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학교 선생님 (9)
십삼 년 전,
그때만 해도 나는 자영업을 하고 있었다. 나의 단골손님 중 언니 언니 하면서 곰살맞게 나를 대하는 동생이 있었는데, 가까이 지내다 보니 정말 자매처럼 친한 사이가 되었다. 가끔 자기가 은혜받은 이야기를 해주곤 했다.
그날도 숍에 와서 수다 떨고 커피 마시다가 갑자기 나에게 부탁을 했다.
"이번에 우리 교회에서 행사가 있는데 언니야 딱~ 한 번만 나를 위해서 따라가 주면 안 될까? 응? "
"싫어!"
"딱 한 시간만 있다가 오면 돼!!"
교회 가는 건 정말 싫은데 애원하듯이 말하는 그녀의 눈빛에 한참을 망설이다가 할 수 없이 나는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딱 한 번 만이다!!"
"응, 그럼 이번 주일에 시간 맞춰 언니 데리러 올게"
그렇게 나는 교회에 첫발을 들여놓았다.
억지로 갔던 내가 목사님의 설교가 귀에 들어오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예배시간 내내 앉아 있는 게 어쩜 고문이기도 했다
왜냐면 갑자기 머리도 아파지기 시작했고, 누군가 나의 어깨를 짓누르는 것처럼 아팠기 때문이다.
예배를 마치고 나오면서 나는 말했다.
"난, 아무래도 교회랑 맞지 않는가 봐 머리 아프고 어깨도 아파"
딱 한 번의 발걸음으로 교회 가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거라고 나 스스로 못 박았다.
더 이상 나에게 교회라는 말을 못 하게끔 그녀에게 당부했다.
나는 평소대로 나의 일에 열중하며 지냈고, 그날이 그날 같은 날들만 보내고 있었다.
일 년이 흘렀다.
나는 내 일에 열중했고, 엉뚱하게도 사주팔자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호기심이 많은 나는 직접 공부해서 나의 사주팔자를 미리 알 수 있다면 사는 방법이 달라지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만으로 사주팔자와 관련된 책들을 시리즈로 주문했다. 처음에는 흥미롭게 읽기 시작하였다. 내 얄팍한 지식으로 손님들에게 재미로 봐준다며 선무당이 사람 잡는 일을 서슴없이 해댔다. 거기까지가 나의 한계였던 것이다.
계속 나에게 안 좋은 일들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였다. 마치 쓰나미 처럼 나를 삼키려 했다.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나는 괜찮아질 거야 하는 주문을 나 스스로에게 걸며 하루하루 버티며 지냈다.
어느 날 이상하게 하나님이 생각나고 갑자기 교회에 가고 싶어졌다. 바로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내일 몇 시쯤 교회에 가? 나도 갈려고 하는데"
"아 정말????? 언니 내가 얼마나 언니를 위해서 기도를 했는데, 이제야 응답해 주시네!!!"
교회로 향한 나의 두 번째 발걸음이 시작되었다.
기도를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면서 그냥 중얼중얼 매일 아침 기도로 시작하고 기도로 하루를 마감했다.
갑자기 새벽 기도에 나가고 싶어졌다. 아침잠이 많았던 나는 새벽을 깨워달라며 기도하고 잠들었다.
어느 날엔 차가운 젤리 같은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서 잠을 깨우시고,
어느 날엔 그칠 줄 모르는 딸꾹질로 나를 깨워 주셨다.
나도 모르는 사이 하나님과의 첫사랑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교회에서 시작한 새 신자 교육, 성경공부로 인해
나의 신앙도 함께 쑥쑥 자라고 있었다.
그런 나의 모습을 지켜보시던 전도사님이
"집사님, 이번 학기에 초등부 주일학교 교사 한번 해보세요"
"어머, 제가 무슨 교사를요 아직 성경도 제대로 모르고 있는 걸요 "
"집사님 은 충분히 해내실 수 있어요. 사랑만 있으면 돼요. 성경공부는 가르치면서 하면 더 빨라요"
그러면서 어린이 성경 책을 나에게 주시는 게 아닌가!
그 얘기를 동생에게 했더니
"에이, 언니 아직은 아니야! 성경공부 좀 더하고 나중에 해도 돼"
얼마 안 되어 마음에 걸렸던지 바로 다시 전화가 왔다
"언니, 내 생각대로 말해서 미안해. 어쩌면 이것도 하나님 시키시는 일일 수도 있어. 기도로서 준비하고 용기 내어서 해 봐! 언니는 잘할 거야!"
"그래, 고마워"
막상 두렵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기대도 되고, 머릿속이 복잡했다.
기도로 준비했다. 드디어 나에게 말씀을 주셨다.
"나에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처음 듣게 되니 기분이 묘했다.
드디어 첫날,
어라?? 아이들의 반응이 시원찮다. 내가 분석해 본 결과 초등부 1학년 아이들에게는 내가 너무 나이가 많은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반 선생님들은 이제 막 대학생 아니면, 젊은 엄마가 대부분이었고, 3학년 선생님들 중에 그나마 30,40대 초 선생님 한두 분이 보였다. 그렇게 보면 내가 나이가 제일 많았다.
대충 옆반은 어떤 식으로 하는지 곁눈질도 해가면서 아이들과 빨리 쉽게 어울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첫 수업 출석률은 10명으로 시작했다. 다른 반에 비해서 학생 수가 많았다. 나도 모르게 뿌듯했다.
앗, 그런데 잘 나오던 아이들이 어느 날 갑자기 한꺼번에 반 이상이나 결석을 한 것이다.
(어머, 이게 무슨 일이래??? 내가 뭘 잘못했나?? ㅜㅜ)
하루 종일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이유를 알아본즉, 한 아이 엄마가 자가용으로 아이들 5명을 픽업해서 왔는데, 이 엄마가 교회에 어떤 집사님으로 인해 스트레스받아서 결국엔 다른 교회로 아이들까지 다 데리고 갔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나는 얼마나 정성을 들였던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과 선물, 수업 후 가끔 짜장면 사 먹이고, 생일날엔 손편지와 함께 선물도 하고, 매일밤 아이들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가며 기도했는데, 이제 막 정들고 있는데 말이다.
그중에 '소라'라는 아이가 있었다. "선생님 저는 이 교회로 계속 나오고 싶어요" 하는 게 아닌가?
그 말을 들은 나는 갑자기 울컥해지며 얼마나 고맙던지.
"그래, 걱정 마 내가 너를 데리러 갈게" 하면서 더욱 신경 써서 그 아이를 챙겼다.
그때는 내가 자가용이 없을 때라 직접 데리고 올 수가 없어서 교회 셔틀버스나 택시를 이용했었는데,
하루는 집에 데려다줄 시간과 다른 일이 겹쳐서 할 수 없이 셔틀버스 타고 가게끔 잘 안내한 후 도착하면 꼭 문자 해달라고 당부하고 보낸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 아이 엄마가 위험하다며 교회를 안 보내겠다고 하셨다. 아이 엄마는 교회 다니는 분이 아니셨으므로 집에서 가까운데도 아니고 몇 정거장을 가야 하는 곳이라 아이 혼자만 보내는 것을 불안해하셨다.
충분히 엄마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간다. 내가 실수한 것 같기도 했고,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문자로 안부를 물었고, 꼭 우리 교회가 아니더라고 가까운 교회에 다니라고 말해줬다.
어린 시절 처음 간 교회와 어떤 선생님을 만나는가에 따라 교회의 첫 이미지가 달라지고 그것이 계속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선생님의 첫인상은 중요하다. 가만히 내 기억을 더듬어보면 초등학생 때 친구 따라 크리스마스 날 교회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날 수업 시간에 들은 성경 이야기가 삼손의 이야기였음을 생생하게 기억난다. 과자선물 잔뜩 받고 거기 까진 참 좋았는데, 선생님이 처음 온 나에게 헌금하라고 봉투를 주는 것은 참으로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그때 내 수중에는 돈 한 푼도 없었던 것이다. 다른 아이들은 준비해온 돈을 집어넣어서 선생님에게 주는 모습을 보니 마치 나만 죄인인 양 어디론가 숨고만 싶은 심정이었다.
어린 시절 나에게는 큰 충격적인 사건이였으므로 돈이 없으면 교회도 못 가는 걸로 인식되어 가기가 싫었던 것이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초등부 아이에게 특히나 주일학교 선생님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
그래서 내가 맡은 아이들에게만은 오래도록 좋은 선생님으로 남게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간혹 예수님을 멀리하게 되더라도 주일학교의 기억이 그대로 살아 있어서 다시 예수님을 찾게 되는 놀라운 역사가 일어나기를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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