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잠든 밤, 말없이 길을 만들어 놓았어
엊그제 첫 눈이 왔다.
카카오톡 배경 화면에 갑자기 눈이 내렸다.
진천에는 아직 눈이 내리지 않았지만, TV 뉴스를 보니 서울은 이미 대설주의보 속에 퇴근길을 걱정하는 시민들이 함박눈을 맞으며 종종 걸음으로 거리를 걸어가고 있었다.
‘첫 눈부터 대설주의보라니…?’
올해는 평생 에어컨 바람이 춥다며 선풍기로 버티시던 부모님조차도 에어컨을 켜실 만큼 무더웠던 여름처럼 심상찮은 매운 겨울이 되는 건 아닐까?
뉴스에서 수도권 눈 소식을 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충북에도 본격적으로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내일 서울에서 약속이 있는데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리면 무사히 올라갈 수 있을까?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눈이 온 직후, 미끄러운 바닥에서 넘어져 다리가 부러졌던 전적(?) 때문에 아예 약속을 취소하면 어떻겠냐는 가족의 만류가 있었지만, 나도 모르게 “아침에도 계속 눈이 오는지 보고 그 때 다시 생각해 보겠다”는 대답을 하고 있었다. (왠지 그 약속을 꼭 지키고 싶었나 보다.)
밤새 소복소복 말없이 쌓이는 눈이 얼어붙기 전에 사람들이 다닐 수 있는 마른 길을 확보하기 위한 어렴풋한 제설기 모터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새벽 4시 반 즈음, 눈을 떴다.
눈은 그쳐있고, 누군가 밤새 길을 만들어 놓았다.
그 길이 너무 고마워서 사진을 찍었다. 찰칵.
(덕분에 서울 약속 장소까지 무사히 잘 도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