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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도 햇빛이 비춘다.

2025년 1월 29일 수요일의 기록

by 이수하

겨울 산책을 했습니다. 늘 걷던 하천길을 걸었습니다. 두런두런 생각을 하다가 보니 동네 까페에 도착해서 추운 겨울날 따수운 라떼를 시켰습니다. 까페에는 설이라 그런지 가족들이 많습니다. 최근에 본 영화인 <퍼펙트 데이즈>가 생각납니다. 퍼펙트 타임입니다. 너무나도 사소하지만 찬란한 시간 말입니다. 높은 성취에 따른 짜릿함은 폭죽과도 같고 일상의 사소함에서 오는 행복감은 가히 깊고 잔잔하게 내 마음을 울립니다. 예전엔 화려한 길이 부럽고 정말이지 사람들의 주목을 바랐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감사합니다. 화려함의 좌절과 사소함의 허락이 말이지요.


가족은 뭐랄까. 감사라는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동생들은 설날에도 일을 해서 저와 부모님 셋이 두런두런 설날 식사를 했습니다. 떡국과 갈비는 정말 맛있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모두 일하느라 바쁘고 각자 일하고 쉬는 시간이 다 달라서 대화하는 시간이 부족한데 오랜만에 부모님과 이런저런 대화를 했습니다. 좋았는데요, 부모님이 더 행복해 보이셨습니다. 늘 희생만 한 그들의 삶에 언젠가 여유의 꽃이 피기를 바랍니다.


산책이 좋은 것은 그것이 매우 좋은 사색의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산책을 통해 삶을 실패와 절망의 시각이 아닌 사계의 시각으로 봤습니다. 강렬한 여름이 지난 뒤 가을은 너무나도 짧디 짧게 지나가고 혹독한 겨울이 왔습니다. 이젠 겨울이 두렵다거나 싫지 않습니다. 이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는 것을 압니다. 겨울에만 부는 혹독한 겨울바람도 싫지 않습니다. 너무 자연스러운 바람이잖아요. 또 겨울 햇빛을 더 따숩게 느끼게 해줍니다. 햇빛이 비추는 구간에 들어서면 매서운 바람은 잊히고 아름다운 온기가 몸과 마음을 힘껏 안습니다.


오늘의 고민은 풀린 빠마와 생각보다 더딘 탈고입니다. 뽀글이가 많이 죽어서 속상합니다. 휴. 어쩔 수 없죠. 시드니 가기 직전에 어머니 미용실에서 힘껏 말아야겠습니다. 원고를 쓰고 탈고를 하는 건… 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글이란 것이 팍팍 써지는게 아니더군요. 더디지만 한 걸음 한 걸음 꾹꾹 써내려가는 것이 글이고 기록이라는 발자취겠지요. 오늘도 내일도 더디지만 한 걸음 꾹꾹 발자취를 기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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