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우리들의 우정여행
야호! 2018년 1월, 드디어 약 한 달여간의 해외 배낭여행 시작이다. 약 4달 동안 아르바이트를 월화수목금 알바 두 탕을 뛰며 매일 12시간을 일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복학 전에 떠나게 된 여행이다. 비록 준비는 부실하게 했지만 새로 산 배낭을 보니 마음이 든든하다.
단 며칠 간의 여행은 간 적은 있지만 한 달여간의 여행은 처음이다. 게다가 국내에서 혼자 여행한 적은 있지만 해외에서 혼자 여행한 것은 생판 처음인 것이다. 그러나 처음 떠난 해외 배낭여행치곤 지나치게 긴장감이 없다. 여행 떠나기 직전까지 일에 치여서 그런지 무서운 것도 없고 딱히 걱정도 없다. 어떤 여행이 될지 감도 잡히지 않아서 심지어 기대감도 크지 않다. 주위의 걱정 어린 시선이 너무 많았다. '뭐? 여자 혼자 동남아시아를 여행한다고? 그것도 약 한 달 동안? 위험해! 미쳤어!'라는 말을 엄청 많이 들었다. 그러나 내가 누구랴. 그런 말에 겁 먹고 쫄보처럼 있을 내가 아니다. 한비야의 세계여행 책을 보고 영감을 받아 세계여행을 꿈꾸게 된 내가 처음으로 해외 배낭여행을 도전한 것이다. 주위에서 격려보다 우려를 해도 반드시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나는 배낭에 짐을 꾸렸다.
국가루트는 대만, 태국, 베트남으로 정했다. 대만은 친구들과 함께 가고 태국, 베트남은 혼자 여행한다. 친구들과 함께 하는 대만여행은 이미 1~2년 전부터 꾸준히 계를 모은 결과로 가는 그야말로 우정여행이다. 대만의 타이페이, 타이중, 태국의 치앙마이, 베트남의 달랏, 무이네, 호치민을 가기로 미리 정했다. 매우 놀랍게도 내가 태국의 치앙마이를 갈 때에 친한 친구가 치앙마이 단기선교를 간다고 해서 치앙마이에서는 잠깐 단기선교팀과 함께 하기로 했다. 원랜 태국의 빠이를 가는 것이 목표여서 치앙마이를 간 것인데, 단기선교팀과 함께 하고 싶어서 빠이를 과감히 스킵했다. 미얀마도 너무 가고 싶었지만 시간이 애매하게 되서 가지 않게 되었다.
왕복티켓을 끊은 친구들과 달리 편도티켓을 끊은 나는 먼저 대만으로 날아갔다. 친구들을 기다리는 동안 타오위안 공항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교통카드를 샀다.
친구들은 생각보다 늦게 도착했다. 연착이 됐다고 했다. 먼저 공항을 둘러보고 교통카드 구입처를 알아놓은 나는 마치 대만 가이드마냥 친구들을 안내하고 우리는 시먼딩에 있는 숙소로 가기 위해 타오위안 공항에서 타이베이메인스테이션을 가는 MRT를 탔다. 타이페이의 대중교통은 제법 잘 되어있다. 특히 공항 MRT는 깔끔하고 쾌적하다.
시먼딩은 우리나라의 명동과 비슷했다. 거리에 활기가 가득했다.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숙소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나는 배낭을 지고 친구들은 캐리어를 질질 끌고 비가 오는 시먼딩 거리를 빙빙 걸었다.
"도대체 숙소는 어디에 있는 거야?" 우리는 결국 호스트에게 전화를 걸었다. 호스트가 나오고 우리는 숙소로 가는 데 숙소는 매우 외진 곳에 있었던 것이다. 사진을 보고 기대한 것과 달리 숙소는 깔끔하기보다 외지고 오래된 느낌이었다. 다행히 룸은 깔끔하고 아기자기했다. 우리는 짐을 내려놓고 한숨을 돌리고 본격적으로 여행에 나섰다.
- 비가 와서 더 몽환적인 그곳, 용산사
우리는 제법 지치고 비가 추적추적 왔지만 행동대장 산짱의 리더십 아래에 용산사로 향했다. 시먼딩에서 용산사는 가까웠다. 실은 나는 용산사에 가는 것에 대해 기대감이 전혀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여행을 할 때 건물이나 사절 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사람들이 많은 곳은 더더욱 꺼린다. 나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곳과 경치가 좋거나 감성이 충만한 곳을 좋아한다.
그러나, 까만 밤 속 추적추적 비를 맞고 있는 용산사는 매우 몽환스러운 분위기를 뽐냈다. 사진 찍기 좋아하는 우리의 행동대장은 당장 카메라를 들고 혼자 이곳저곳을 누비며 사진을 찍었다. 성큼이, 옌이와 나는 느리게 용산사를 둘러봤다.
용산사에 온 대만사람들은 사뭇 진지하다. 그들의 표정에는 진지함이 가득했다. 이 모습을 보면서 대만이 불교가 강한 나라임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