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노에 한주 살다. - 첫 수업.
‘차 수업입니다.
다이닝룸으로 모이십시오.
조별로 앉습니다.’
일주차 O/T 후 차 수업.
기억하건데 가장 먼저 접한 차는 학창 시절 화목난로 위에 끓어오르던 보리차요, 직장에서는 메밀차나 둥굴레 티백이 내가 경험한 차의 대부분이었다. 녹차는 차갑게 식힌 후 굴비구이랑 같이 한 게 처음이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수많은 차의 종류가 등장하며 수업은 잔잔히 이어진다. 7년 전 1기부터 차 수업을 담당하셨고 용인에서 근사한 차 정원을 운영한다는 예쁘고 매력 있는 여선생님이 진행하는 수업은 따듯하다.
선생님은 내게 '가장 기대가 되는 학생'이라 하시는데, 책임감(?)을 느낀다. 휴일 아침, 차에 관한 글들을 찾아읽는다. 차의 종류와 효능, 테이스팅과 맞춤 티 블렌딩은 마음을 다스리고 감각을 일깨우는 특별한 과정이라는 것과 서로 다른 찻잎의 조합으로 새로운 맛과 향을 창출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까지 배운다.
중국 윈난성에 거주하는 바이족(Bai, 白足)의 삼도차는 ‘차의 민족’으로 알려지게 된 원조이며 대리 왕국(937-1253)시기에 차 무역이 번성하고 차 문화가 발전하여 전해졌다고 한다. 앞으로도 몇 번의 수업이 남았고 원 없이 차를 시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셨다.
‘오후에는 교장 선생님의 양식 수업이 있습니다.
복장을 갖추고 조리실로 오십시오.
레시피를 지참하고 수업대열로 설명을 들으신 후 조리대의 정위치에 자리하십시오.’ 담임선생님의 안내다.
기념사진 한 장을 찍는다. 다시는 오지 않을 첫 수업이니까. 첫 요리사이니까. 그래서 한껏 웃어야 한다.
워커힐 호텔에서 30년이 넘게 근무하셨다는 선생님은 첫 인상이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장착하셨다.
'여기서 배우는 한식은 독거노인의 도시락에 쓰이지만, 양식은 나 자신을 그리고 내 가족을 더 나아가 내 지인에게 매력 있는 식사 한 끼를 대접하기 위한 능력을 기르는 오롯이 우리를 위한 수업'이며
“요리는 내가 배고파 가며 남에게 베푼다”이며 즐거운 마음으로 재밌고 기쁘게 하는 것이라고 하신다.
더불어 위생교육과 안전교육 그리고 요리의 완전성과 건전성에 대해 말씀하셨다.
판차넬라 샐러드가 조리 첫 수업이다.
요리는 설계여서 ‘미장 플러스’의 중요성을 강조하신다. 요리에 맞는 적당한 조리기구를 구비하고 음식 재료를 다듬어 순서에 맞게 썰어 바로 조리할 수 있게 세팅한 다음 불을 써야 한다. 불의 세기 조절과 불 위에 머무는 재료의 변화에 유의하고 잔열 관리까지 신경 써야 한다. 모든 재료의 간은 낱낱이 따로 해서 마지막 간을 해야 한다. 간은 2/3만 하고 1/3은 완성단계 마지막에 해야 한다. 모든 재료를 버무릴 때는 단단한 재료부터 먼저 하되 연한 재료는 맨 나중에 한다.
맞춤한 그릇을 골라낸 후의 플레이팅과 시식이 요리의 백미다.
레시피는 호텔 등에서 조리되는 음식의 일관된 맛을 위한 것이고 대량생산을 위한 예시일 뿐 주방에서는 음식이 되어가는 과정에 유의하고 적당히 무엇이든지 순간순간 적당히를 강조하신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커다란 솥을 걸고 모든 조리기구를 소독한다. 행주를 삶고 나무 도마를 다른 것으로 바꾼 후 햇볕에 말린다. 타성에 젖은 내 부엌살림을 재점검한다.
첫날 하루, 이만큼인데 난 어디까지 성장할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