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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sun 리선 Aug 03. 2023

흰머리 소녀의 그림일기

여백 (11)



















그동안 너무 욕심을 부렸나 보다

캔버스 위에 이것저것 복잡하게 그려 넣은 걸 보고 반성하게 된다.

가벼워야 한다.

비워야 한다.

버려야 한다.


나이 들수록 버리고 비워내고 간결하게 살아야 하듯이

나의 그림도 이제는 복잡함이 아니라 절제되고 

축소된 색깔과 선을 담아내는 그림이어야 한다.


동양화의 매력이 여백이 있듯이

나의 삶도 그림도 여백이 있으면 좋겠다.

여백은 텅 빈 공간이다

무엇을 채워도 비워도 되는 여유로움이다. 


동양화와 빨리 친해지고 싶어 아침저녁으로 내 마음을 실어 보지만 

좀처럼 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나만의 그림체를 제대로 구분 못하면서 

여과되지 않은 채 허공 속에 흩어지는 수많은 붓질들


다시 되돌아본다.

너무 많은 것 완벽함을 기대하다 스스로 실망하고

속상했던 나에게 사과한다

몇 번이고 나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는 자기 성찰의 과정이

잘 빚은 술처럼 그윽한 향기가 되어

보는 이를 취하게 만드는 그림체를 갖고 싶다.

여백이란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찌 보면 많은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가 비워둔 여백에서 관객들의 마음을 끝없는 미지의 세계로 이끌기도 하고

때로는 아픈이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햇살 같은 그림이고 싶다.




 #글로다짓기 #22일글로다짓기 #최주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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