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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강재 Dec 14. 2016

바람

1년이지나면


어제는 잠을 제대로 못 잤다.
TF에 합류하게 됐다.
앞날 밝히는 TF면
몇번 쌍욕하고 그냥 하겠지만
미래를 자르는 TF다.


선배가 와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누군가는 해야 겠제, 니캉 내캉 해야한다'
선배 쳐진 눈썹이 내 눈치를 보는 것 같아
더 화가 나서 막막 질렀다.


집에와서 승질 퍽퍽 낸게 좀 미안해져서
'좀 미안하다요'

문자를 보내니
'이 정도 승질이야 뭐, 밥 많이 쳐무라'
답장이 왔다.
후배들 승질에 이골이 난 선배다.


누군가 해야한다면
그냥 내가 하고 말지 생각했는데
어젠 잠을 못 잤다.


세상에 영원한건 없댄다.
뭐든 마찬가지랜다.
젊음은 물론이요
삶부터 행복이며 눈물이며

그노무자슥까지
모든 게 다 우리를 스쳐가는 거랬다.


하루에도 수백가지 생각들이 날 스쳐가고
하루에도 수백가지 마음들이 잊혀 지는데.
지금 내 고민들도 영원할 리 없다.


내가 참는 법은 항상 1년 뒤다.
'이런 일 쯤이야 일년 뒤엔 기억도 안나'
'조금 더 참으면 일년 뒤엔 기억도 안나'
이렇게 지나가면 정말 신기하게
1년 뒤엔 기억도 안난다.

왜냐하면 1년 뒤엔 또 다른 고민이 생기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꾸욱 참자'

직접 종이에 휘발개발 쓴 저 글은

10년전 내 휴대전화 배경화면이었다.



참으면 된다. 그렇지만
참고참는 내 인생이 건강할 리 없다.
더하자면 니 인생도 건강할 리 없다.
사람들 사는게 다 그게 그거라고 했으니.

너도 참고 사는거 다 안다.
니 인생도 히즈 인생도 헐즈 인생도
다들 참고 사는거다.

그러니 우리 인생이 건강할 리 없다.

상처로 그득하다.


-상처는 사람을 성장시킨다-
이 말을 처음 쓴 사람은 얼마나 힘들었길래.
쯧쯧.
저렇게 깊은 현실 도피를.
쯧쯧.


저 사람은 나보다 더 심각해 보인다.
미안하지만 위안으로 삼자.
내게는

상처는 상처요, 흉터는 흉터더라.


그래도 괜찮다
우리가 그리 특별할 리 없다.
나도 너도 일년 뒤엔
이 일들이 기억도 안날 것이다.
에헤라디야 두기둥둥.


게다가 난 갈 길이 멀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한번쯤은 크루즈도 타고 싶고
독립작가그림을 파는 인테리어 쇼핑몰도 하고 싶고
자비로 에세이책도 내야하고
피아노도 배우고 싶다.
마흔을 맞을 준비도 해야하고
내년엔 용기내서 남자한테 찝쩍 거려야 한다.


근데

왜 저 많은 것 중에 결혼은 없는가.
난 참 갈길이 멀다.



내가 속상한 이것들은 1년뒤 기억도 나지 않을거다.
당신도 1년 뒤엔 지금 그 일을 기억 못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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