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번아웃
2019년 2월에 갑자기 찾아온 번아웃이 악화되어 양극성 장애가 되었고 지금까지 치료 중이다. 그동안의 많은 사건과 감정들을 이 한 문장 안에 다 담을 수 없다. 나는 오래 주저앉아있었고 겨우 일어나 걸을 때도 많이 비틀거렸으며 한 치 앞도 가늠이 되지 않아 어디로 발을 디뎌야 할지 몰라 좌절한 적도 많았다. 앞이 보이지 않을 때는 앉아서 숨을 고르며 기다렸고 상태가 괜찮을 때는 조금씩 발걸음을 떼었다. 2년이 넘게 지난 지금은 그래도 지나 온 길이 보이고 완치가 되지는 않았지만 내 증상들과 동행이 가능해졌다.
경조증의 기간에 글을 쓰는 이유는 그동안 꾹꾹 담아 눌러왔던 것들이 마구잡이로 터져 나오는데 분출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떻게라도 표현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아서 미치고 싶지 않아서 썼다. 내 안의 검은 덩어리들을 마구 쏟아내듯이 적었던 글들이 우울증의 기간에는 너무 부끄러워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그리고 이런 엉망인 상태로 글을 남기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고 도움이 되겠냐는 자조적인 생각도 강했다. 완치가 되고 나서 잘 정리하여 기록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시 기록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이 나의 병을 키웠고 지난한 과정들은 보여주지 않고 멋진 결과물만 내놓고 싶어 하는 특성이 나를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옭아매 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또한 이 시기가 다 지나가고 나서 기억이 각색되어 ‘그냥 시간이 지나가니 괜찮더라’라고 안일하게 말하고 싶지 않다. 이 시간을 견디는 게 정말 너무 힘들었다는 걸 생생하게 기록하여 기억하고 싶다. 그리고 나와 같은 아픔을 겪는 사람들과 내가 만날 내담자들이 힘들어할 때 ‘시간 지나면 괜찮다’라는 위로 대신 그 아픔을 함께 봐주고 싶다.
그래서 완치되지 않은 상태로 완벽한 모습은 아니지만 어둡고 지질하고 못나 보일 수 있는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기록하면서 한 발자국 다시 나아가고자 한다.
* 그동안 발행했던 글들을 일부 수정하여 재편집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