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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강재 Jun 19. 2016

웃음

친구가 말했다.
'너는 그런 말 하면서 웃음이 나와?
나라면 못 웃을 것 같아.'

그의 아기가 그의 얼굴과 똑같이 생겨서
'너무 귀엽다'
라고
말하고 웃던 참이었다.

말문이 막혔다.
친구는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난 질투 날 것 같아'


.....


그때 난 혼자 제주도에 있었다.
수준에 맞지 않게
비싼 돈을 낸 방이었다.
커다란 유리창 가득히
노을조차 없는
겨울 바다가 보였다.
무리해서라도 푹 쉬겠노라. 했는데
맨발에 닿는 대리석 바닥이 쓸쓸했다.





다리를 많이 들어올려야
올라갈 수 있는
높은 침대에 누워서 책을 읽다가
출출해 밥을 사러 나갔다.

내 신발끝도 안보여
파도 소리만 들리는
바닷길을 십오분 걸어
전복죽을 사고,
편의점 맥주를 한 캔 샀다.
값을 치루는데
전화가 왔다.

'너한테

제일 먼저 알려.
다른 사람 통해 들으면
니가 기분이 이상할까봐.'

축하한다고 했다.
'넌 축하하지 마라'
대답이 돌아왔다.

그녀는 나랑 이름이 같다고 했다.
더 할말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와 나는 늘 말이 많았었다.
그림, 글, 스토리, 일, 신문, 삶.

첫 구상을 함께 했던 책이 출간 된다고 했다.
축하할 일이 참 많았다.

처음 작업을 시작 할때
고민하는 그를 부추긴 건 나였다.
'해봐, 좋은 경험이 될 거야'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그녀는
책에 본인의 이야기는 왜 안 넣었냐고
좀 화냈다고 했다.

내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넣어달라고 했음 넣어 줬을텐데'
'네가 그런 말할 사람도 아니지만
밤을 새더라도 고쳐서 넣었겠지'

난 그 말을 한 걸
지금도 문득문득 후회한다.
오만한 내 마음을
이름이 같은 그녀에게 들킬까봐.

그는 어른들에게 여러번 물어봤다고 했다.
'이모부도 맘에 묻은 사람이 있습니까'
이모부는 '다들 그렇게 산다' 라고
대답하셨다고 했다.


그는 정해진 대로 사는 사람이었다.
새벽 여섯시에 일이 있으면
새벽 네시면 일어나 챙기는
성실한 사람이었다.
내가 못 가진 성실함이 참 부러웠다.
그래서 그가 참 굉장해 보였다.

사람으로 태어나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키우는것이
행복인
그런 사람 이었다
그것 또한 굉장해 보였다.


내가
'결혼도 사람이 만든 제도인데
꼭 따라야 하나'
고민하면


'그런 생각을 왜 하냐'
라고 하는 대신
'그런 생각 대단해'
라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우릴 잘 모르는 어른이 물었었다
'이 남자를 얼마만큼 안다고 생각해?'
'보여주는 만큼 알겠죠'
그는 또 내게 대단하다고 했었다


내가
개를 좋아하는 것도
꽃을 좋아하는 것도
책을 좋아하는 것도
영화를 좋아하는 것도
그에겐 대단한 일이었다.







결혼식 당일엔 여기저기서 전화가 왔다
'다른 사람도 아닌 네가 안 오면 되느냐'고.
이사람들아,
눈치가 그토록 없느냐
화는 못냈다.


그 뒤에도 난 다른 사람을 만났다.
스쳐가는 사람,
엇갈린 사람,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
그 사람들과 어긋나거나 삐걱거릴 때
난 생각했다.

그 때
이기적으로 헤어진
그 벌을 지금 받고 있는 거라고.
그러니까 감내하고 견디라고.

그의 회사는

우리 회사와 길 건너로 마주 보고 있다.
지나가다 마주친 날 보며 그는 웃었다.
나와 이름이 같은 그녀의 임신 소식도 전했다

'정말 축하해. 행복해?'
'이상해'
'뭐가 이상해, 결혼하고 아이도 있고 행복하지'

진심으로 행복해 보였다
이상하다고 말한건
내가 혹시라도 맘 다칠까
돌려말하는 그의 배려다

'작품 잘 보고있어, 너무 멋져서 깜짝깜짝 놀라.'
내가 칭찬하면
'내가 이렇게라도 하는게 누구 덕인데'
예상했던 대답이 돌아온다.

나를 만난 시간들을
고마워 하는걸 잘 알고 있다.
나 역시 그 시간을
고마워 한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서른이 훌쩍 넘어서야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고마워 하는 거란걸 안다.
이제 안다.

고마운 사람이 행복하면
나도 좋은게 당연한 것을.

웃음이 나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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