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12일 수요일의 기록
사랑. 나에게 ‘사랑’이라고 하면, 할머니가 떠올라요. 나에게 처음 사랑을 알려준 사람. 나를 너무 많이 아껴준 사람. 그래서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사람.
- 수하야.
할머니는 내 이름을 너무 따뜻하게 불러줬어요. 나를 힘껏 끌어안아주었어요. 늘 나의 곁에서 내 끼니를 걱정하고 챙겨주었어요. 그래서 내가 그녀에게서 배운 사랑은 그런 거예요.
이름을 너무 따뜻하게 불러주는 사람.
힘껏 끌어안는 사랑.
늘 곁을 지켜주는 사랑.
밥 챙겨주는 사랑.
할머니 목소리가 한 번 더 듣고 싶어요. 할머니를 천국에서 만난다면 “할무니!!!” 힘껏 부르며 끌어안고 싶어요. 그리고 할머니보다 요리는 못하지만 그땐 내가 할머니의 식탁을 꼭 챙겨주고 싶어요.
사람 좋아하는 사교퀸 할머니 손에 자란 나는 댕댕이처럼 사람을 참 좋아하고 애정이 참 많아요. 애정 표현하는 것도 정말 좋아해요. 그래서 상처도 너무 많이 받고 이별에 약해서 그런 나를 싫어하고 증오했지만 이젠 그러지 않아요. 나를 존중합니다. 나의 나됨을 인정합니다. 사람을, 생명이 깃든 것을 사랑하는 사람. 참 정이 많고 그 정 나누길 좋아하는 사람. 그렇게 사랑과 위로, 존중이 넘치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 나는 그냥 그런 사람인 거예요.
나는 글쓰기를 사랑해요. 어릴 적부터 책을 정말 좋아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고 앞으로 더 읽을 거예요. 어릴 땐 유치한 소설을 써서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걸 좋아했어요. 그 꼬맹이는 열심히 노트에 소설을 썼어요. 참 재밌다는 친구들의 칭찬이 좋았어요. 그리고 인터넷에서 쓰다가 어느 순간 멀어졌어요. 대학에 가야 했거든요. 그래도 묘하게 계속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한비야님을 보며 세계여행 작가도 꿈꿔보고 김은숙 작가님을 보며 드라마 작가도 꿈꿨어요. 그러나 나는 나에 대해 잘 몰랐어요.
웃기지 않나요. 결국 돌고 돌아 제자리라는 사실이. 그러나 누군가의 말처럼 내가 헤맨만큼 내 땅입니다. 길을 잃어보는 것이 여행이라면 나는 그런 여행을 한 것입니다.
애석하게도 나 스스로가 창피할 때가 있어요. 너 이거밖에 못해? 겨우 이 정도야? 아무도 나에게 이런 얘기를 하지 않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나한테 이렇게 얘기할 때가 있어요. 그러나 이젠 어둠의 목소리가 들릴 땐 ’꺼져!‘라고 몰아내려고 애씁니다.
남과 비교하면 끝도 없어. 나는 나야. 나는 가치 있고 내가 하는 일은 작더라도 정말 가치 있는 일이야.
대단한 사람이 되지 못해도 오래도록 잔잔히 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