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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sun 리선 Aug 04. 2023

흰머리 소녀의 그림일기

기다림 (12)

기다림


내 인생의 절반 이상은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내 어린 시절엔, 소풍날만 손꼽아 기다렸고,

방과 후, 대청마루에 걸터앉아 장을 보러 가신

엄마를 기다리며 내귀와 두 눈은 온통 대문 쪽을 향해 있었다.

엄마보다는 엄마손에 들려진 간식을 먼저 기다렸고....

어느덧, 어였한 숙녀가 되었을 땐,

멋진 남자 만나 결혼할 것을 기다렸고,

첫째 아이가 아들이라,

두 번째는 예쁜 딸을 기다렸고,

내 옆을 지켜주던 멋진 남자는 어느새

흰머리가 반을 넘었고,

듬직한 아들도,

예쁜 딸도,

이제는 각자의 인생을 살기 위해

내 옆을 떠난 지도 제법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주식이라는 친구를 만나

신발끈도 제대로 묶지 않고

마음만 앞서서 가다가

풀린 끈에 넘어지기도 하고,

미처 돌부리를 발견하지 못해 넘어지고

상처입기도 했지만...

쓰디쓴 기다림의 끝은

달콤함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알기에

기다림이란,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것,

잠시 마음을 다독이며 다잡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

그 속에 숨겨진 새로운 힘찬 발걸음을 다시 찾는 것이다.               



  #글로다짓기 #22일글로다짓기 #최주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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