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실내에서 만난 여름의 절정
올여름 기다렸던 페스티벌 중 하나, <메가필드 2025> 8월 31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회차 공연은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만들어냈다. 실내형이라는 장점 덕분에 비나 더위를 걱정할 필요 없이 오롯이 음악에 집중할 수 있었는데, 이 점만으로도 이미 다른 야외 페스티벌과는 뚜렷하게 구분되는 매력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특별했던 건 라인업으로, 발라드, 록, 힙합, 팝까지, 크로스오버형의 아티스트들이다.
<다섯>은 하루의 분위기를 편안하게 열어주는 음악을 들려주었다. 그들의 노래는 자극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내 귀에 스며드는 힘이 있다. 마치 한낮의 햇살처럼, 혹은 늦은 밤 창문을 열었을 때 들어오는 바람처럼 가볍게 스쳐가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는 흔적을 남긴다. “밤이든 낮이든 듣기 좋은 음악”이라는 표현이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이 들었다. 공연장 안에서 나는 어느새 긴장이 풀리고, 무대 위에서 흘러나오는 사운드가 참 좋았다. 애정이라는 감정이 억지로 설명하지 않아도 조용히 차오르는 순간, 그게 바로 다섯의 음악이 가진 매력이었다.
반면 <최유리>의 무대는 반대 방향에서 나를 흔들었다. 가장 얇고 투명한 목소리인데, 그 안에는 단단한 힘이 있었다. 오랜만에 진하면서도 담담한 울림을 들으니 괜히 마음이 쓰라려졌다. 아직 여름의 열기가 완전히 가시지 않았음에도 그녀의 노래를 듣는 순간 공연장은 가을로 옮겨간 듯했다. 서늘하면서도 쓸쓸한 정서가 스며들어 왔고, 나는 괜히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았던 것 같다.
그 뒤를 이은 <로맨틱펀치>는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었다. 무대에 등장한 순간부터 이들은 '도른 자'들 같았다. 말 그대로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데, 바로 그 미친 듯한 에너지가 무대를 압도했다. 그들의 노래는 단순히 즐거움을 넘어서,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강제로 이식하는 듯했다. 이건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집단적인 광기(긍정적 의미)처럼 느껴졌고, 그 속에서 오히려 묘한 해방감이 찾아왔다. ‘이래서 아티스트가 무대에 서는구나, 이래서 관객이 다시 무대를 찾는구나’라는 사실을 새삼 느낀 순간이었다.
이어 등장한 <너드커넥션>은 내 취향을 가장 잘 아는 밴드 중 하나라 더 반가웠다. 시원하게 터져 나오는 보컬과 익숙한 멜로디는 늘 듣던 곡인데도 새로웠다. 특히 서영주의 목소리는 라이브에서 훨씬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이미 귀에 익숙한 노래들이지만, 라이브로 들으니 짭짤하게 간이 배어 있는 듯 다른 맛이 느껴졌다. 그 순간만큼은 내가 단순한 관객이 아니라, 밴드의 음악적 여정에 동행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음 번엔 신곡들을 더 들려주면 좋을 것 같았다.
서브헤드라이너 <다이나믹듀오>의 무대는 정말 의외였다. 사실 나는 그들을 예능에서 더 자주 봐왔기에 “재미있는 래퍼들”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막상 무대에서 마주한 다이나믹듀오는 전혀 달랐다.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랩은 놀라웠고, 밴드셋과 어우러진 무대는 무게감이 넘쳤다. “이래서 이들이 한국 힙합을 대표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무대를 쥐락펴락하며 분위기를 장악하는 힘, 그게 바로 그들의 진짜 매력이었다. 순간 나는 TV 속의 익숙한 이미지와 무대 위 아티스트로서의 진가를 연결하며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됐다.
마지막을 장식한 헤드라이너 <쏜애플>의 무대는 단순히 음악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였다. 첫 음이 울려 퍼지는 순간, 공연장의 공기가 변하는 게 느껴졌다. 서늘하면서도 신비로운 긴장감이 차오르더니, 마치 눈앞에 설명할 수 없는 존재가 다가오는 듯한 압박감이 몰려왔다. 소름이 돋으면서도 그 압도적인 감각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곡이 진행될수록 더 깊은 몰입으로 빨려 들어가며, 나는 무대를 보는 게 아니라 하나의 서사 속에 참여하는 느낌을 받았다. 쏜애플의 음악은 그 자체로 웅장한 세계였고, 그 세계 안에서 나는 끝내 빠져나올 수 없었다.
물론 아쉬움도 있었다. 특히 공연 환경에서의 불편함이 컸다. 무대 장치를 위해 사용된 스모그가 쉴 새 없이 분출되면서 아티스트들의 얼굴조차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가끔은 음악을 즐기고 싶어도 답답함이 앞서기도 했다. 여기에 음향이 과도하게 울려 귀가 얼얼해지는 순간도 있었다. 아티스트들의 무대를 더 빛내기 위해 준비한 장치들이 오히려 몰입을 방해하는 경우라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인업의 다양성과 페스티벌의 규모는 확실히 감동적이었다. 발라드, 록, 힙합까지 모든 장르를 두루 경험할 수 있었고, 각자 다른 이야기를 담은 무대들이 하루라는 시간 안에서 유기적으로 엮였다. 관객을 위한 배려도 눈에 띄었다. 스탠딩뿐 아니라 돗자리, 의자까지 마련된 덕분에 원하는 방식으로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었고, 이는 확실히 이전에 경험했던 어떤 축제보다 편안했다. 이 편안함이 있었기에, 관객들이 더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