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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노노 18화

노노, 두부와 콩나물

by 제니아

노노, 두부와 콩나물

“엄마 장학금을 타는 건 어때요?”

엄마의 2학기 등록 기간에 맞춰 등록금을 송금해온 아들에게 문자도 들어와 있다.

그나마 엄마는 ‘성적 우수 ’일부 장학금 대상자랍니다.

“이번 주말에 집에 가니 집 밥 해주오.”

“그러자. 구내식당이 아무리 최상이라지만, 엄마 밥만 못 하겠지.”

두부와 콩나물을 위주로 한 국민 엄마의 최애반찬이다. 특히 여름 장마철에 농산물값이 천정부지일 때 가장 요긴한 품목이다.

콩나물에 순두부를 넣고 명란으로 간을 하는 요리를 배우면서 한가지 기억을 소환한다. 선생님은 순두부 대신 두부로 대체해도 된다고 하셨다. 특히 데우지 않고 시원한 냉국인채로가 특히 좋아서 난 요즘 즐겨 사용하는 여름철 메뉴이다.

반면 기억소환.

엄마는 삼양동 언덕배기 구불 골목에서 작은 구멍가게를 하셨다. 온종일 가겟방 문을 열고 걸터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하루가 갔고 해가 지면 팔다 만 콩나물시루에서 콩나물 머리만 남은 콩나물을 골라내어 고춧가루 없이 무쳐냈다. 두부도 어스름까지 팔리지 않으면 살짝 물에 데쳐서 튀겨냈다. 그 두 가지 반찬은 가겟방을 그만둘 때까지 오래도록 주된 반찬이 되었다. 조리법이 달라질 법도 하건만.

명절이면 부모님은 시골 할머니 댁으로 추석. 설 명절을 쇠러 내려가셨다. 서울집에는 시집 안 간 딸들이 남았고 결혼한 두 사위도 저녁때면 처가에 올 예정이었지만 엄마가 준비해 둔 요리는 콩나물을 위주로 한 것이었다.

명절 친정 나들이 때 시어머니는 제사 지낸 고기며 생선 과일을 정성껏 싸주셨는데 친정 부엌에서 나는 그것으로 명절 당일 저녁과 그다음 하루를 보냈다. 엄마는 그중에 일부를 언니네에 들려 보내곤 했다. 엄마와 시어머니는 음식에 있어서 가장 강하게 대비되어 기억되는 존재였다.

노노에서 한 학기를 마무리하면서 그동안의 요리 레시피를 파일에 정리했다. 온전히 목요일이면 교장 선생님과 한명숙 선생님 시간이다. 한 시간 시연 후 두어 시간 조리하여 직접 점심으로 먹는 과정으로 우리는 마흔 개 정도의 요리를 익혔다. 그다음 화요일엔 배운 음식으로 도시락을 꾸려서 홀몸 어르신께 배달해드린다.

우리의 레시피를 보며 그 누구는 이렇게 말한다. ‘다 아는 것이군’

물론 아는 것일 테지. 하지만 숨은 의미를 알아내야 한다. 제철 재료인지, 조리 순서, 양념장의 쓰임새와 응용, 불과 물의 조절 사용, 완성품이 2% 부족시 대처법, 같은 콩나물무침인데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나는 이 수업을 통해 옛 기억을 떠올린다. 신선한 제철 음식 재료도 양념도 없이 오로지 장과 소금만으로 절임 반찬 위주의 식탁을 꾸려야 했던 고단한 시절의 우리네 어머니들. 그에 비해 우리는 ‘냉장고와 냉동고’ 비우기’ 운동을 해야 할 정도로 호사를 누린다. 거기에 나는 노노에서 한식과 양식 수업을 듣는 행운도 얻었다.

특히 나는 음식을 마음껏 나누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주는 나와 받는 너가 진정으로 행복해지는 법을 안다. 의 내가 되는법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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