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노-정리수납 수업
“이삿짐에 정리수납팀을 쪼인 해 들여보낸 뒤 집주인은 호텔에서 이틀쯤 뒤 새 집으로 간다.”
환상이지 않은가? 그 한마디에 야간반에 들었다. 물론 주변의 반대 의견도 있었다. 엄중한 코로나 시국에 근무를 마친 뒤 학원에 나가는 것도 그렇지만, 남의 손을 빌려 냉장고며 옷장이며 내밀한 살림살이를 내보이는 것이 괜찮냐는 의견이었다. 백번 양보해서 자신의 손으로 한다 치고 자격증반 시험 과정에 전 중 후 사진을 찍어 보내는 것도 탐탁지 않아 보였다.
우여곡절 끝에 나는 모든 과정을 마치고 그중에 속옷 접는 법만을 무사히 전수한 뒤 자격증 하나와 함께 잊혀갔다.
시간이 흐른 후 또 한 번의 우연에 놀라게 된다. 노노에 입학한 나는 6월 수업안을 받고서 정리수납 2급 과정이 우리 수업에 들어있는 것을 알았다. 행운. 수업을 맡으신 강사 선생님은 ‘사흘 뒤 먼 길 떠나는 친정엄마’모드 였다. 시작과 끝을 꽉 채우시는 열의가 후끈 달아오르는 열강이었고 강의자료는 그 열정만큼이나 총천연색이었다.
맨 앞줄 맨 중앙 자리에 있는 나는 새록새록 떠오르는 옛 기억으로 감회가 새롭다. 그동안 적지 않게 시류가 바뀌기도 했으려니와 하나라도 더 설명하려는 선생님이 버무려져 우리 집 모든 곳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우리의 아킬레스건인 냉동고와 냉장고, 옷장과 이불장. 옷 개키는 방법은 그대로 오래 존속되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순수한 자신감과 넘치는 의욕으로 숨 가쁘다. 가장 먼저 우리 집 냉장고가 타깃이다. 그중에서 냉동고, 지금 생각으로는 오늘 저녁 우리 집 식탁은 냉동고에서 잠자던 온갖 산해진미가 더 해질 전망이다.
어느 남자 생도의 고충
‘정리법도 아내 것이 최고라 하고 냉장고는 손도 못 대게 한다.’
사랑이 은근 묻어나는 아내 자랑에 강사님은 전 중 후 과제 사진을 서재 서랍으로 바꿔주신다.
또 다른 어느 분.
‘나 오늘 이것도 배웠다며 수납바구니는 이케아에서 사는 거다.’라고 아내에게 일려줄거라시는데
‘아내에게 혼나는 지름길이다’. 며 모두가 한바탕 웃는다.
‘우리의 목적은 편리하고 화목한 데 있다. 의견충돌이 있으면 납작 엎드려라.’ 강사님은 말씀하신다.
노노스쿨의 커리큘럼에 다시 한번 공감한다. 이런 자격증 취득과정을 수업에 연계한다는 것은 우리를 명실공히 공인된 실천인이며 실질적인 봉사자로 거듭나게 한다.
우리 집이 신박하게 변모할 것이고 할머니들의 신산한 주변이 정리될 수 있게 도와드릴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
보완이 필요한 우리 집을 떠올리는 것보다도 먼저
이케아나 한샘 등에서 눈에 들어올 살림 도구에 신기해할 것이다.
강의실 유리창에 종일 비가 내린다.
내리 4주 동안 이어진 정리수납 수업이 종강이다. 이로써 우리는 또 한 분야를 마치며 요즘 트랜드를 따라갈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