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강재 Feb 05. 2017

그날

지나간 날들.

그 날을 기억한다.

먼지같이 찝찝하고 퍽퍽하던

그 날의 나를 선명히 기억한다.


시월 보름쯤 지나

새벽 해 뜨기전,

현관문앞에 주저앉아

낡은 운동화에 가래처럼 엉겨붙은

진흙을 탁탁 털어내던 내 손.


그리고

내 손등위에 불거진

퍼런 핏줄을 기억한다.


허옇게 질린 내 얼굴 위로

카키색 옷이 비춰

피멍처럼 보이던 그 날.







그 날을 기억한다.

미닫이 문이 열리고

머뭇머뭇 들어오던 너.


그리고 널 따라들어온

그 바람을 선명히 기억한다.


기타를 잡은

네 손가락 마디마디가

가늘게 떨리던 것을 기억한다.


하얗고 투명했던 네 손보다는

하얗고 투명했던 네 눈빛이 더 선명하다.



울듯이 노래 부르는 네 모습을

차갑게 일별하던 내 모습이 더 선명하다.










작가의 이전글 바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