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재 중 노노 02화

노노 입학식

by 제니아

노노 입학식

오늘은 노노 입학식이다. 긴장해서일까. 아니면 설렘 때문일까. 서둘러 나선길이 조금 이르다. 도착해서 자리에 앉아 기다리는 시간. 단지 감사하다는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감회가 있다.


나를 되돌아본다.

내게 앞으로 어떤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까. 오늘의 의미는 무엇일까. 40년 동안 특별권력관계에 수동의 자세로 매달려온 세월. 그 시간이 지난 후에도 난 변함없이 그런 소속감을 갈망하며 노노에 들었다.

내게 그동안의 봉사란 월급에서 몇 푼 덜어내 온라인 송금을 하고 연말정산에 반영해 달라며 그 영수증을 들이밀었다. 하지만 행동하지 않는 생각만으로의 봉사는 봉사가 아니다. 조금 더 양보하여 몸을 움직여 연탄을 나르고 어느 날 무료급식소에서 밥을 푸는 것이 내가 아는 봉사다.


좀 더 안목 있는 접근이 필요했다. 오래 지속되어야 하고 같이 가는 일행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봉사를 위한 전문인이 되기 위해 사전교육이 필요하다. 이로써 앞으로 나에게 1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


작년 한 해, 두루 알아본 다음 노노에 들었다. 입학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넘치지 않고 겸손해지는 경험을 하면서 시작하게 됐다. 음식을 사랑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 어른을 좋아하는 내가 가능한 일, 말 벗 또한 나의 특기가 아닌가. 올 한해 우리의 이 시간은 분명 과정일 따름이지만 우리 앞날에 깊은 의미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다.

회의실에 입학생 스무 명의 이름이 적힌 나란한 의자 배열을 보고 실감한다. 감사하게도 내 이름도 있다. 꿈속에 찾아 헤매며 당황 했는데….

오늘 또다시 면접 과정을 거치며 몇을 떨궈내는 건 아니겠지. 지난한 지난 과정의 조바심일세.

입학식 단체 사진을 찍은 후, 자기소개 차례다. 나이 직업 불문하기로 한다. 정확히 시간을 넘지 않는 정제된 멘트가 이어진다. 그 누구도 주저리주저리가 없다. 동기간 '000 님'이라고 부르기로 하는데 나는 ‘선생님’에 익숙해서 조심하기로 하나 멋진 일이다. MZ들이 즐기는 호칭으로 불리고 부를 테니까.


점심식사후 학교소개가 오래도록 이어졌다. 출석 체크 요령과 건물 현관의 지문도 등록하고 수업을 위한 물품을 받아 확인하고 갈무리한다. 그런 다음 내일 수업 안내를 받는다.

’선생님의 수업자료나 레시피를 비공개로 하고 공유하지 않기’에서 자부심이 묻어난다. 지각 조퇴 불허방침 또한 우리가 학생이라는 걸 실감한다.

며칠 전 교육과정을 안내하는 밴드를 지인에게 자랑했었다. 한마디씩 보탠다. ‘우리 집 근처에도 그런 학교가 있었으면’ 좋겠단다. ‘서울에 하나뿐이랍니다.’ ‘입학생은 선결조건이 있답니다.’ ‘저도 쉽진 않았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힘이 들다. 피 교육생 신분이 실로 얼마 만인가.’


그럼에도 이 나이에 내가 한뼘 쯤 자란다는 걸 느낀다.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01화노노에 들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