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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요 May 26. 2021

성희롱은 정말 하기 쉽다.

다시 너의 이름을 불러본다 페미니즘




페미니즘은 죽을 때까지 안고 가는 것인가 싶다. 사실 페미니즘에 대한 고찰은 정말 오랜만이다.

과거의 힘든 만남과 그 결과의 후폭풍 때문에 그리고 나 자신을 감당하기에 너무 벅찬 시간들이 겹겹이 맞물려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에너지가 없으니 그런 예민한 것들 날 선 것들에 대한 반감도 생겼고 왜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던 와중 몇몇 글도 접했고 여전히 그런 일도 있지만 나는 현재 내 일만 보고 이것만 보고 열심히 살면 돼.라고 되뇌었다. 몇 년 되었지만 괜히 에너지 쓰기 싫고 피곤하고 현생 살기도 힘들어서 여성 관련된 이슈가 있어도 그냥 한번 읽고 마는 수준이었다. 일부러 예민하고 기분 나빠지는 기사들은 실눈을 하고 보기도 하고 피하기도 했었다. 그 일은 내 일이 될 수 있는 일부이기도 한데 말이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해 다시 고찰을 하게 된 계기도 막상 내가 겪게 되니 내가 피해를 보게 되니 다시 끄나풀을 잡게 되었다. 



오늘 나는 일하는 곳에서 나는 성희롱을 당했다. 



여초 집단이고 정말 남자를 마주하게 되는 일은 차량을 탑승하게 되는 그 잠 깐 뿐인데도 말이다. 사실 오늘 하루 만의 일이 아니었다.

언제나 문제는 조금씩 지속적으로 같은 방식은 아니더라도 비슷한 방향을 띄며 우리에게 다가온다. 죄송한 일이 있어 사과를 했더니 그럼 악수를 하자며 손을 내밀었다. 그땐 별 의심도 없이 했었고 그걸 반 시작으로 물건을 건네주고 받을 때 일부러 손을 잡았고 두어 번 반복되자 이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사수에게 얘길 했고 지금 당장 윗선에 말하러 간다는 걸 내가 말렸다. 그전까지만 해도 굉장히 친절했고 젠틀하셔서 정말 올해는 좋은 분을 만났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 번 더 두고 보자고 기회를 드렸다. 그리고 오늘 그 일이 터졌다.


이때까지 이야기를 잘 들어드렸고 나도 스몰 톡은 자주 했었기에 나에게 애인이 있다는 건 알고 계셨다. 주변에 결혼하니 결혼할 생각 없냐고 물은 질문에 아직은 생각이 없다고 대답을 했다. 정말 없냐고 재차 물으셔서 지금 현재로썬 전혀 없고 혼자가 좋다고 했다.


그러자 




선생님 나이 대면 신체적 스킨십.. 성관계 같은 걸 원하지 않아요?




라는 질문이 예상치도 못하게 훅 들어왔다.


순간 멍했고 나도 모르게 '무슨 결혼해야 그런 걸 하나요? 연애해도 할 수 있죠'라고 받아치고 다시 내가 무슨 질문을 받은 건지 되짚어 봐야 했다. 아이들이 타기 직전 상황이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근데 그건 좀 프라이빗 한 질문 같네요'라고 말한 게 최선이었다. 그 사람은 나보다 1살 많은 아들을 두고 있는 중년 남성이다.


사실 성희롱은 상대에게 정말 악의 없이 하기 쉬운 희롱이다. 그저 장난이었어요~ 아니 예뻐서~ 걱정이 되어서요. 하고 아주 쉽게 넘어갈 수 있을 정도의 무게라고들 생각한다. 하지만 당하는 입장은 그게 아니다. 일반 장난의 무게보다 아니 그냥 욕 한번 듣고 넘어가는 것보다 잔소리 한번 듣는 것보다 강도가 더 세다. 나라는 사람을 성적으로 희롱한 것이니까. 상대의 눈이 나를 그렇게 그런 식으로 바라본 것이니까. 그건 일반 사람대 사람으로 보는 시각이 아니다. 그래서 타격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받은 상대는 '나를 도대체 어떤 사람으로 본거지?' '내가 얼마나 만만하면 그러지?'라는 생각이 든다. 


낯선 사람보다 오히려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 사람에게 뒤통수를 후려 터지게 맞은 기분. 나는 상대에게 그 어떤 상대에게도 '성관계'라는 단어를 들어본 기억이 없다.

학생 때 그리고 외국에 있던 시절 그리고 어린 시절 성희롱은 겪어봤지만 제대로 된 저 단어를 들은 기억은 없다. 수치스러움보다는 분노 때문에 몸이 떨렸고 막상 그 자리에서는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일 하는 곳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사수와 그리고 윗선에 바로 말을 드렸고 경고 조치를 내리셨다.

하지만 나는 내일 다시 그 버스를 타야 하고 그 사람을 봐야 한다.

사실 상하 관계가 있는 사이도 아니고 일할 때 계속 보는 것도 아닌 아침에 잠시 만나는 것일 뿐인데도 이렇게 걸린다. 불편하다.

심지어 봉고차에 아이들 태우기 전까지는 둘이서만 10분 정도 차를 타고 이동한다. 껄끄럽다. 

어쨌든 나는 잘못한 게 없고 떳떳하다.

불편해야 하는 마음이면 그 사람이 불편해야 한다. 물론 나도 사람이고 상대가 나쁜 마음을 먹을 경우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당연히 내 입장에서 어느 정도의 주의를 해야 함은 안다. 


하지만 내가 조신해지고 더 조심해야 할 필요는 없다. 이건 내 잘못이 아닌 상대의 잘못이니까. 

This is why i couldn't live without femin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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