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살살 녹는 수플레 케이크와 (황당한) 칠면조 거래
새해가 되고 하루,이틀이 지나고, 사흘째 날이었다.
동탄에서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어쩔 수 없이 혼자 보내던 마크가 결국 안 되겠다 싶었는지 이월로 온다고 한다. 지난 번에 휴무라서 못 갔던 이월서가를 처제와 같이 가 보자 했다. 월,화,수 휴무인 걸 모르고 갔다가 허탕을 친 바람에 이번엔 왠만하면 꼭 문을 열었으리라 기대되는 토요일로, 한 번 더 시도!
이월서가로 가는 길에 숲 속 산장처럼 보이는 카페가 하나 있었는데 동생이 그 카페를 보더니 “저기도 좋아 보이는데?”무심코 한 마디를 던진다.
그래도 이월서가는 꼭 가 봐야해… 지난 번엔 문이 닫혀 실패했지만 오늘은 꼭 구경시켜줄게… 목적지로 이월서가가 찍혀 있는 네비게이션 경로를 따라 형부는 계속 운전을 한다. 이월서가가 가까이 보이는 지점에 다다르자 지난 번 왔을 때와 똑같이 입구를 막고 있는 바리게이트가 보인다. 왠지 불길하다… 휴대폰으로 재빨리 검색을 해 보니 이런! 생각지도 못한 안내가…ㅜ
“2026.1.1~2.28 겨울방학으로 휴무입니다“
형부와 처제가 친해지는게 왜 이리도 힘든걸까요?
우리 모두 어이가 없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근처 밥집에서 늦은 점심을 챙겨 먹은 다음, 어디를 갈까 생각을 해 보았다. 갑자기 아까 이월서가 못미쳐 동생이 좋아 보인다고 한 카페가 떠올랐다.
“아까 거기 갈까?” “좋아”
그렇게 처음부터 동생이 가고 싶어하던 곳엘 결국 가게 되었고, 거기서 먹은 수플레 케이크는 정말 맛있었다.
맛있게 케이크를 먹고 있는데 어째 동생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왜 그렇지? 무슨 일 때문에 그래?
설마 아침에 칠면조 거래를 해야 한다고 노트북을 잠시 써도 되냐고 하길래 단번에 거절했던 일이 생각났다.
아끼는 업무용 노트북을 동생이 게임하는데 쓴다니까 괜히 싫었다. 내가 너무 옹졸했나 싶기도 했다.
형부가 애써 처제를 위해 좋은 곳에 데리고 가서 밥도 사 주고, 디저트도 사 주고, 애를 쓰고 있는데 눈치없이 계속 얼굴을 찌푸리고 있게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통큰 결단을 내렸다.
“언니가 칠면조 거래해 줄게. 그럼 된거지?”
오… 갑자기 얼굴이 환하게 핀다. 칠면조가 뭐라고…
집에 와서 생전 처음 동생이 하는 게임에 접속을 한다.
게임의 세계에 들어서자마자 캐릭터를 만들고, 매뉴얼 대로 화살표를 따라 이리저리 뛰어다녀도 봤다. 동생과 가상의 세계에서 만나 칠면조 거래도 해 보고 (이벤트 기간이 만료되었는지 동생이 원하는 선물은 받지 못했지만, 그래도 언니가 최선을 다해서 거래를 성사시키려 노력했다는 점은 기분 좋게 인정해 주었다.) 미션도 몇 개 정도는 수행해 보았다. 그런데, 이미 젊은 시절 밤새도록 미친듯이 게임에 푹 빠져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런 쪽으로는 흥미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어쨌든 형부가 애 쓴 보람이 있었는지 마음 속 표현을 잘 못 하는 처제가 오랜만에 한 마디를 툭 던진다.
“형부는 잘 갔데?”
“응, 형부 무사히 동탄에 잘 도착했데.”
짧은 말이지만 어딘지 가볍고 말 많은 나보다 더 따뜻하다고 느껴지는 동생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