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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요 Mar 11. 2020

볼 수 없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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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과 콘크리트가 올라왔다. 

시멘트로 벽이 세워졌다. 

옆 건물 공사가 시작된건 이제 한달이 조금 넘어간다.


사실 이젠 공사장 소음 따윈 익숙해졌다. 

인부들의 말다툼도 익숙해졌다. 

아침에 드릴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깨는 것도 이젠 

좀 익숙해졌다. 


그런데

창문을 열면 더이상 산이 보이지 않는다. 


다행히 하늘은 볼 수 있다. 고개를 쳐들고 목을 빼면 

구름과 하늘은 조금 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더 이상 초록색은 보이지 않는다. 

내 방안 화분만이 이 곳의 녹색은 전부다. 


바깥에 있는 자연은 모두 회색빛으로 막아두고 

실내에 작은 자연을 조금씩 들이는 아이러니함. 

세계를 인간이 먹고 있다. 

냠냠냠 

빠른 속도로 먹고 있다. 

아무리 먹어도 배가 차지 않는다. 

언제까지 먹을까. 

지금도 충분히 먹은것 같은데. 

여전히 배가 고파보인다. 


이젠 그 산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매번 창문을 열면 보이던 먼 산. 

그 산을 보면 그래도 안심이 되었었는데.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드니 

마음이 아픈건 어쩔 수 없다. 

흙을 밟을 수 있는 곳이 줄어들고 

산을 볼 수 있는 곳도 줄어든다.


방안에 있는 이 녹색 식물과 함께 이야기 나누는 수밖에.

볼 수 있는 것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것들도 점점 줄어든다. 

참 슬프다. 


봄이 오고 있지만 

봄을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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