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기는 한데 매일 만들어 마시기는 힘드네요
A(Apple) + B(Banana) + C(Carrot)
ABC 주스 매일 아침 마시는 꿈이 있었는데, 매일은 좀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사과랑 바나나, 당근을 씻고, 껍질 까고, 자르고, 갈고 또 설겆이하고… 은근 손이 많이 가네요. 기대한 풍경은 뚝딱뚝딱 척척 후루룩 끝. 이런 간편한 느낌이었는데 아무래도 고수가 아닌 이상 현실에서는 여전히 할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하루였지만, 손수 만들어 마신 ABC 주스는 참 맛났다. 당근을 하나만 넣을지, 아니면 반쪽을 넣을지 고민했는데 하나 넣길 잘 한 것 같아요. 색깔이 당근을 많이 넣으니 더 주황빛이 돌아 딱 ‘캐롯가든’(제가 운영하는 출판사 이름입니다)스러웠다.
얼마 전 교회에서 김장을 했었는데 고맙게도 교인 가족에게 김장 김치를 한 상자씩 나누어 주셨다.
주일 점심식사 때 먹은 교회 김치가 너무 맛있어서 좀 얻어 오고 싶었다는 엄마가 혹시 기도를 한 게 아닐까?
(김치를 맛나게 드시는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배가 부르고,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요새는 삼시세끼를 먹을 때 가능하면 엄마 먹을 분량을 제일 많이 주려고 한다. 딸의 눈으로 볼 때 엄마는 항상 남는 것, 부서진 것, 싼 것 독차지였는데 이젠 더 이상 안 그러셨으면 좋겠다. 제일 먼저 온전하고 비싼 것을 엄마에게 드리고 싶어, 식탁에서 지키면 좋을 몇 가지 약속을 가족들에게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
매번 직접 식사 준비를 하느라 챙기지 못했던 엄마의 수저 받침과 그릇 등을 다른 가족과 똑같이 세팅하고, 엄마가 드실 음식을 제일 좋은 것으로 골라 가득 담고, 간식이나 특식 먹을 때도 엄마 걸 먼저 덜어 드리고…
매번 신경 써서 본인의 몫을 따로 챙겨드리지 않으면 평생 본인을 위해서는 뭐든 못 할 것 같은 엄마가 한편으론 바보같고, 너무 수동적 아닌가? 생각한 적도 있다.
평생 엄마였던 적이 없는 내가 그런 바보같은 엄마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것이 어쩌면 무리일수도 있겠지.
엄마, 다른 건 다 필요 없어요. 맛있는 것 많이 드시고, 잠 잘 주무시고, 그렇게 마음 편히 지내시다보면 살도 조금씩 찌고, 기운도 나실 거에요. 엄마가 건강해져야, 저도 더 신나게 일하고, 돈도 많이 벌어서 엄마가 평소 바라는 대로 좋은 일도 많이 할 수 있게 되겠죠?
영화 제목 하나가 떠오르네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Eat Pray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