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한 해도 건강한 식탁, 잘 부탁드립니다
엄마가 많이 아프셔서 올해는 김장을 못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진천으로 이사를 오고 나서 한 달쯤 지나자 조금씩 식욕도 돌아오시고, 다리 부종도 빠지고, 35kg였던 몸무게도 2.5kg 정도 늘었다.
작은 외숙모가 고맙게도 매년 쌀과 달걀, 절임배추 등 기초 생활에 필요한 여러가지를 챙겨서 보내주시는데 올해도 예외가 없다.
다만, 엄마가 이사 후 아무래도 김장을 할 여력이 없다 생각하셔서인지 김장 시즌 마지막 배송일인 12/12로 올해는 특별히 날짜를 미뤄 주문을 해 주셨다.
엄마랑 작은 외숙모는 한 살 차이다.
엄마는 작은 외숙모를 언니, 외숙모는 엄마를 고모라 부른다. 작은 외숙모는 몸이 약한 엄마에게 ”고모, 제발 아프지 말고 10년만 더 살자“ 하며, 마치 막내 여동생 챙기듯 혼자 남은 시누이를 챙기신다.
엄마 위로 두 명의 오빠가 있었는데 두 분 모두 한참 전 돌아가셔서 지금은 삼남매 중 막내인 엄마만 남았다.
두 외삼촌은 안 계시지만 작은 외숙모가 엄마와 함께 곁에 있어 주시니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참 보기 좋은 시누이와 올케 사이 같아 부러웠다.
절임배추 두 상자가 도착했다.
동생과 나는 엄마의 지휘 아래 무를 채썰고, 파와 청각, 고춧가루, 마늘, 생강, 멸치액젓, 까나리액젓, 새우젓, 찹쌀풀을 버무려 속을 만들고, 물기 뺀 절임배추 사이사이에 고운 빛깔의 김치 속을 켜켜이 넣었다.
엄마가 틈틈히 재료를 준비해 놓으신 덕분에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20포기의 김장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엄마가 계속 아프셨으면 김장을 못 할 수도 있었는데 이렇게 김장을 다 끝내고 보니 김치라는 훌륭한 반찬이 가득 준비되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든든했다.
엄마와 함께 한 첫 김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