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기 어려운 것

소심한 환경운동

by 노래하는이자까야

처음 환경과 관련한 고민이 생겼던 건 대략 일 년 전쯤으로 기억한다.

최근에는 여러 매체를 통해 누구나 다양한 환경 문제를 접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채식이나 제로 플라스틱 등 대중적으로 화두가 된 것들도 있고 그 외 문제들도 많다.


내가 처음 관심을 가졌던 건 동물보호와 채식이었다.

현재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기 때문에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성적으로 그 문제가 먼저 와 닿았다.

며칠 고민도 없이 당당하게 페스코테리언에 도전해보겠노라 여기저기 얘기를 하고 다녔다.

페스코테리언은 해산물까지 섭취하는 채식 기준을 말한다.


결과적으로 그냥 내 인생에 잠깐 있던 에피소드 정도가 됐지만,

초반만 해도 해산물까지 섭취할 수 있는 페스코테리언 정도는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페스코테리언 도전이 시작되면서 생각지도 못한 여러 상황들을 접했다.

술과 사람을 좋아하는 나는 페스코테리언을 시작하며 약 한 달간 술안주로 ‘오직 회’만 먹었다.

생각했던것 보다 먹을 수 있는 메뉴가 ‘더’ 없었다.

채식에 도전한다며 집에만 갇혀있는 생각은 없어서

일주일에 한두 번은 술자리가 있었고 친구들을 만나다 보니 같은 횟집에 일주일에 두 번을 가기도 했다.

(당시는 지금보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낮은 상태였다.)

사람들을 만날 때는 회나 초밥을, 그리고 집에서 혼자 식사를 해결할 때에는 대부분 샐러드나 낫토 같은 음식을 먹었다.

샐러드가 지겹다 싶으면 냉동새우를 먹었고, 끼니마다 계란과 치즈를 곁들였다.

밥 위에 치즈 세장씩을 올려서 계란 프라이를 올려 먹기도 했다.

질리기는 했지만 입맛에는 그럭저럭 맞았다.

고기는 덜 먹게 됐지만 과연 이게 적당한 방법인지 스스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처음 페스코테리언을 시작했을 때는 채식에 부지런함이 필요한 줄 몰랐다.

평소 샐러드나 유제품, 계란 만으로도 식사를 맛있게 했기 때문에 그리고 채식 요리는 샐러드 같은 간단한 음식일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채식에 도전하는데 요리실력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지 못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채식에 도전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요리 공부,

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지런함이다.

나는 냉동새우와 샐러드만 먹고살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다음은 건강에 대한 이슈였다.

페스코테리언을 시작하고 얼마 안 가서 그것과는 상관없이 검진을 할 일이 생겼다.

결과가 이상했다. 그때 상황을 조금 과장해서 설명하자면 내 피에는 필요한 단백질 성분이 없다는 것.

혹 다이어트를 하고 있으면 멈추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안타깝게도 내 체중은 평소보다 오히려 몇 킬로그램이 더 나가는 상태였다.

몸상태는 불균형이었다. 수분이 부족하고 체지방은 늘어났다. 아마도 탄수화물로 몸을 채워서 그런 것 같았다.

많은 사람들은 내가 다이어트를 하느라 달걀과 채소를 먹는다 생각을 하더라. 굳이 하나하나 말을 하기 힘드니 그냥 이야기를 하지 않고 지나간 경우가 많다. 단백질을 채우기 위해 두부 한모를 먹기도 했고, 달걀 세 개를 먹기도 했다. 입에 맞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기이한 식단이었다.

그제야 채식을 하기 위해선 꾸준히 요리 공부를 해야 하고, 심지어는 영양학에까지 어느 정도 관심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결국 약 한 달 반 만에 원래 먹던 일반 식단으로 돌아왔다.


요즘엔 정말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 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많은 것들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에 있다.

하지만 선택할 수 있다고 해서 내가 쉽게 무언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너무나도 명백한 착각이었다.


오랜만에 사과 한 조각과 주스로 점심식사를 하고 오늘 하루만큼은 채식 식단으로 식탁을 채워보고자 마음을 먹었다.

환경 관련 기사 몇 페이지 읽었다고 해서, 스스로 대단한 걸 해내겠다는 다짐을 하는 건 나의 오만이라는 걸 안다.

나는 그저 아주 소심한, 티끌 정도의 양심을 챙긴 아류 환경운동가라도 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불면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