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정인 Mar 24. 2024

두 가지 길 중 다른 길로 가기로 결심했다

이왕이면 좋은 쪽을 볼래

 2주 동안 거의 매일 쓴 글들을 회고해 보았다. 반복되는 단어는 수용, 받아들임, 온전. 내가 나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수용하며 나와 함께하고 싶다는 의지가 담긴 일기들이 많다. 올해의 단어는 정말 수용이네.

 아이의 다리 깁스 사건을 겪으며 현재 일어난 상황에서 후회와 걱정보다는 할 수 있는 좋은 일을 생각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자꾸 보냈다. 내 마음의 방향을 그렇게 정하니까 같은 상황이라도 예전보다 걱정과 후회가 덜 되었다.


 예전에는 이런 사고방식이 정신 승리 같아서 싫었다. 왜 그렇게 싫었을까? 더 노력해야 하는데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면 안주할 것 같았다. ‘더 노력해야 하는데’가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다.


 나 자신을 온전히 수용하지 못하고 계속 노력해야만 하는 부족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다. 노력하면 거의 다 이룰 수 있었던 20대를 지나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경험한 30대 후반이 되자, ‘두 가지 길 중에서 꼭 안 좋은 길을 고집할 이유가 있나’라는 의문이 처음 생기게 되었다. 같은 상황에서 좋은 쪽을 더 집중해서 보는 것. 후회와 걱정보다는 지금 현재에 집중해서 순간을 만끽하는 것. 내가 선택한 길은 이 길이다.


 깁스한 아이를 유아차에 태우고 어제오늘 산책을 했다. 따뜻한 햇살과 봄 냄새를 머금은 미풍이 기분을 간질간질하게 만들었다.

 “햇살 참 좋다~”라고 내가 말하자.

“그러게. 참 좋다. 나는 이런 게 좋다는 생각을 못하고 살았었는데 자기랑 만나고 나서 이런 기쁨을 알게 된 것 같아.”라는 남편의 말. 남편에게 좋은 영향을 준 것이 뿌듯하고 기뻤다.

“나는 한 상황에서 긍정적인 면을 부각해서 보는 게 정신승리 같아서 싫었거든? 근데 요즘은 두 가지 길이 있는데 굳이 안 좋은 길을 가는 게 맞나 싶더라고. 그래서 긍정적인 길로 가기로 마음먹었어. 근데 예전에는 왜 싫었을까? 자기는 어때?”

“나는 그런 걸 숙고해 본 적이 없어.ㅋㅋㅋㅋ”

생각 많고 걱정 많은 나. 현재에 충실한 남편. 밸런스가 맞네.


작가의 이전글 오늘의 단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