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노, 캘리그라피1
글씨는 성격과 태도를 드러내며 깔끔하고 정돈된 글씨는 책임감 있고 신뢰감 있는 인상을 준다. 또한 글씨를 잘 쓰면 성취감을 느끼고 자신감도 올라간다. 이 경우 캘리, 손글씨 엽서, 플래너 꾸미기 등으로 확장할 수 있고 업무 메모나 편지, 쪽지 등을 쓸 때 글씨가 깨끗하면 상대방에게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나는 글씨를 잘 쓴다. 글씨체가 좋은 것은 물론이고 온종일 글씨를 써도 어깨가 아프지 않다. 신약성경과 구약성경을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날마다 필사를 해서 책으로 엮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나는 그 성경책을 거실 한쪽에 전시하고 우리 집에 온 손님들에게 자랑하곤 한다. 더구나 난 한 번 더 필사를 시작하는 중이다.
나의 글씨체가 지금처럼 자리 잡은 건 초등학교 3학년쯤으로 기억한다.
자로 네모를 크게 그려놓고 모든 획을 그 안에 꽉 채워 넣는 방식으로 한글 연습을 했었다. 5학년 때 담임은 언제나 당신의 교안으로 나에게 칠판에 판서하게 하셨다, 키가 작아 책상 둘을 칠판 앞에 세워두고 그 위에 올라가 판서를 한 뒤 내 자리로 돌아와 노트필기를 마치면 친구들과 동시에 끝이 났다. 그만큼 달필이었다. 그 일은 6학년에 올라가서도 계속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이 되었다. 그에 걸맞게 글을 쓰는 데에도 취미가 생겼다.
나는 지금도 손편지를 즐겨 쓴다. 그럴 때면 만년필에 잉크를 채우는 것으로 준비에 착수한다. 특히 좋은 일, 좋은 사람에겐 마음을 다해 손편지를 쓰는데 그때마다 어김없이 만년필과 함께였다.
나는 첫 만년필을 선물 받은 날을 기억하고 있다. 온전히 까만색 만년필. 난 그 만년필을 오래도록 갖고 있었다.
성경 필사를 시작한 것은 라미 만년필을 선물 받으면서였다. 기관장이던 그 지인은 내게 꼭 주고 싶었다면서 자신의 직장에서 기념품으로 제작했던 것 중의 하나를 내어주었다. A4용지를 양면으로 메꿔 나가며 그 두 개의 펜 촉이 닳아 수명이 다할 무렵, 이번에는 교장 선생님이 까만색 만년필 하나를 선물하셨다. 그것으로 나의 성경 필사는 완성되어갔다.
지난 새해 무렵, 우체국 알림문자와 함께 현관문을 열어본 나는 깜짝 놀랄 만큼 감격했다. 배달되어온 택배에 친구는 원고지와 메모지와 몇 가지 문구를 갖춰 꾸러미를 꾸리고 그 위에 내 이름을 이니셜로 새긴 만년필을 동봉했다. 내가 글씨를 즐기기 때문이라 했고 내가 쓰는 글을 응원하기 위함이라 했다. 나는 이 소중한 선물을 날 지원하는 마음과 함께 받았다. 이 모두는 나의 글씨와 글을 인정하는 것으로 생각하며 내 자존감은 광대승천했다.
오래된 기억 하나가 생각난다.
초임 직장 시절, 그때는 경조금 봉투를 직접 써야 했다. 물론 漢文 체였다.
격식이 엄격해서 내지도 함께 썼는데 한 번 일이 생기면 똑같이 세 벌이 필요했다. 내가 오래도록 그 일을 해냈다. 예결산 철에는 예산서와 결산서도 직접 손으로 작성하는 수고를 담당했다. 여러 벌을 똑같이 베껴냈다. 서류의 편철도 물론이어서 컴퓨터 글씨가 상용된 한참 뒤까지 나의 글씨체는 오래 그 일을 해냈다. 컴퓨터가 생기고 나서도 나는 기회 있을 때마다 손글씨를 놓지 않았다. 심지어 방과 후에 붓글씨반에 등록하기도 했다.
노노에서 8월 수업안을 받아 들고서 그 안에 캘리수업이 들어있어서 뛸 듯이 기뻤다. 나는 많은 수업 중에 가장 기대되는 수업으로 캘리그라피 시간을 기다린다.
캘리그라피, 손글씨가 가장 도드라져 드러나는 수업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