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아날로그 방식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해
8년차 아파트 욕실에서 일어난 일이다.
실내외 기온 차가 심해진 탓인지 벽면 공간이 수축팽창하면서 욕실 타일이 부풀어 오르며 금이 갔다고 한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지?
맨 먼저 ChatGPT에게 물어봤다. (얘가 없었으면 정말 얼마나 막막했을까? 싶다.) 그 다음으로 건설사 고객센터, 관리사무소, 부동산 등에 문의해서 몇 군데 추천하는 욕실 타일 보수 전문가들과 상담을 했다.
결국 비용은 제일 높았지만 단골 부동산 사장님이 워낙 강력히 추천해 주신 첫번째 분으로 마음을 정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선택하기 전까지는 고민이 많았지만, 집도 (무생물이긴 해도) 어차피 정성스런 손길이 닿아 애정이 전해지면 그만큼 누군가 아끼는 공간으로 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집이든 사람이든 자동차든. 오래 되면 고장이 나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여기저기 계속 아프고, 고치고, 새 것으로 갈아 끼우고… 그야말로 하자보수의 연속이다.
문제는 하자가 발견되었을 때 이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마음가짐에 따라 스트레스 지수가 달라진다는 점.
만들 때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눈에 불을 켜고 보고 또 보고 하면 그만큼 하자가 줄어든다. 살면서도 얼마나 아끼고 쓸고 다듬고 하는지에 따라 하자가 나타나더라도 방치가 되기도 하고, 처음보다 더 깔끔하게 보수가 되기도 한다.
하자는 인간이 완벽하지 않음으로 인해 있을 수 밖에 없는 현상이다. 그렇지만, 하자와 만나는 빈도를 줄일 수는 있다. 사는 동안 얼마나 많이 만나느냐, 아니면 거의 만나지 않느냐의 차이다. 물론 만나지 않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가장 적게 만날 수 있는 선택을 신중히 하거나, 만나게 되더라도 정성을 다하자.
내 경험 상으론 하자도 소중한 내 자산이다.
하자와 만났을 때 나는 한층 더 단단하게 성장했다.
이번에도 하자보수에 대해 알아보면서 많이 배웠다.
물론 머리는 아팠지만, 끝까지 하자를 책임지고 돌보는 내 모습이 나름 나쁘지 않았다.
토닥토닥 잘 했어 (물론 머리는 아팠지만…)
하자보수를 즐거운 인생 이벤트로 생각하면 어떨까?
말을 내뱉고 보니, ‘즐겁게‘라는 형용사는 ‘하자‘와는 아직은… 어울리는 단어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