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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야, 슬픔이 많다는 건 어쩌면 사랑이 많다는 거야

2025년 2월 7일 금요일의 기록

by 이수하

오늘 가타야마 히로코의 에세이 ‘등화절’을 읽었습니다. 작은 서점 주인장의 추천으로 산 책이지요. 대형서점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작은 서점 주인장이 추천해주는 그런 책이 좋습니다. 주인장은 만남의 다리가 되어 쉽게 만나기 어려운 작가와 독자를 연결해줍니다.


가타야마 히로코. 일본 여성 시인이자 수필가. 섬세하고 감각적인 그녀의 문장이 좋습니다. 그녀의 손끝엔 마음을 평화롭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그녀의 글은 일상적인 부분도 섬세하고 감각적으로 보게끔 하는 힘이 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랑하지 않는다면 슬픔도 없을 거라고. 이 슬픈 문장은 묘하게 위로를 줍니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나의 이 수많은 슬픔을 헤아릴 수 있기에. 이 수많은 슬픔이 수많은 사랑으로 해석될 수 있기에.


참 얄궂게도 나는 욕심이 많습니다. 그러나 내 몸과 마음은 나의 욕심을 따라가지 못하지요. 나의 욕심을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는 나의 나됨과 템포를 원망했지만 지금은 나의 느린 나됨과 여유로운 템포를 사랑하지요. 그저 감사로 받아들이고 인정하지요. 참 행복한 템포거든요. 나의 템포로 바라볼 수 있는 세상이 있습니다. 욕심대로 흘러가는 것보다 주어진 템포대로 흘러가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모두가 미워했던 느린 아이야.

모두가 사랑하는 여유로운 사람이 될 것이라는 걸 말해주고 싶구나.

그리 믿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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