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과 필연 사이 그 어디쯤, 우리는 만난다
앞머리가 너무 많이 길었다. 몇 달 동안 미용실에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집게 손가락으로 눈을 가린 머리카락을 돌돌 말아 옆으로 넘겨 버리는 습관이 생겼다. 왠만하면 미용실에 가서 긴 머리를 좀 다듬을 만 한데 내가 좋아하는 미용실 원장 선생님이 출산 때문에 긴 휴가를 보내고 있는 중이라 그 핑계로 주인의 관리 범위를 잠시 벗어난 머리카락들만 중력의 방향을 따라 쭉쭉 마음대로 자라고 있다.
(얼마 전 무사히 아기를 낳고, 예약제로 다시 일을 시작했다는 얘길 듣긴 했는데 3월까지 예약이 꽉 차 있다고 내 차례가 오려면 한참 걸리겠구나 생각했다.)
얼마 전 우연히 충북도립대학교 앞을 지나다 하얀 벽이 눈에 띄어 긴 앞머리를 어떻게 좀 해 보고자 ‘헤어공간’이란 미용실에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동안 한정아 선생님 말고 다른 분에게 머리를 맡긴 적이 없었는데 옥천에 와 있다는 이유 하나로 그 전에 없던 용기가 생긴 것이었을까?
처음 방문했을 때는 주말이어서 여기도 예약이 꽉 차 있었다. 젊은 사장님이 혼자 운영을 하고 계셨는데, 딱 봐도 차분하고 정돈된 야무진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며칠 후 눈이 한창 많이 오던 날.
두번째 방문을 했다. 예약을 미처 하지 않았는데 평일이어서 혹시 예약이 없을수도 있으니 일단 들어가 보자 했다. 안 되면 또 다른 날 하면 되지 그런 마음이었다.
사장님이 지난 번 허탕치고 간 우리 얼굴을 알아 보시고는 그냥 돌려보내기가 미안했는지 예약과 예약 사이 틈새를 이용해 흔쾌히 시간을 내어 주시겠다고 한다.
덕분에 아주 기분 좋은 헤어 스타일이 완성되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신기하게도 옥천 헤어공간 사장님과 한정아 선생님이 다른 지점이긴 하지만 같은 브랜드 미용실에서 일을 했었다는 사실을 알고, 역시 세상은 참 좁구나 싶었다.
이런 것도 단순한 우연인지, 아니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필연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옥천에서 새로운 문을 두드리고, 또 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