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하는 건 언제나 무섭다. 100%의 노력을 다해야 하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오지만 그것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연습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운동을 통해 비교적 간단하고 객관적으로 최선을 경험할 수 있다. 달리기 훈련 중 Time Trial(기록주)은 말 그대로 정해진 거리를 가능한 가장 빠르게 주파하는 훈련이다. 자신의 최대 심박수 언저리에서 조여 오는 심장을 부여잡고 정해진 거리를 뛰는 일은 경험하기 쉬운 최선 중 하나이다.
소설가 김영하는 매체에서 자신은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항상 60 ~ 70%의 노력만 한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인생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그것을 대비하기 위해서 체력을 남겨야 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최대 심박수로 달리기를 할 때는 아마 발만 헛디뎌도 그대로 턱이 깨질 것이다. 그리고 달리기가 끝난 후에도 한동안은 그 자리에 그대로 누워 숨을 고르는 일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직진밖에 할 줄 모르는 무방비 상태가 되는 것이다. 나를 해치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달리기 직후가 가장 적합할 것이다.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더 무서운 이유는 그 결과에 대해 변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나같이 타인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사람은 최선을 다했을 때의 결과물이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이 된다. 타인이 나에게 큰 관심이나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도 어쩔 수가 없다. 이것은 성적이나 운동, 그리고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100%의 노력은 매력적이다. 우리는 안전한 삶을 꿈꾸지만 그것은 대체로 지루하다. 너무 철없는 생각일 수도 있지만 발바닥이 까지고 심장이 아플 때까지 달리기를 하는 일, 온몸의 신경세포를 동원해 매번 더 무거운 무게를 들어 올리는 일, 따듯한 침대를 외면하고 딱딱한 책상에 앉아 머리를 쥐어짜는 일. 모두 내게 있어서는 100%의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고 위험한 일이다. 안전한 것은 편안하다. 하지만 위태로운 것은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