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삶에 ‘만족감’이란 것을 느꼈다

2부. 슬로우, 치앙마이

by 이수하

일찍 일어나면 일어날수록 하루는 길게 느껴지고 늦게 일어나면 일어날수록 하루는 짧게 느껴진다. 집에 있을 땐 그렇게 눈이 늦게 떠지는데 여행만 오면 왜 그런지 일찍 눈이 떠진다. 이곳 치앙마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엄청 길게 느껴진 치앙마이에서의 아침을 기록해 본다. ​


번쩍. 여행지에서는 팍- 눈이 떠진다.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7시다. 우와, 이르다. 근데 다시 잠이 들 것 같진 않았다. 몸을 일으켜서 호스텔 1층 라운지로 갔다. 잘 실천 중이어서 제법 뿌듯한 아침 감사일기를 썼다. 라운지에 구비된 태국 믹스커피를 타서 옆에 두고 음악을 들으면서 쓰고 있으면 어느새 직원들이 청소를 시작한다. 라운지 청소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위층으로 올라갔다. 위층엔 도미토리와 뻥 뚫린 공용공간이 있다. 그곳 벤치는 햇볕이 아주 잘 비춰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다. 벤치에서 유유자적 책을 읽다가 배에서 신호를 보내면 주변 맛집을 검색해 보고 밥을 먹으러 간다. ​

자, 배를 채웠으면 이제 슬슬 걸으면서 소화를 시키고 싶다. 님만해민을 걸으며 커피를 테이크아웃을 했다. 그리고 전에 봐두었던 갤러리로 갔다. 갤러리에서 여유롭게 그림을 감상하고 다시 호스텔로 돌아갔다. 시간을 슬쩍 확인한 나는 믿을 수 없다. 이런! 아직도 아침이라니!​


예술의 도시 치앙마이에서 열린 작은 전시회






치앙마이 알렉사 님만 호스텔 1층 로비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만족스럽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것은 나에게 매우 이상하고 낯선 마음이다. 왜냐하면 인생 살면서 ‘삶에 대한 만족감’을 처음 느꼈기에!

호스텔 1층 야외 테라스 공간


왜 나는 그렇게 아등바등 남들처럼 살려고 노력했을까. 나의 지난 모습들을 돌아본다. 남들이 공부하라고 하니까 억지로 공부하고, 남들이 대학 가니까 억지로 대학을 가고, 남들 다 회사에 취업하니까 나도 따라서 취업했다. 남들처럼 사는 것이 정답이었으면 나는 무척 행복하고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내 인생은 점점 더 수렁에 빠졌다.​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한 것은, ‘남들이 하는 선택’이 아닌 ‘행복한 선택’을 하면서부터다. 나는 무엇을 할 때 행복할까? 정작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남들처럼 살까에 대해서만 몰두했다. 낯선 여행지에서 따스한 햇살을 맞고,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글을 쓸 때 나는 행복하고 만족스럽다. 거기에서 나는 가장 나다움을 느낀다.

행복한 선택을 하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행복한 선택은 어찌 보면 ‘용기있는 선택’이다.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용기있는 선택으로 한 걸음 내딛는다.


호스텔 앞 풍경


keyword
이전 10화외로워서 책을 펼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