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란 아이의 기억에 관하여(2)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라면,
도시에서 살아보지 않는 한
농촌의 삶을 '고유한 것'으로 인식할 기회는 거의 없다.
어디에서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신의 기본값을 어릴때 자각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아마도...
내가 농촌이 아닌 '시골' 이라는 단어를 의식하기 시작한 건
취학아동이 되었을 무렵이었을 것이다.
학교에 가기 위해
자동차를 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초등학생 때는
주변에 나와 비슷한 환경의 친구들이 조금 있어서
그냥 우리집이 학교랑 조금 더 멀다고 느꼈다.
하지만 중학생이 되면서 알게 됐다.
친구들 중 많은 아이들이
시내의 학교를 도보로 통학하며 다녔다는 것을.
더 많은 친구들과 함께 지내며
다양한 학원을 다니고
통학의 불편함은 기본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시골에 살아서 라는 말로 나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버스를 놓치면
다음 차를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했고,
그 시간들이 쌓일수록
환경에 대한 불만도 함께 쌓여갔다.
그전까지 내가 당연하게 느꼈던 것들이 재조명되었다.
해가 뜨면
농사를 짓는 아빠가 일터로 나가시는 풍경,
가족들이 꼭 한자리에 앉아 밥을 먹는데,
모든 음식은
한꺼번에 장을 봐두거나
갑자기 쏟아지는 농작물들로
엄마가 계획해서 요리하던 방식,
배달은 애초에 선택지에 없고
야식은 가족끼리 마음이 맞아야
함께 만들어 먹을 수 있었던 밤들,
심부름을 하러 마당에 나가면
각종 자연이 제멋대로 살아 움직이던 풍경,
새로운 욕망이 생기면
당장 가질 수 없고
한참을 기다려야 했던 시간들까지.
그 모든 것이
특별하지않다고 생각했었다.
나에게 주어진 삶의 선택이 아니라
어린시절의 내가 자라난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언제부턴가 그 믿음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