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날들.
그 날을 기억한다.
먼지같이 찝찝하고 퍽퍽하던
그 날의 나를 선명히 기억한다.
시월 보름쯤 지나
새벽 해 뜨기전,
현관문앞에 주저앉아
낡은 운동화에 가래처럼 엉겨붙은
진흙을 탁탁 털어내던 내 손.
그리고
내 손등위에 불거진
퍼런 핏줄을 기억한다.
허옇게 질린 내 얼굴 위로
카키색 옷이 비춰
피멍처럼 보이던 그 날.
그 날을 기억한다.
미닫이 문이 열리고
머뭇머뭇 들어오던 너.
그리고 널 따라들어온
그 바람을 선명히 기억한다.
기타를 잡은
네 손가락 마디마디가
가늘게 떨리던 것을 기억한다.
하얗고 투명했던 네 손보다는
하얗고 투명했던 네 눈빛이 더 선명하다.
울듯이 노래 부르는 네 모습을
차갑게 일별하던 내 모습이 더 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