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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아 Jul 31. 2024

상(賞)은 누구라도 좋다.

수상자들

상(賞)은 누구라도 좋다.  

 짐짓 아닌 척해야 한다. 통상 상을 타려면 공적조서를 써내야 하는데 나만큼 내가 한 일을 잘 아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동료들 앞에서 내가 상을 타겠다고 먼저 나설 순 없다. 어릴 적에는 통상 상사가 알아서 챙겨주기를 바랐고 경력이 쌓이면 짐짓 아닌 척해야 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적극적이 되었다.  자긍심에는 이보다 더한 게 없다. 공적조서를 꾸밀만한 일을 마무리하면 한 편씩 작성해서 보관하는 버릇이 생겼다. 나만이 아니라 부하직원의 것도 미리 업무분야별로 챙겨 만일의 경우에 대비했다. 정년즈음 특별승진에 공적조서를 작성할 때 보통은 주무관이 이것을 작성하느라 애를 먹는다. 나는 내가 내 것을 작성했다. 잘난 체가 아니라 그동안의 근무실적을 보고서 형식으로 작성하는 것이다. 적절히 강점을 적어낼 수가 있어서 마음이 좋았다. 그동안도 장관상을 여러 번 수상한 적이 있는데 이것 또한 같은 방법으로였다.


상과 관련하여 특별히 생각나는 근무지가 있어 상에 관련한 어느분의 글에 공감이 간다. 중앙부처나 본청의 경우는 두루 번갈아가며 상을 수상한다. 하지만 말단 근무지의 경우에는 그렇지 못하다. 업무꼭지를 지정하여 수상자를 모집하는 공문은 마감기일을 하루 앞둔 경우도 있고 전체 모집인원이 1~2명이 대부분이며 상신을 문의하면 정원이 채워졌다는 얘기를 들을 때도 있다.


정식직원의 경우 그나마 상훈점수를 위해 상을 챙기는 편이지만 공무직은 거의 생각이 없다. 나는 특히 이 부분에 신경을 썼다. 공무직이 많은 사무실의 특성상 그들의 사기 진작은 기관 시너지에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모집분야마다 공무직의 할당도 표기되어 오는 단계이기도 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공무직 그들을 설득해야 한다. 인사기록카드를 살펴서 수상기록이 없거나 좀 더 높은 기관의 상을 챙겨야 하는 경우 상신하자고 제안한다. 거의 대부분 마다한다. 쓰임새가 없다는 식이다. 이쯤 되면 공적조서의 초안을 부탁할 수도 없다. 내가 나설 수밖에.

연말즈음에 오는 모든 공문을 검색해서 분야별로 상신이 가능한 상을 정리한다. 여기에 걸맞은 직원을 점찍어서 우선 공적조서의 초안을 작성하게 한다. 자신이 한 일을 그럴듯하게 자랑하는 능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이 초안을 모아 나의 글짓기 실력을 가미한다. 되도록 형식적이거나 관례적인 용어는 피하고 자동사를 사용한다. 실적을 수치로 정형화해서 구체적으로 나열한다. 마지막에 기부활동이나 가정생활을 적음으로써 감성에 호소한다. 간결하되 도드라지게 편집한다.     


그곳에는 연말에 상을 탄 직원이 몇 년래 없었다. 옮겨가던 첫해에 다섯 명의 공무직을 상신했다. 모두가 수상자로 선정되는 기쁨을 맛봤다. <세입업무로서 학교맞춤형 현장지원단>으로 활동하던 친구가 장관상을 수상했고 <공공구매활성> 유공, <급식분야> 유공, <기록물관리> 유공, <시설유지> 유공 분야였다.

문제는 모두가 너무도 좋아하는 것이었다. 인사기록카드 등재신청을 앞다퉈 제출하면서 다분히 소극적이고 적당히 사양하는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이듬해에는 같은 방법으로 세 명의 직원에게 수상의 기쁨이 돌아갔다. 그중에는 작년 수상자의 동생도 포함되었다. 나는 두루 자랑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부러워했고 방법을 공유하자는 부탁도 있었다. 자랑삼아 아낌없이 나누면서 음지를 돌보는 법을 배우게 했다.   상은 누구라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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