 볼 수 있는 영화, 노팅힐입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랑이 그러하듯 안나와 윌리엄의 사랑도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오랜만에 안나를 만나려 그녀가 촬영하고 있는 촬영지로 찾아간 윌리엄은 그녀가 동료 배우에게 자신을 그냥 아는 사람으로 소개하는 것을 듣게 되고 실망해 자신의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며칠 후 그를 찾아온 그녀가 그에게 자신을 다시 사랑해 달라며 고백하는데요. 이미 그녀에게 많은 상처를 받은 윌리엄은 "당신은 내게 벅찬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며 그녀의 고백을 거절합니다. 하지만 안나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하며 그에게 다가섭니다.
"명성은 진짜가 아니에요. 그리고 잊지 말아요, 나도 그저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 사랑해 달라고 애원하는 소녀일 뿐이라는 걸요."
소소한 영화관에 올려지는 영화들은 모두 작가가 추천하고 싶은 영화들이며 모든 글은 작가의 극히 주관적인 소견임을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